※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 다카마쓰 → 타카마츠 / 쓰야마 → 츠야마 / スーパーはくと → 슈퍼 하쿠토
I. 사통팔달 철도의 도시 오카야마
3일차가 되었습니다. 5박6일 일정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네요 ㅠㅠ 오늘(3일차)은 숙소를 잡은 오카야마에서 정반대 편에 위치한 바다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맞습니다, 동해, 즉 일본의 서해안을 보러 갈 거예요.
오카야마는 세토내해와 인접한 도시로, 앞바다에는 일본을 이루는 4대 섬 중 하나인 시코쿠, 그리고 세토내해의 큰 섬(쇼도시마)이 위치합니다. 한국 사람에게 오사카, 교토만큼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철도 교통의 엄청난 요지라서 제가 서일본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베이스캠프로 사용하는 도시예요. 산요 신칸센 덕분에 돈만 있으면 가까이는 오사카(신오사카역), 멀리는 바다 건너 남서쪽 후쿠오카(하카타역)까지도 쉬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어제(2일차)도 규슈로 넘어가기 직전 혼슈 끄트머리인 야마구치현까지 당일치기를 할 수 있었구요.
혼슈 중앙 산맥 너머 산인 지역, 즉 동해와 인접한 곳으로의 이동도 수월한 동네입니다. 시마네현으로의 이동은 특급 야쿠모와 선라이즈 이즈모, 돗토리현으로의 이동은 특급 슈퍼 이나바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카야마역에서 출발하는 세토대교선(세토오오하시선) 열차를 이용하면 타카마츠(마린 라이너, 선라이즈 세토), 도쿠시마(특급 우즈시오), 고치(특급 난푸), 마츠야마(특급 시오카제) 등 시코쿠 웬만한 도시로도 전부 갈 수 있습니다!
덤으로, 열차를 이용해 멀지 않은 우노역까지 가면 세토내해 예술가의 섬으로 유명한 나오시마로 가는 배를 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신오카야마항에서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의 배경지 쇼도시마로 곧바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요약하자면 철도망이 사통팔달한 오카야마는 제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 도시입니다. 한국어가 잘 안 들린다는 점 역시 일본에 온 여행객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오카야마의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심지어 인천에서 오카야마까지 직항편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IN/OUT 공항을 다르게 하는 여정에도 활용하기 좋은 도시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역시나 JR서일본의 노란 똥차를 보고 시작합니다. 이 친구는 아코선 사이다이지역까지 운행하는 보통열차입니다. 113계 B-16편성이네요.
막간을 이용해 이름표를 확인해 봅니다. 여기서 잠깐 토막상식, 모든 철도차량은 객차든, 화차든, 특수차든 각 칸마다 차량번호가 전부 기입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그 중 먼저 본 차량은 숫자 앞에 '쿠하(クハ)', 이어서 본 차량은 '모하(モハ)'라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이것은 차량의 특성을 나타내는 차종기호입니다. 전동차에서 쿠(ク)는 구동차(駆動車, くどうしゃ)를 의미하는 기호로, 운전대가 달린 선두칸을 의미합니다. 모(モ)는 모터차(モーター車)란 뜻으로 동력을 가진 칸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하(ハ)는 객실의 등급을 나타내는 기호로 3등칸을 의미하는데, 그린샤가 아닌 보통칸이란 뜻으로 이해하면 충분할 듯 싶습니다. 그래서 이를 조합해 쿠하라고 하면 운전실이 달린 보통칸이자 선두칸, 모하라고 하면 중간 객차 중 동력을 가진 보통칸이라 해석할 수 있지요. 그럼 선두칸이면서, 동력을 가지고 있고, 객실은 보통 객실인 차량은 쿠모하가 되겠죠?
저는 노란 똥차 다음에 들어올 열차를 기다립니다. 전광판에 두 번째 순서로 나오고 있는 슈퍼 이나바 1호를 타고 돗토리까지 갈 예정이죠.
반대편 승강장에는 시코쿠 타카마츠로 가는 보통열차와 전날 밤 도쿄에서부터 달려온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세토가 보입니다. 정말 다양한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볼 수 있는 오카야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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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때가 되니 저를 돗토리까지 데리고 갈 특급 슈퍼 이나바가 들어왔습니다. 이 녀석 특급열차인데도 꼴랑 두 칸에 불과합니다! 아무래도 오카야마와 돗토리를 왕복하는 특급 슈퍼 이나바는 오사카, 교토 같은 큰 도시를 지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수요가 많지 않아서 두 칸으로 운행하는 것 같습니다. 돗토리와 오사카를 잇는 특급 슈퍼 하쿠토나 특급 하마카제는 연결된 객차 수가 더 많습니다.
좌측의 노란 똥차(115계 전동차)와 비교샷을 남깁니다. 우측의 특급 슈퍼 이나바로 운행하는 차량은 키하(キハ) 187계인데, 전동차가 아니라 디젤동차입니다. 일본식 표현으로는 디젤기동차라 하죠.
탑승 직전 외부 사진을 남겼습니다. 도색 갈라진 곳 하나 없이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2000년대 극초반에 도입된 차량인 만큼 어딘가 클래식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래 봬도 곡선부에서 차체를 기울여 증속 통과가 가능한 틸팅열차입니다. 어마어마한 고스펙 차량이란 뜻이죠!
내부 객실 모습은 이렇습니다. 노란 색감의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KTX, ITX 계열 차량의 백색등에 익숙한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약간 낯설기도 합니다.
착석! 앞좌석 뒤쪽에서 내려서 쓰는 테이블이라 이것저것 올려둘 수 있을 정도로 큼직합니다. 테이블이 아예 없는 무궁화호, 좌석 팔걸이 밑에서 코딱지 사이즈 테이블이 나오는 ITX-새마을과 비교됩니다.
창밖으로 옆 승강장에 도착한 일반열차를 바라봅니다. 두 편성을 하나로 묶어 운행하고 있네요. 좌측 차량과 우측 차량은 사실 같은 차종입니다. 우측 차량은 운전실이 없는 중간차를 운전실이 있는 제어칸으로 개조하다 보니 생김새가 달라지게 됐습니다. JR서일본은 이런 식의 마개조로 악명 높습니다 ㅋㅋㅋ
II. 두 칸짜리 꼬마 특급을 타고 돗토리로
오카야마역을 발차해 40분 정도를 달려 카미고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카미고리역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산인 지방을 향해 북상합니다. 우리 열차 우측으로는 오사카, 교토를 넘어 무려 시가현의 야스역까지 운행하는 쾌속 전동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네요. 특급열차가 아니라서 운임만 내면 탈 수 있는 열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3시간 30분이나 달리는 장거리 열차입니다.
오카야마역에서 카미고리역까지는 산요 본선을 타고 왔지만, 여기서부터는 치즈 급행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치즈선을 지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운행하는 방향이 뒤바뀝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간에 운행 방향이 바뀌는 열차가 없어서 생소하지만, 일본에는 이렇게 중간에 열차 운행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승객들은 운행 방향이 바뀌는 역에서 눈치껏 좌석을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여 여행을 계속합니다. 저도 좌석 옆에 달린 페달을 밟고 의자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특급 슈퍼 이나바의 진행 방향이 바뀌는 이유는 위 이미지로 설명 가능합니다. 특급 슈퍼 이나바는 산요 본선 → 치즈선 → 인비선을 경유해 돗토리까지 가는데, 안타깝게도 치즈선이 카미고리역에서 산요 본선에 위처럼 접속하기 때문에 진행 방향이 바뀌는 것입니다. 히메지, 오사카, 교토 등 더 큰 도시로의 접근이 수월한 방향으로 치즈선이 분기하므로 교토, 오사카, 히메지 쪽에서 돗토리로 가는 특급 슈퍼 하쿠토의 경우엔 특급 슈퍼 이나바와 달리 진행 방향 변경 없이 그대로 치즈선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편 오카야마에서 돗토리로 철도를 이용해 갈 때는 츠야마선과 인비선을 경유해 갈 수도 있습니다. 즉 치즈 급행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치즈선을 경유하지 않고, JR 노선만 이용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JR서일본의 특급 슈퍼 이나바는 굳이 사철 구간(치즈선)을 경유해 지나갑니다. 츠야마선과 인비선을 경유하면 수요처가 될 큰 도시를 거치지 않고, 선로 자체도 단선인데다가 험한 지형을 지나느라 구불구불해서 빠른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산요 본선과 치즈선을 경유하면 수요도 확실하고, 쭉 뻗은 선형 덕에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JR서일본의 특급열차가 굳이 사철 구간을 경유하는 것입니다.
또한 치즈선은 JR에서 운영하는 노선이 아니기 때문에 JR의 철도 패스권을 이용하는 승객은 별도의 운임을 내야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일본 전국이 커버되는 JR패스조차도 치즈선은 그냥 탈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간사이 와이드 패스는 치즈선 구간까지도 커버되는 패스이기 때문에 특급 슈퍼 이나바나 특급 슈퍼 하쿠토를 타고 문제 없이 치즈선을 경유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가성비가 철철 흘러 넘치는
「간사이 와이드 패스」
특급 슈퍼 이나바는 치즈선 구간을 쾌속 통과합니다. 거리는 좀 더 멀더라도 열차의 성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산요 본선 → 치즈선 루트, 속이 다 시원합니다 ㅋㅋㅋ
사요역 도착 직전에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쭈우욱 미끄러져 내려가는 구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꼴랑 두 칸짜리 꼬마열차지만, 특급 슈퍼 이나바도 일본의 다른 특급형 열차와 다르지 않게 전후부 전망창을 통해서 시원스레 달리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열차는 치즈역에 정차했습니다. 이것으로 직선에 가까운 선형으로 호쾌하게 산요-산인을 잇는 치즈선이 끝났고, 이제부터 돗토리역까지는 인비선을 경유합니다. 다시 JR 구간으로 넘어온 것을 마주보고 달려오는 JR서일본 특유의 주황색 디젤기동차가 증명합니다.
하늘과 주황 똥차의 대비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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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달려서 돗토리역에 도착했습니다! 꼴랑 두 칸짜리 열차, 다시 봐도 참 짧습니다. 물론 이 동네엔 원맨카라 불리는 단칸동차도 참 많은 게 함정
갈아탈 열차 시간이 좀 남아서 디젤동차 구경을 하기로 합니다. 옆 승강장으로는 돗토리역을 출발해 쿠라요시역까지 운행하는 주황 똥차 키하 47계 디젤동차, 요나고에서 온 키하 126계 동차가 보이네요. 보시는 것처럼 전차선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춘 디젤동차가 바글바글합니다. 탄소중립은 남의 나라 이야기 매캐한 매연 맛과 웅웅거리는 디젤엔진 소리를 즐기는 재미가 있네요.
이 동네 디젤동차에 있어서 최고 존엄은 아무래도 오사카, 교토까지 운행하는 특급 슈퍼 하쿠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급 슈퍼 하쿠토로 운행하는 치즈 급행 소속 HOT7000계 디젤동차가 들어왔습니다. 오늘 타고 온 키하 187계처럼 틸팅 기능이 있는 고성능 디젤동차입니다. 이따가 돌아갈 땐 요놈을 탈 거랍니다. 열차의 형식명 HOT라는 이름은 치즈선이 지나가는 효고현, 오카야마현, 돗토리현의 앞글자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디젤동차 구경을 마치고 돗토리역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용하는 사람 수에 비해 꽤 큼직하게 지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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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동차 구경을 하고도 시간이 좀 남아서 돗토리역 구내에 있는 우동 & 소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니까 대충 맛있어 보이는 걸로 골랐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기도 했고요.
날씨는 참 더워 죽겠는데 뜨뜻~한 국물 소바에 열이 모락모락 나는 계란덮밥을 주문해 먹습니다 ㅋㅋㅋ 먹기 전부터 왠지 지치는 이 기분. 대충 배 채우려고 먹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생각하고 국물부터 조금씩 맛을 보는데...
엉...? 으으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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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국물 소바 & 우동 중에서
최상의 맛이었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식사였는데 웬걸! 적어도 여행 보정은 아닌 미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물은 가쓰오부시를 그대로 녹였나 싶을 정도로 진하고 구수했고, 고명으로 들어간 오뎅은 쫄깃쫄깃 단단한 식감이라 즐거웠습니다. 오징어 씹는 것처럼요. 왼쪽에 있는 계란덮밥의 계란도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동네 중국집 계란볶음밥 같은 후라이 하나 얹어 주는 정도를 기대했는데, 크리미하게 흘러내리는 완벽한 재질로 놓여 있었습니다. 달달하면서도 짭짜름한 단짠단짠의 정석이었습니다!
굳이x100 허점을 찾자면 면이 특별하지 않았다 정도? 그렇지만 역에 있는 작은 식당가에서 시간 때울 겸 먹으면서 너무 많은 걸 바랄 수는 없잖아요? 750엔이라는 싼값으로 뚝딱 해치웠지만, 만족도는 확실하게 그 이상이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는 않지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찬사를 남겼습니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두세 분이 운영하고 계셨는데,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나오면서 기분 좋게 사진을 남깁니다.
언젠가 또 찾아오기 위해서...!
III. 덜컹이는 완행열차를 타고 동해 바다로
다만 돗토리역은 잠시 거쳐 가는 환승역입니다. 이제 산인 본선 열차를 타고 동해를 보러 갑니다. 아마루베라는 동네까지 가기 위해서 열차에 오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원맨카네요.
음~ 등받이 방향 전환이 안 되는 악명 높은 직각 의자까지 완벽하네요 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는 철도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직각 시트
산인 본선이 지나가는 구간이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이기도 하고, 출근/통학 시간대도 지나서 그런지 열차는 한산합니다. 덕분에 이곳저곳 둘러볼 여유가 됩니다.
그런데 열차 출발을 기다리며 창밖을 보니...?!
응?
얼렐레?
점마들이 왜 여기에?
▲ (영상 내용은 딱히 없고, 브금만 즐기시면 됩니다)
사실 돗토리현에는 코난역이라는 별명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산인 본선 유라역인데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고향이 그 근처이기도 하고, 코난 박물관도 근처에 있어 덕후들의 성지순례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 합니다. 아마 이런 배경으로 일부 차량을 명탐정 코난으로 랩핑한 것 같네요. 조심해, 탄 사람 수와 내린 사람 수가 맞지 않을 수도 그리고 사실 같은 노선에 진짜 역 이름이 '코난'인 코난역이 따로 있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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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가 덜컹덜컹 달리기 시작하니 드디어 동해를 만났습니다. 세토내해, 태평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다만 돗토리역에서 탑승한 열차는 중간에 있는 하마사카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인 관계로 하마사카역에서 릴레이로 운행하는 다른 열차로 갈아탑니다.
다행히 바로 옆 승강장으로 도착해줘서 환승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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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탄 열차로 또 열~심히 덜컹덜컹 달려갑니다.
드디어 최종 하차!
산인 본선 아마루베역에서 내렸습니다. 하마사카역에서부터 저를 데리고 온 디젤동차가 떠나갑니다. 역과 바로 이어지는 아마루베 철교를 건너가네요. 이 시골 작은 역에 저 말고도 찾아와 사진을 남기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심지어 평일인데 ㄷㄷ
동해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아마루베역, 그러나 역 자체는 1면 1선 아주 단촐한 구성입니다.
그리고 사실 아마루베역에는 역 자체보다는 역과 이어져 있는 아마루베 철교를 보고 싶어서 달려왔습니다!
아마루베역과 이어지는 아마루베 철교는 2010년에 새로 준공한 신 교량 옆으로 구 교량의 일부를 남겨 전망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출처 : 나무위키 아마루베 철교
1세대 아마루베 철교는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철골 트러스 구조로 지어진 다리였습니다. 그러나 안전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1986년에는 결정적으로 거센 해풍에 열차가 넘어가 다리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10년에는 새로 지은 지금의 철교로 이설되었죠.
▲ 1세대 길아천철교(1941~1996)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중앙선 항목)
▲ 2세대 길아천철교(1996~2021)
바로 이러한 아마루베 철교의 생김새와 역사가 우리나라 중앙선 길아천철교의 역사와 비슷해서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 교량에서 동해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한때 철교였던 교량의 일부를 한 번 걸어봅니다. 발 밑으로는 작은 마을과 동해가 펼쳐집니다.
발 밑으로... 진짜로 펼쳐져 있습니다 ㄷㄷ... 이거 생각보다 무서웠습니다. 차라리 롯데월드 타워처럼 투명한 발판이면 덜 무섭겠는데 구멍 숭숭 뚫려 있으니까 더 무서웠습니다.
구 교량에서 신 교량을 한 컷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량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밑에서 올려다 보니까 교량의 높이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아마루베 철교와 동해를 같이 담을 수 있는 전망대로 걸어 올라가려 합니다.
아마루베 철교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는 간단하게 아마루베역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변이 산으로 막혀 있고 오직 동해로만 지형이 트여 있던 아마루베 마을에는 산인 본선 철길 외에는 외부로 통하는 길이 없어서 주민들은 역이 설치되는 것을 염원해 왔다고 합니다. 철길은 지나지만 역이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바람이 받아들여져 뒤늦게 아마루베역이 지어졌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스토리의 간이역(하이퍼링크)이 마침 있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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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참 좋은데,
전망대까지 올라가느라
더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마침내 전망대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마루베 철교 너머로 동해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제 열차만 딱! 지나가주면 좋겠는데
근데 여긴 열차가 정~말
뜸~~~한 곳입니다 ㅠㅠㅠ
기다려야죠... 암요...
잠시 기다리니까 하마사카역 방향으로 주황 똥차가 지나갑니다. 각 방향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즉 한 시간에 두 대 정도 빈도로 열차가 지나다니는 곳이라 디젤동차의 엔진 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계속 주황 똥차라고 표현하고 있긴 한데, 열차의 색감과 바다, 녹음의 대비가 맘에 쏙 듭니다.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리니 특급 하마카제로 운행하는 키하 189계 기동차가 지나갑니다. 오사카역을 출발해서 돗토리역까지 가는 특급열차로, 시종착지가 특급 슈퍼 하쿠토와 비슷하지만 치즈선을 경유하지 않고 다른 루트로 이동하는 열차입니다. 큼직한 도시를 많이 지나지 않고, 걸리는 시간도 길어서 특급 슈퍼 하쿠토에 비해서는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다만 사철인 치즈선을 경유할 수 없는 종류의 패스를 사용하여 돗토리로 가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알음알음 꿀팁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돗토리까지 가는 차는 하루 1왕복뿐이라서 일부러 타야 한다는 점 ㅋㅋㅋ... 아무튼 하루 1왕복만 방문하는 귀한 손님을 아마루베 철교에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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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제 다음 열차는
>> 1시간 <<
뒤에 있습니다.
더위 속에 1시간을 더 기다려서 토요오카역까지 운행하는 완행열차를 한 번 더 담았습니다. 제가 타고 온 열차의 다음 차입니다.
그래도 촬영지에 나무 그늘이 우거져서
햇빛은 피할 수 있었네요 허헣...
열차는 천천히 다리를 건너갑니다. 터널 진입 전 S자로 휘어 있는 급곡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 교량을 구 교량 옆으로 지었지만, 터널 입구는 그대로 두어 그렇게 되었다고 하네요. 여전히 남은 구 교량의 흔적 중 하나입니다.
그나저나 이번 여행에서는
동해를 자주 봤네요.
< 오늘의 포인트 >
* 의외로 맛있었던 돗토리역 사큐소바(砂丘そば)
= 구글지도(하이퍼링크) =
** 산인 본선 아마루베 철교
= 구글지도(하이퍼링크) =
▲ 특급 3종 경로 비교
< 덧. >
와 세상에 ㄷㄷ
아마루베역으로 복귀해서 장수잠자리를 만났습니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더라고요. 중지 끝에서 손바닥 중앙까지는 올 것 같은 엄청난 크기! 잠자리채만 있었으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ㅠㅠ
아마루베역에는 방명록이 있었습니다. 열차 시각 1분 전이라서 급하게 슥슥 그렸습니다. 자주 그리니까 점점 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돗토리역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엔 하마사카역 환승 필요 없이
돗토리역으로 바로 쏘는 차를 탔습니다.
어딜 가나 랩핑열차가 ㄷㄷ
돗토리역으로 돌아가는 산인 본선 열차 안에서 9월 17일(여행 1일차)부터 9월 19일(여행 3일차)까지 마이즈루선 운행이 잠시 중단된다는 안내문을 발견했습니다.
원래 일정대로였다면 어제(2일차) 마이즈루선을 경유해 마이즈루에 가려고 했었는데, 계획대로 했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마이즈루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다른 동네로 간 게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