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호쿠리쿠 신칸센 뽕 뽑기는 계속 이어진다
후쿠이역에서 철덕 할아버지와의 즐거운 대화 이후 저는 다시 호쿠리쿠 신칸센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나저나 신칸센 정말 인기가 많군요, 여기서도 무수히 많은 셔터 세례를 ㄷㄷ
일본의 수도권보다는 쌀쌀한 동네라서 그런지 창밖으로는 이제야 만개한 벚꽃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그리고 벚꽃과 동시에 존재하는 설산 ㄷㄷ 배경으로 보이는 큰 산은 정상부만 살짝 눈으로 덮인 게 아니라, 꽤 많은 부분이 눈에 덮여 있습니다.
후쿠이역에서 도야마, 도쿄 방향 열차를 타고 40분 정도를 달려 도야마현 타카오카시(市)로 접어들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 뒤로 보이는 저것은 처음엔 구름인가 했는데, 놀랍게도 여전히 눈으로 덮인 타테야마(立山) 연봉이었습니다. 산이 병풍처럼 보인다는 게 이런 의미구나 깨달았네요...!
호쿠리쿠 신칸센 신타카오카역 하차! 이곳 '타카오카'라는 동네는 아무래도 좀 생소하실 텐데요, 유명 애니메이션이자 만화 『유루유리』의 배경이 되는 도시이면서 요루시카(ヨルシカ)의 곡 「그저 네게 맑아라(ただ君に晴れ)」의 MV 촬영지도 이곳이랍니다. 생각보다 알게 모르게 접한 적이 있는 도시일 거란 뜻!
▲ 「그저 네게 맑아라(ただ君に晴れ)」 MV 중
▲ 히미선 아마하라시역(후술)
호쿠리쿠 신칸센 | 츠루기(つるぎ) 20호 | W7계 W3편성
= 츠루가 12:42 → 도야마 14:04 =
신타카오카역 도쿄 방향 승강장에서 출발하는 W7계 신칸센을 담아봅니다. 급하게 찍느라 촬영 포인트를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로 찍었는데, 이렇게 대충 찍어도 뒤쪽으로 웅장한 타테야마 연봉이 드러납니다...! 4월부터 개방을 시작하며 6월까지도 거대한 설벽을 볼 수 있다고 한국에서도 알음알음 유명한 타테야마 쿠로베 알펜 루트(立山黒部アルペンルート)가 아마도 저 산중 어딘가에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타카오카에서는 날씨가 좋을 때나 보인다고 하던데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호쿠리쿠 신칸센 | 하쿠타카(はくたか) 566호 | E7계 F6편성
= 츠루가 12:58 → 도쿄 16:52 =
신타카오카역에서 반대편 카나자와, 후쿠이 방향을 바라보면 또 이런 구도가 펼쳐져 있습니다. 도야마 방향으로는 거대한 설산이, 카나자와 방향으로는 철덕들 환장하는 곡선이 놓여 있으니 신타카오카역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거죠!
열차는 도야마 방향으로 떠나고
저는 자판기에서 오후의 홍차를 뽑아 마셨습니다. 오후의 홍차는 진짜 자판기에서 만날 때마다 뽑아 마십니다... 오후의 홍차는 일본에서 흔히 만나는 자판기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또 막상 뽑으려고 가보면 없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호쿠리쿠 신칸센 신타카오카역 승강장 밑으로는 웬 비전철 단선 철길이 하나 있습니다. 죠하나선이라는 노선입니다. 이용객이 그리 많지는 않은 짧은 로컬선이지만, 적어도 타카오카 시내 구간에서는 타카오카역과 신타카오카역을 잇는 중요한 셔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저걸 타고 호쿠리쿠 신칸센 일주에서 잠시 딴 길로 새 다른 곳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신타카오카역 도야마, 도쿄 방향 승강장 중간 지점에서 도야마, 도쿄 방향을 바라보면 또 이런 구도가 펼쳐져 있답니다.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열차가 다가오고 있네요.
호쿠리쿠 신칸센 | 츠루기(つるぎ) 27호 | W7계 W8편성
= 도야마 14:30 → 츠루가 15:36 =
고속열차가 운행하는 선로치고는 상당한 급곡선과 급경사를 지나서 열차가 신타카오카역에 들어옵니다.
이건 바로 그 다음에 지나간 열차인데 똑같이 생긴 차량을 거의 똑같은 위치에서 담아서 그런지 다른 열차라는 티가 하나도 안 나네요 ㅋㅋㅋ
호쿠리쿠 신칸센 | 츠루기(つるぎ) 29호 | E7계 F19편성
= 도야마 14:39 → 츠루가 16:01 =
호쿠리쿠 신칸센 | 츠루기(つるぎ) 22호 | E7계 F44편성
= 츠루가 13:41 → 도야마 15:04 =
그 다음으로 들어온 도야마행 츠루기 열차는 촬영할 때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스크린도어 조작과 방송을 담당하는 역무원의 실루엣이 같이 나와서 잠시 당황했지만
이것 역시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생각하니 생각이 또 달라지더랍니다. 우리나라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고속철도 역이 많지 않고, 설치가 되어 있는 역이라 해도 역무원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그 작은 공간에서 뭔가를 하지도 않습니다.
자, 호쿠리쿠 신칸센은 이 정도면 충분히 답사한 것 같으니 잠깐 딴 길로 샐까요?
네, 아까 위에서 이야기한 신타카오카역 신칸센 승강장 밑의 죠하나선을 타고 잠시 옆길로 샐 생각입니다. 타카오카에서 타테야마 연봉이 이렇게 잘 보이는 맑은 날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타테야마 연봉이 보이는 이런 날씨라면
...그래, 한 번 가보자구...!"
II. 그저 티 없이 맑아라
날씨가 만약 좋지 않으면 스킵하려고 했던 일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호쿠리쿠 신칸센 신타카오카역에서 죠하나선 신타카오카역으로 가봅시다.
신타카오카역에서 나와 길을 한 번 건넜습니다. 여기가 바로 죠하나선 신타카오카역입니다. 여행 1일차 요나고공항역에서 느꼈던 것 같은 아기자기함이 느껴지는 작은 역입니다. 원래는 죠하나선에 없었던 역이지만, 호쿠리쿠 신칸센 신타카오카역이 개통하면서 2015년에 새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간이역이네요.
신타카오카역은 죠하나선 말고는 환승할 수 있는 재래선이 없습니다. 더 많은 재래선 열차로 환승하려면 타카오카 시내라고 할 수 있는 타카오카역까지 가야 합니다. 그래서 죠하나선 열차를 타려고 하는 것이지요. 죠하나선 신타카오카역에는 스이카/파스모/이코카 같은 교통계 IC카드를 사용할 수 있긴 한데, 이용 가능한 구간이 신타카오카 - 타카오카 구간이 전부입니다. 죠하나선에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IC카드 사용 탑승이 불가능합니다. 신칸센을 이용해 여기까지 와서 타카오카 시내로 들어가는 승객들만 IC카드가 지원되는 셈입니다. 파란 머리 누님이 안내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내용입니다. 물론 저는 JR패스를 사용하고 있으니 제한사항 없음~
호쿠리쿠 신칸센 신타카오카역을 죠하나선 신타카오카역에서 올려다 봤습니다. 선로도, 승강장도 1개가 전부인 죠하나선 신타카오카역과는 달리 고속철도 역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하게 지어졌습니다.
부릉부릉~ JR서일본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 주황색 떡칠 디젤동차가 들어옵니다. 분명히 며칠 전 선라이즈 이즈모를 타고 밤을 달려 JR동일본 관할의 일본 수도권 요코하마까지 왔는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JR서일본의 떡칠 도색 열차를 또 보고 있네요.
타카오카역까지는 딱 한 정거장 차이입니다. 죠하나선 열차는 금세 타카오카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진짜 타카오카 시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저는 시내에 있을 건 아니고, 여기서 히미선 열차로 갈아탈 겁니다.
(히미선 갈아타러 가는 중)
자, 히미선 승강장으로 워프했습니다. 사실 차이가 별로 안 느껴지시죠...? 신타카오카역에서부터 타고 온 죠하나선도, 이제부터 탈 히미선도 모두 주황색 떡칠 키하 47형 동차가 운행하다 보니 뭐가 달라졌나 싶기도 합니다 ㅋㅋㅋ 죠하나선과 히미선은 우리나라 수도권의 경의선과 중앙선이 하나로 직결해 경의중앙선이 된 것처럼 직결 운행을 검토한다고 하던데 아직도 달라지지 않은 걸 보면 무산된 모양입니다.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디젤동차를 타고 히미선을 달립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디젤동차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일본까지는 와야 디젤동차의 고동을 느낄 수가 있네요.
3일차에 탔던 에노덴처럼 역시나 무척 고전적인 운전실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운전실이 객실에서 보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한 가지 재미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에서 열차를 이용하신다면 맨 앞이나 맨 뒤를 추천합니다!
이렇게 덜컹이는 디젤동차를 타고 히미선의 고즈넉한 풍경 속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창밖으로는
바다가 나타났습니다.
하차한 이곳은 아마하라시역입니다. 우리나라의 정동진역처럼 역 바로 옆으로는 바다가, 그리고 저 멀리로는 눈이 깔린 타테야마 연봉이 보입니다.
동해(東海), 그러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 교토부 마이즈루시(市)에서 본 동해,
2023년 11월
저는 일본에서 보는 바다라면 태평양 방향보다는 동해 방향을 더 좋아합니다. 뭐랄까, 이 바다 건너에 나의 고향과 나의 사람들이 있다는 그 생각으로 젖어드는 감상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바다를 다른 방향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도 좋고요. 작년 일본 방문 때도, 그리고 올해 방문 때도 결국은 동해를 보러 왔습니다.
아침부터 요코하마를 출발해 나고야 거쳐 마이바라에서 도카이도 신칸센을 찍고, 이후 츠루가와 후쿠이를 거쳐 호쿠리쿠 신칸센을 찍고, 마침 날씨가 맑은 덕에 동해까지 보러 왔습니다. 아직 낮이긴 하지만 강행군에 이미 몸은 지칠 대로 지치고 발도 아팠지만, 어차피 힘든 거 조금만 더 힘들기로 생각하면서 히미선 철길을 따라 더 걸었습니다.
"안 힘들 거면 애초에 호텔에서 안 나왔어!"
걷다 보니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홀로 우뚝 솟은 바위에 마침 또 동양화처럼 나무가 자라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약간 사이즈 작은 제주 외돌개 느낌인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뒤쪽 3,000미터급 설산을 배경으로 담고 있길래 저도 비슷하게 따라 찍었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마침내 카페 이소미 테라스(Cafe ISOMI Terrace)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2층과 3층에는 동해는 물론이고
타테야마 연봉과 히미선 철길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답니다. 더구나 굳이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도로변 휴게소 같은 느낌의 건물인데, 구글맵에는 카페 이소미 테라스라고 검색해서 찾아가는 것이 제일 편합니다.
망원렌즈로 갈아끼우고 다시 바라봅니다. 거대한 산맥 아래로 바닷가 도시의 모습까지 아른거리네요. 더구나 히미선 철길도 S자로 부드럽게 휘어집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이곳 아마하라시 해변에서 타테야마 연봉이 보이려면 날씨가 맑아야 하고, 날씨가 맑더라도 산맥에 구름이 걸려 있으면 병풍 같은 이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정에는 넣었지만 혹여 날씨가 좋지 않으면 생략하려 했던 아마하라시 방문이었습니다. 애초에 성공하리라 기대하지도 않았었고요. 하지만 큰 행운이 따라주었습니다.
이윽고 때가 되니 타카오카행 열차가 지나갑니다. 우리나라 동해안 영동선에서 본 것만 같은, 그러나 자세히 보면 또 많은 것이 다릅니다. 열차 색깔이 바다와는 대비되는 색깔이라 오히려 더 눈에 띄고 사진이 덜 심심해진 것 같습니다.
▲ 舊 동해남부선, 부산 청사포 구간,
2013년 8월
한편으로는 바다와 맞닿은 단선 비전철 철길, 그리고 그 위를 지나가는 디젤동차라는 점에서 부산 옛 동해남부선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해운대 해변열차가 운행하고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반대편 히미역 방향의 열차가 곡선을 돌아 나타났습니다. 대강의 열차 시각을 알고 가기도 했고, 주변 철도 건널목 경보기가 열차 접근 한참 전부터 딸랑딸랑 울려준 덕에 수월하게 사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두 번째 열차는 좀 더 열차에 집중하여 찍기 위해서 세로로 찍었는데, 열차 자체는 맨들맨들하게 잘 나온 것 같지만 산맥의 거대한 느낌이 좀 깎여 나간 것 같아 아쉬움도 좀 남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쉬움이 있어야 그걸 보완하기 위해 다음에 또 올 테니 ㅎㅎ 또 올 핑계를 남깁니다.
III. 나무로 지어진 작은 역
이제 새벽에 요코하마를 떠나면서 계획한 촬영 포인트들은 전부 털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제 복귀해야죠. 촬영 장소에서 다시 아마하라시역으로 돌아갑니다.
히미선 아마하라시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관광지인 것 같던데 역의 사이즈는 전형적인 시골 간이역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정동진역은 지난 세월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1티어 관광지가 되는 동안 KTX 필수 정차역이 되기까지 하는 큰 변화를 겪었지만, 여기는 그런 변화를 크게 겪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역, 그러나 작년 시코쿠에서 방문했던 시모나다역과는 또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 시코쿠에서 방문했던 시모나다역,
2023년 11월
때마침 찾아온 저녁 노을과 바다가 보이는 작은 역의 분위기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역시 바다가 보이는 역은 해질녘에 봐야 진정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답니다.
늘 하는 거울 셀카
역에서도 역시 설산이 보입니다.
구내 건널목 통과 중
나무로 지어진 작은 역입니다. 전형적인 일본의 시골 기차역 느낌이네요. 우리나라에도 옛 경전선, 옛 중앙선 같은 곳에 이런 나무로 지은 간이역이 산재해 있던 시절이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다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느낌의 역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습니다.
타카오카행 열차 승강장의 고객 대기실도 정말 딱 필요한 시설만 준비된 느낌입니다.
이런 식으로 만나는 한글은
전혀 안 반가운데 ^^;;
출발 신호기가 진행(청신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곧 타카오카행 열차가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역 규모에 비해 승객이 많습니다.
열차에 오르기 직전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아마하라시라는 역의 이름표를 담았습니다.
IV. 도카이·호쿠리쿠 대순환 대장정의 끝을 향해
히미선 열차는 다시 타카오카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안 그래도 쨍한 주황색 열차인데 정면에 노을을 정확하게 받고 있습니다.
선로 위쪽에 있는 타카오카역 대합실로 올라왔습니다. 여기서도 타테야마 연봉의 모습은 확인할 수가 있었네요. 해가 넘어가기 직전이라 좀 흐리긴 해도 옅은 주황색으로 산이 물들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도쿄로 돌아갈 방법을 잠시 고민했습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죠하나선 열차를 타고 신타카오카역으로 가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이곳 타카오카역에서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선 열차를 타고 도야마역까지 간 다음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는 방법도 있습니다.
▲ 521계 전동차,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선
사실 고민 별로 안 했습니다 ㅋㅋ 올 때와는 다른 길로 되돌아간다, 이것이 철덕의 기본 마음가짐 아니겠습니까? 도야마역까지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선 열차를 이용해 가보기로.
그나저나 노선 이름이 특이하죠? 지금 타보려 하는 노선은 JR이 아니라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라는 이 지역 중소 사철의 노선입니다. 2015년 호쿠리쿠 신칸센이 개통하면서 원래는 JR의 호쿠리쿠 본선이었던 구간 중 일부(100.1km)가 이 회사에 넘어가게 됐고,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운영되고 있는 것이랍니다. JR서일본은 오늘 타봤던 죠하나선과 히미선도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로 넘길 예정이라 하네요. 뭐... 좀 과격하게 말해서... 'JR서일본은 돈 되는 노선만 운영하겠다'랄까... 그런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KTX가 새로 개통한다고 해서 KTX 운행 구간과 나란한 기존선 운영을 코레일이 다른 회사로 넘겨 버리지는 않으니, 우리로서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야마역까지 이동하면서 운전실을 촬영해 봤습니다. 이것저것 한국 전동차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도 많고, 저건 뭐지 싶은 것들도 많네요. 그래도 오늘 탔던 디젤동차나 어제(3일차) 탔던 에노덴에 비해서는 신형 전동차라서 그런지 큼직한 모니터도 달려 있습니다.
기관사의 왼쪽 어깨 너머로 교직절환 스위치(ADS)가 보입니다. 지금 타고 있는 521계 전동차가 교류 구간과 직류 구간에 모두 입선할 수 있는 교직겸용 전동차란 뜻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 1호선, 4호선에 투입되는 전동차들처럼 말이죠. 1호선 청량리 - 회기, 남영 - 서울역, 4호선 남태령 - 선바위 구간에서는 "전력공급방식 변경으로 객실 내 냉난방 장치와 일부 조명이 꺼집니다"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잠시 일부 객실 기기가 꺼지고 전동차는 동력 없이 관성에 의해 굴러가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기관사가 취급하는 스위치가 바로 저 교직절환 스위치입니다. 저걸 앞에 있는 구간에서 사용하는 전력공급방식으로 바꿔주는 거죠. (1호선 서울역~청량리, 4호선 남태령~진접 : 직류 1,500V 공급 / 1호선 나머지 구간, 4호선 남태령~오이도 : 단상 교류 25,000V 60Hz 공급)
우리나라의 교직겸용 전동차와 521계 전동차의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교직겸용 전동차는 직류 1,500V와 단상 교류 25,000V 60Hz에 대응하는데 521계 전동차는 직류 1,500V와 단상 교류 20,000V 60Hz에 대응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운전실 바로 뒤에서 운전실 구경을 하면서 왔더니 벌써 도야마역에 도착했네요. 내리기 직전 521계 객실을 담아줍니다. 등받이를 밀면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는 크로스시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까지 운행했던 디젤동차인 CDC 통근열차에서 사용하던 방식과 같습니다.
내려서도 한 컷 찍어줍니다. 사실 이 521계 전동차는 JR서일본이 엄청나게 많이 굴리고 있는 223계 전동차와 판박이입니다. 직류 전용인 223계 전동차의 교직겸용 버전일 뿐이라 봐도 될 정도로 똑같이 생겼습니다.
▲ JR서일본의 223계 전동차
여기서 잠시 푸념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JR패스는 원칙적으로는 JR 노선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JR패스로는 케이큐, 케이세이, 케이한, 도쿄메트로 같은 사철 노선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타카오카역에서 도야마역까지 이용한 아이노카제 도야마 철도선도 JR 노선이 아니므로 별도의 승차권을 구매해 타고 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타카오카역에서 도야마역까지 중간에 내리지 않는 조건이면 JR패스로도 이 노선을 이용할 수 있었더라고요... 간혹 몇몇 노선은 사철 노선인데도 JR패스로 이용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이 노선이 딱 그 경우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괜히 돈 내고 탔네요 ㅎ;;
해가 져서 어느덧 하늘은 푸르스름해졌습니다. 도야마역 밖으로 나와 잠시 역 주변 풍경을 담았습니다.
도야마역에는 트램이라 부르는 노면전차도 운행합니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위례선 등에서 60년대에 사라졌던 트램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여기도 어김없이 토요코인 호텔
농담 아니고 일본에서 토요코인 호텔은
웬만한 역 주변이면 다 있습니다.
잠깐 둘러봤으니 다시 신칸센 타러 ㄱㄱ
당초 계획으로는 도쿄로 돌아갈 때 신타카오카역에서 19:19에 출발해 도쿄역에는 22:12에 도착하는 하쿠타카 576열차를 타려고 했지만
도야마역을 19:40에 출발해 도쿄역에 21:56에 도착하는 카가야키 516열차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카가야키는 호쿠리쿠 신칸센 최속달 열차로 하쿠타카 열차보다 더 늦게 출발하지만 도쿄역에는 더 빨리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었거든요. 원래 가지고 있던 하쿠타카 지정석 티켓을 역무원에게 요청하여 카가야키 지정석 티켓으로 바꿨습니다. 어차피 JR패스를 쓰니까 뭘 타든 추가금은 없습니다.
도야마에서 도쿄까지 단 네 정거장이면 충분한 미친 쿨함의 카가야키...! 우리나라로 치면 서대동부, 용익광, 청만강 같은 열차인 셈입니다. 이에 비해 하쿠타카 열차는 완행열차급 정차역 수(도쿄까지 열두 정거장)를 가져서 더 일찍 출발하면서도 더 늦게 도착합니다.
도야마역 상점에서 먹을 걸 좀 샀습니다. 사실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 속에 장거리 이동을 하느라 음료 말고는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ㅠㅠ 요코하마에 있는 호텔 복귀하자마자 까먹을 생각으로 좀 많이 샀네요.
재래선 도야마역에는 JR도카이 색깔의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아마 나고야에서부터 온 특급 히다가 아닐까 합니다. 나도 오늘 아침 나고야를 지났는데 반갑구만~
도야마역 역명판을 찍어줍니다. 이제 신칸센에 오르면 호쿠리쿠 지방을 떠나 다시 일본의 수도권으로 들어갑니다.
원래 타려고 했던 하쿠타카는 사진만 찍고 보냅니다.
마침내 도쿄까지 함께 갈 카가야키 516열차 도착! 웬만하면 안 자려고 했는데 좌석에 앉자마자 참을 수 없는 졸음에 그만 로그아웃을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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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도쿄역에서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내립니다. 내리기 전에 타고 온 객실 사진이라도 한 컷...!
V. 진짜 마지막 JR패스 뽕 뽑기
마침내 도쿄에 돌아왔습니다. 도쿄역 마루노우치 북쪽 출구에 잠시 들러 사진을 담았습니다. 호쿠리쿠 신칸센 최속달 열차인 카가야키를 타고 온 덕에 도쿄역의 야경을 남길 시간을 약간 벌었습니다.
일본인들에게도 도쿄역의 내부가 꽤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중간중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더랍니다. 일본어 쓰고 있었으니 전부 일본인이었겠지...?
도쿄에 온 게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만 도쿄역은 인제야 처음으로 찍어봅니다. 아, 도쿄역은 과연 밤에 봐야 제맛이라더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일본의 심장에
내가 왔노라
웬만하면 제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은 잘 안 남기는데, 여기서만큼은 제 셀카를 남겼습니다.
갤럭시 AI 성능 좋네요 ㅎ
이렇게 생겼으면 얼굴 안 가렸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도쿄역에서 가장 부러운 점은 바로 이 넓고도 넓은 광장입니다. 우리의 서울역도 역사(驛舍) 자체는 꽤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멋진 역사(驛舍)를 서울의 야경과 함께 조망할 드넓은 광장이 있지는 않은 게 늘 아쉬움입니다.
이제 볼 건 다 봤네요 ㅋㅋ
마침내 돌아가야죠,
처음 출발했던 요코하마로!
도쿄역 도카이도 신칸센 구역으로 들어왔습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인데 웬일로 한산합니다.
그 이유는 도쿄역을 출발하는 도카이도 신칸센 열차가 딱 한 대, 지금 모니터에 보이는 미시마행 코다마 815열차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걸 타고 신요코하마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길고 길었던 4일차 도카이·호쿠리쿠 대순환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그나저나 열차번호 815라는 숫자가 한국인에겐 상당히 상징적인 숫자인데 이걸 도쿄역을 떠나는 마지막 하행 신칸센에서 보네요 ㅋㅋ
마지막으로 신칸센 아이스크림
한 번 더 사먹었습니다.
낮에 호쿠리쿠 신칸센에서 샀던 거랑 똑같은 말차맛으로 샀습니다. 도카이도/산요 신칸센에서는 차내 판매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신칸센 아이스크림 스쟈타를 먹으려면 승강장에 있는 자판기를 써야 합니다.
낮에 호쿠리쿠 신칸센에서 샀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부드럽게 잘 퍼집니다. 아이스크림 관리(?)는 JR동일본보다 JR도카이가 더 잘하네요 ㅋㅋㅋ
막차 탑승을 앞두고 아쉬운 마음에 뭐라도 더 찍어봅니다. 하행 막차만 남은 지금은 승강장에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제 문이 열렸네요. 진짜 귀가만 남았습니다! 소심하게 작은 A가 붙은 N700A계가 걸렸습니다. 원래 N700계였는데 N700A계로 개조된 차량입니다. 개량 버전 N700A계가 나오면서 기존 N700계를 모두 N700A계로 개조했는데, 그렇게 개조해서 N700A계 스펙이 된 차량은 A가 큼직하지 않고 작게, 소심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소심한 N700A 또는 N700a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차량입니다.
드디어 신요코하마역에 도착했습니다 ㅠㅠ 여기서도 타고 온 코다마 815열차가 하행 막차라서 전광판에는 어떤 정보도 뜨지 않고 있습니다.
신요코하마역에서 도카이도 신칸센 하행 첫 열차를 타고 시작한 하루였는데, 신요코하마역 도카이도 신칸센 하행 마지막 열차를 타고 복귀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오타쿠는 수미상관에 약한 법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숙소 도착하자마자 도야마역에서 산 연어덮밥을 폭풍 흡입했습니다. 꼭 케이크 같은 모양이라 동봉된 플라스틱 칼로 잘라가면서 먹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굶다가 먹어서 혓바닥에서 자동 보정이 된 건지 상당히 맛있었어요...! 그리고 먹으면서 뒤늦게 깨달았는데 사진에 있는 저 납작한 케이크 모양 연어덮밥이 2개 들었더라고요 ㅋㅋ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데 밑에 하나가 더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쩐지 1인분 치고 꽤 비싸다 생각했는데 2인분이었습니다 ㅋㅋㅋ 별 거 아닌데도 이 사실이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지금 다시 검색해 보니 연어가 아니라 송어였네요. 뭐 그게 그거지만 ㅋㅋㅋㅋ
그렇게 깊어가는 마지막 밤★
< 4일차 통계 >
- 철도 이동거리 : 1070.2km
- 도보 이동거리 : 16.43km
- JR패스로 절약한 교통비 : 35,050엔
< 누적 통계 >
- 철도 이동거리 : 2616.3km
- 도보 이동거리 : 52.52km
- JR패스로 절약한 교통비 : 69,020엔
* JR패스 가격 50,000엔 넘기기 성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