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도쿄 주변 짧은 일정에는 「도쿄 와이드 패스」
본격적인 "철"분 보충이 시작되는 둘째날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철도 관련 패스권은 일본 전국 JR 노선이 커버되는 JR패스만 써봤었는데요, 이번에는 여행 기간도 짧고 그리 멀리 돌아다니지는 않을 계획이라 3일 동안 도쿄와 그 근방이 커버되는 도쿄 와이드 패스를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반드시 역무실에서 역무원을 거쳐 교환해야 하는 JR패스와는 달리, 한국에서 미리 결제하고 메일로 받은 QR코드를 나리타 공항역 자동발매기에 대기만 하면 곧바로 티켓을 받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JR이 아닌 일부 사철 노선까지도 커버되는 강력한 패스였습니다!
▲ 도쿄 와이드 패스의 커버 범위
도쿄 와이드 패스의 가격은 성인 기준 15,000엔이고, 연속 3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JR동일본의 신칸센 노선과 후지급행선, 도부 철도까지 커버 되어 교외까지 둘러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패스는 없다 싶었네요.
다만 도쿄 안에서만 움직인다면 뽕을 뽑기가 쉽지 않고, 도쿄에서 신오사카 방향으로 운행하는 도카이도 신칸센은 탈 수 없으며, 오다큐나 도쿄메트로 같은 다수의 사철 노선은 커버되지 않아서 패스권으로 이용 가능한 노선인지 미리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도쿄 여행 초심자라면 이런 이유로 쓰기 쉽지 않은 패스일 수도 있습니다.
뭐~ 나는 어차피 JR만 탈 거니까~
아무튼 둘째날 아침, 재워준 친구의 집이자 여행 기간 베이스캠프를 나와서 도카이도선 후지사와역으로 왔습니다. 후지사와에서 에노덴을 타도 바다 바로 옆을 지나는 기차 여행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번엔 훨씬 더 멀리 시즈오카현까지 넘어갈 생각입니다.
후지사와역에서 우에노도쿄라인 전동열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아타미역까지 왔습니다. 이곳 아타미역은 도쿄에서부터 온 대부분의 JR동일본 소속 전동열차가 종착하는, 우리네 수도권 1호선으로 치면 천안역이나 신창역 같은 포지션이랍니다. 타고 온 전동열차와 승무원도 마침 도쿄 방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편 아타미역은 시즈오카, 누마즈 방향에서 달려온 JR도카이 소속 열차도 종착하는 역입니다. 이 역이 JR동일본, JR도카이의 관할 경계인 것이죠.
그래서 아타미역 개찰구에는 이렇게 JR동일본 에어리어(스이카 지역)에서 IC카드를 이용해 도착한 승객과 JR도카이 에어리어(토이카 지역)에서 IC카드를 이용해 도착한 승객의 개찰구를 분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선불형 교통카드(교통계 IC카드)는 우리나라처럼 웬만하면 전국 호환이긴 하나, 각 에어리어의 경계를 넘어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즉 러브라이브 선샤인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도쿄역(스이카 지역)에서 누마즈역(토이카 지역)까지 IC카드로 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두 지역의 경계인 아타미역에서 개찰구 밖으로 나가 하차 처리를 해주고, 그 다음 다시 들어와 승차 처리를 해야 누마즈역에서 문제 없이 내릴 수 있습니다.
...근데 사실 도쿄에서 누마즈에 가고자 한다면 보통은 신칸센을 탈 테니까 큰 문제 없긴 합니다. 저 같은 놈이나 일반열차로 꾸역꾸역 이동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이곳 아타미역에서 이즈반도로 들어가는 이토선으로 환승해야 합니다. 열차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잠시 역 밖으로 나와봤습니다. 아타미역은 항상 열차로 지나가기만 했지 밖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역 사이즈가 컸습니다. 신칸센 정차역이기도 해서 그런 듯?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의 종점 즈음이면서 고속열차 정차역이기도 한 천안아산역이나 평택지제역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잠시 후 이토선 및 이즈 급행선에서 운행하는 이즈큐 8000계 전동차가 들어왔습니다. 이 차량은 JR동일본이 아닌 이즈 급행(이즈큐)이라는 사철에서 보유한 차량입니다. 그런데 와.. 이 차량 딱 봐도 클래식한 느낌이지 않나요?
▲ 의왕 철도박물관의 초저항 전동차,
미개조형은 2004년에 전량 퇴역
우리나라 최초로 운행한 통근형 전동차인 초기형 저항제어 전동차(이하 '초저항')와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물론 세세하게 따지면 차이점이 꽤 있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낡은 전동차가 굴러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최첨단 고속열차가 바로 옆 신칸센 아타미역에서 운행하고 있는데, 아타미역 이토선 승강장으로는 초저항을 빼닮은 똥차가 운행하고 있다니 ㅋㅋㅋ
객실 좌석 배치가 참 특이했습니다. 한쪽은 우리나라 전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롱시트, 한쪽은 무궁화호에서 볼 수 있는 크로스시트로 구성되어 있네요. 덜컹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낡은 전철을 타고 이토역까지 30분 정도를 이동했습니다.
II. 천천히 가니까 볼 수 있는 것
자, 이번엔 이토선의 종점 이토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앞 광장에는 이국적인 나무가 ㄷㄷ 간판만 떼면 동남아 어딘가라고 해도 속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철길은 이토역 너머 남쪽 이즈 반도 끝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다만 아타미역에서 이토역까지 구간은 JR동일본의 이토선이고, 이토역부터 이즈큐시모다역까지는 이즈큐의 이즈 급행선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두 회사 모두 상호 직통운전하고 있습니다. JR동일본의 오도리코나 사피르 오도리코 같은 특급도, 이즈큐의 일반 전동열차도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운행합니다.
일본에 오면 항상 사먹는 오후의 홍차
자판기에서 보일 때마다 뽑습니다 흐흐...
이토역에서부터는 버스로 이동합니다. 일본 버스는 또 굉장히 오랜만이라 낯설었지만, 결국 탈 때 카드 찍고 내릴 때 카드 한 번 더 찍는다는 것만 기억하면 우리나라랑 크게 다를 건 없었습니다. 다만 버스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미리 일어나면 예의가 아니라고 하네요~ 사실 한국에서도 방송으로는 완전히 멈춘 후에 일어나라고 하지 않나 한편 타는 것도 내리는 것도 모두 앞문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버스 승하차 위치는 지역마다 달라서 눈치를 좀 발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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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버스를 타고 산길을 30분 정도 달려서 드디어 구글지도로 미리 점 찍어 놨던 포인트에 도착! 이즈 급행선 철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이는 포인트에 안착했습니다.
녹음 너머의 바다, 그리고 그 사이를 새빨간 이즈 급행선 열차가 가로지릅니다. 오면서 보니까 기분탓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바다가 보이는 구간에서는 열차가 서행하는 것 같더라고요. 곡선 때문에 속도 제한이 생겨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로 승객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느리게 달릴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많았습니다. 도카이도 신칸센에서 잠깐씩 보이는 바다와는 완전히 다른 바다 풍경이었습니다.
한편 위에 지나가고 있는 새빨간 열차는 이즈큐 2100계 전동차로, 얼핏 보기에 특급 또는 관광열차 같겠지만, 이즈큐에서 운행하는 보통열차입니다. 큼직한 창문과 파노라마 객실까지 존재하지만 별도의 특급권 요금이 필요하지 않고, 승차권이나 교통카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탈 수 있는 열차였습니다! 색깔이 새빨간 것은 이 지역의 특산물은 금눈돔을 형상화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이게 금눈돔이라는데 좀 닮았나~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통근형 전동차도 지나갑니다. 일반적인 전동열차를 타고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은 또 어떨지 상상하게 되네요. 한강만 건너도 기분이 참 좋은데 말이죠.
이즈 급행의 보통열차가 지나간 후 때가 되니 JR동일본의 특급 오도리코 E257계 전동차가 지나갑니다. 이 구간을 지나는 열차 중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색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저것도 언젠가는 한 번 타봐야 하는데~
사진을 찍고 있는 위치는 철길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도로 옆 주차장이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계속 세찬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그러나 먼 바다는 머리 위의 하늘과는 달리 화창해 보여서 재밌었네요.
아름다운 풍경 속 기차 사진을 잔뜩 찍을 수만 있다면 비는 얼마든지 맞아도 좋습니다.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이번에는 검은색 이즈큐 2100계 전동차가 지나갑니다. 저 검은색 열차는 흑선열차(흑선전차, 黑船電車)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여기서 흑선(黑船, 쿠로후네)은 함대를 이끌고 일본을 개항시킨 페리 제독이 이끌고 왔던 서양식 배를 뜻한다고 합니다. 페리 제독의 방문 이후 에도 막부와 미국이 체결한 미일화친조약에 의해서 개항된 항구가 위 이즈 급행선의 종점인 시모다라고 하네요.
한 번 더 지나가는 오도리코
조금 더 기다리니 특급 사피르 오도리코가 지나갑니다! 오도리코보다도 더 상위호환이라 볼 수 있는 열차입니다. 모든 객실이 특실(그린샤)이고, 그린샤보다도 상위 객실인 프리미엄 그린샤도 1호차에 편성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웬만한 열차 다 탈 수 있는 패스권으로도 탈 수 없는 열차 ㅎㅎ... 언젠가는 도쿄부터 저 사피르 오도리코 프리미엄 그린샤를 타고 시모다까지 쭉 달려보고 싶습니다.
III. 다양한 차종을 구경하는 재미
오전 중에 바다를 배경으로 열차 사진을 충분히 담았으니 이제 다시 후지사와로 돌아갑니다. 친구랑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거든요. 둘째날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요정도로 출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돌아가는 길에 틈틈이 사진은 남깁니다 ㅋㅋㅋ 이토역으로 돌아와 아타미역까지 가는 열차를 기다립니다. 곡선 터널을 돌아 이즈큐 8000계 전동차가 내려오고 있네요.
허리도 화끈하게 틀어줍니다.
보면 볼 수록 60~70년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행선표출기가 LED 방식인 점, 전공일체형 자동연결기가 구비되어 있다는 점에서 연식은 오래됐어도 중간중간 마개조를 많이 당했겠구나 추정하고요.
사피르 오도리코 E261계 전동차도 한 번 더 만났습니다. 선두칸, 후미칸의 저 드넓은 유리창을 보세요 와 ㄷㄷ 저 파노라마 좌석에 앉아서 바다를 감상하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게 됩니다.
사피르 오도리코에 비하면 밋밋한 오도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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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역에서 흑선열차를 탔습니다. 마음은 맨 앞 전망칸에 타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사람 적고 조용한 일반 객실로...
일반 객실이어도 바다 방향으로는 창이 크게 뚫려 있어서 마치 작년까지 운행했던 코레일 관광열차 바다열차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창밖 풍경이 마치 제주에 기차가 있었으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네요.
아타미역에서 이즈큐시모다역 사이를 왕복하는 이즈큐 2100계 전동차, 보통열차 운임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이런 혜자 열차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 덧. >
애니메이트 후지사와점에도
타카기 양은 잘 있습니다.
( 펄 럭 )
1회 500엔 가챠에서 미믹 프리렌 뽑고 싶었는데 한 번에 뽑아버렸습니다 ㅋㅋㅋㅋㅋ 기분 좋아서 한 번 더 했는데 또 미믹렌이 나왔네요. 1/25 확률 ㄷㄷ 기분 좋아서 동행한 친구 하나 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