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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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I. 샤워카드를 사수하라!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 요나고역 출발 대기 중인 이즈모시행 보통열차
여행 2일차인 4월 11일, 오늘은 요나고를 떠나 도쿄까지 가는 날입니다. 저는 도쿄까지 일본에 마지막으로 남은 정규 침대열차 선라이즈 이즈모를 타고 갈 예정입니다.
▲ 이즈모시역에 막 도착한 모습
그런데 지난 게시글에서 저는 도쿄와는 정반대 방향인 이즈모시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즈모시역을 출발해 도쿄로 가는 선라이즈 이즈모는 어차피 요나고를 지나갑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간을 들여 이즈모시역까지 간 이유는 뭘까요?
▲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는 샤워카드
그것은 바로 이 샤워카드를 사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의 침대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도쿄~이즈모시)와 선라이즈 세토(도쿄~타카마츠/코토히라)는 열차 안에 샤워실이 있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샤워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승객이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샤워카드를 소지한 승객만이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지요... 열차의 가장 높은 등급 객실인 A침대 이용객에게는 이 샤워카드가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그 이하 등급 승객(B침대, 노비노비)에게는 샤워카드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A침대 예매에 실패해서 B침대 객실을 이용할 건데, 따라서 샤워를 하려면 열차 안에 있는 샤워카드 자판기에서 샤워카드를 구입해야 합니다.
"씻으려면 샤워카드 구입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굳이 이즈모시역까지 가는 거랑 뭔 상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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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유는 이 샤워카드가
= 20매 내외의 극소량만 =
판매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샤워카드의 수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열차의 출발역에서 샤워카드는 이미 매진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중간역인 요나고역에서 타면 샤워카드는 아예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한 거죠... 이것이 굳이 요나고역에서 타지 않고 선라이즈 이즈모의 출발역인 이즈모시역까지 온 이유입니다. 애초에 출발역에서부터 샤워카드 자판기와 가장 가까운 출입문 위치에서는 열차 시각 한참 전부터 긴 줄이 생긴다고 합니다. 암묵적인 샤워카드 쟁탈전인 것이죠.
▲ 18:57 東京, 이 차를 타야만 한다!
여튼 제가 탈 선라이즈 이즈모는 이즈모시역을 18시 57분에 출발합니다. 그러나 저는 요나고에서 부지런을 떨어 열차 출발 거의 1시간 전에 이즈모시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전광판에는 두 번째 순서로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東京, 도쿄보다 부산이 더 가깝고 신칸센이 있는 것도 아닌 이 동네에서 쉽게 보기 힘든 멀고도 먼 목적지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1시간이나 일찍 가서 대기한 보람은 있었냐고요?
▲ 선라이즈 이즈모 4호차 승차 위치
네 ㅋㅋㅋ 제가 무려 1등이었습니다. 한국산 뉴비 철덕이 본진을 털었네요. 선라이즈 이즈모의 샤워카드 자판기는 3호차에 있지만, 3호차 출입문보다 4호차 출입문이 자판기에 더 가까워서 4호차 승차 위치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 필요 없는 소리고, 무려 1시간 전에 온 저보다 먼저 줄을 선 사람은 없었습니다 ㅋㅋㅋ
"이거 확 그냥 내가 20장 사재기해서
10배 가격으로 폭리 챙겨도 되는 부분?"
"뭐? 독도가 어디 땅이라고?
에밀리아땅?
너 샤워하기 싫어?"
.
.
.
아, 물론 다 상상만 해봤습니다 ㅋㅋㅋ 제가 진짜로 저랬으면 무사히 귀국하긴 어려웠겠죠(?). 제가 이 4호차 승차 위치에서 대기하기 시작하니 금세 제 뒤로 두세 명 정도가 줄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저보다 더 일찍 도착한 사람들 같았습니다. 더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1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는 좀 뭐하니 딴 데서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 그런데 갑자기 웬 놈이 나타나 눈치게임을 시작하니 부랴부랴 줄을 선 것 같았습니다 ㅋㅋㅋ
선라이즈 이즈모를 기다리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는 이즈모시 종착 특급 야쿠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2일차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381계 전동차와 함께합니다.
오잉? 비행기가 같이 찍혔네요. 이곳 이즈모시(市)는 제가 들어온 요나고시(市)와 고작 50km~60km 정도 떨어진 도시입니다. 그렇지만 이즈모시(市)에도 이즈모 공항이 따로 있습니다. 이번 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는 요나고 공항이나 이즈모 공항에서 도쿄(하네다)로 가는 일본 국내선 항공편도 잠시 생각했습니다. 가격으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일본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철도를 이용해 한~참 가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었거든요.
네, 하지만 저는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저는 그냥 저만의 낭만을 따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애초에 저는 바다 건너 이웃나라까지 와서 남들이 가는 관광지는 관심도 없고 기차 사진만 주구장창 담는 사람인 걸요.
이즈모시 종착 특급 야쿠모는 반대 방향으로 오리카에시(제자리반복) 하지 않고 승강장을 빠져나갑니다. 차량기지로 입고하는 건지, 아니면 잠깐 회차선으로 들어가는 건지 지금 서 있는 4호차 승차 위치에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깐이라도 이탈하는 순간 제 샤워카드 구입 순서는 저~ 뒤로 밀릴 테니까요.
반대편 승강장으로는 요나고역까지 운행하는 보통열차도 들어왔습니다. 키하 126계 기동차로, 생긴 건 전동차 같지만 디젤동차입니다. 큼직한 창문이 인상적입니다.
카메라 렌즈의 줌을 최대로 하여 맞은편 키하 126계 기동차의 창문에 어렴풋하게 비친 제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사실 제 모습보다도 제 뒤로 줄 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이런 꼼수를 써봤습니다. 좀 흐리긴 한데 줄이 보이시나요? ㅋㅋ
때가 되니 드.디.어...! 도쿄까지의 멀고 먼 길을 책임질 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285계 전동차가 들어옵니다. 하쿠비선을 경유해 도쿄까지 간다는 행선판을 달고 있네요. 열차는 여기서 교토까지 산인 본선을 경유하여 이즈모시 > 요나고 > 돗토리 > 도요오카 > 교토 이렇게 이동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지 않고 하쿠비선을 경유해 이즈모시 > 요나고 > 니미 > 오카야마 > 히메지 > 고베 > 오사카 > 교토 루트를 탑니다. 아무래도 수요처가 될 대도시들이 동해와 인접한 해안보다는 세토내해 방향에 있어서 그렇게 루트가 잡힌 것 같습니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3호차 방향으로 꺾어서 샤워카드를 구입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이곳저곳 사진을 남깁니다 ㅎㅎ 출발 시각 전에 여유롭게 열차가 들어온 덕에 사진을 몇 장 남길 수 있었습니다.
II. 밤을 달리다
산인 지방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선라이즈 이즈모 285계 전동차의 앞모습을 이즈모시역과 함께 담아줍니다. 한국에서도 타본 적 없는 침대 열차, 그리고 무려 12시간을 넘는 소요시간! 기대감과 두려움 사이 어딘가의 감정을 느끼면서 열차에 다시 올랐습니다.
▲ 부전역 출발 대기 중인 야간열차(2013년)
여기서 잠시 여담으로, 한국에서는 이제 침대차는커녕 야간열차 자체를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선라이즈 이즈모를 타고 도쿄로 오는 내내 서울의 청량리역과 부산의 부전역 사이를 오가던 야간 무궁화호 생각이 났습니다. 부전역에서 밤에 청량리행 무궁화호에 오르면 다음날 수도권 전철 첫차 시간대에 청량리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면 부산에서 굳이 숙박을 하지 않아도 부산 지역 당일치기(혹은 무박2일) 철덕질이 가능했었습니다. 소요시간은 무려 8시간이었고요. 당연히 침대차가 아닌 일반 무궁화호 객차로 운행하는 열차였기에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고 몸은 고단했지만, 그럼에도 자꾸 이용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열차였습니다. 지금도 청량리역과 부전역 사이를 운행하는 중앙선/동해선 무궁화호는 하루 2왕복 존재하지만, 모두 주간열차로만 운행합니다. 중앙선과 동해선 선로 개량으로 소요시간은 6시간 남짓으로 팍 줄었고요.
자, 일단 선라이즈 열차의 가장 하위 등급 객실인 노비노비석을 체험하러 들어왔습니다. 노비노비 좌석은 노비처럼 대우 받으면서 가는 좌석으로 침대나 별도의 개인실이 아닌 찜질방 수면실 같은 마루 구조입니다.
저는 이미 요나고역부터 도쿄역까지 B침대 싱글 트윈 객실을 예매했지만, 그 전에 이즈모시역부터 요나고역까지는 노비노비석을 이용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열차의 진정한 낭만이라 할 수 있는 게 이 노비노비석이고, 언제 또 이용이 가능할지 모르는 침대 열차이므로 이번 기회에 노비노비석과 침대 객실 모두를 체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노비노비석은 머리를 두는 쪽에 칸막이가 있어서 최소한의 사생활은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노비노비석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천장 높이가 낮아서 머리를 박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ㅋㅋㅋ 저도 1시간 남짓 짧은 노비노비석 체험 동안 머리를 몇 번이나 박았는지 모릅니다... 검표하러 온 승무원 아저씨 앞에서도 머리를 제대로 박아서 승무원이 "ㅋㅋㅋ다이죠부데스까??" 하시더군요 ㅎ...
노비노비석은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찜질방 수면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분이라면 선라이즈 이즈모/세토의 노비노비석 정도는 괜찮을 듯? 아닌가, 12시간을 이용하려면 느낌이 또 다르려나? 그리고 아주 얇은 이불만 제공됩니다. 겨울에 탄다면 침낭을 챙기는 게 아무래도 좋겠네요. 콘센트는 있긴 한데 승객 수만큼 있는 게 아니고 객차 양끝단 복도에만 있어서 이용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노비노비석을 이용할 때는 전자기기는 미리 충전을 하고 타든가 보조배터리를 사용해야 좋을 듯 합니다.
노비노비석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에 승무원이 열차를 돌면서 검표를 시작했습니다. 승무원이 제게 요나고역까지 가는 거 맞냐고 묻길래 저는 침대권을 같이 보여주면서 아니다, 도쿄까지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요나고역까지의 노비노비석 티켓과 요나고역부터 도쿄역까지의 B침대 싱글 트윈 티켓을 같이 보여준 것이죠. 순간 승무원 아저씨께서 지었던 그 오묘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약간 그...
"왜 굳이 그렇게 타냐...?"
이런 느낌의 표정 ㅋㅋㅋ 침대 객실 예매 성공했으면서 뭐하러 굳이굳이x100 요나고까지 1시간은 노비노비석으로 이동하냐는 듯한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제가 여권이랑 JR패스를 같이 보여드렸기에 한국 사람이라는 건 아셨을 거고, 제가 일본어를 못 한다고 미리 밝혔기에 말이 통하지 않으니 굳이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자, 암튼 그새 열차가 요나고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부터는 저도 침대 객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침대칸으로 이동합니다.
제가 이용할 B침대 싱글 트윈 객실로 가다가 문이 열려 있는 방이 있길래 사진을 한 컷 남겼습니다. 아마도 이 객실은 B침대 싱글 객실 같습니다.
자! 여기가 바로 도쿄까지 제 숙소가 되어줄 B침대 싱글 트윈 객실입니다. 아무래도 호텔방을 생각하면 매우 좁긴 합니다 ㅋㅋ 침대가 위아래로 하나씩 두 개가 있지만 저 혼자 쓰는 개인실입니다. 물론 일행이 있다면 추가금을 좀 더 내고 둘이서 써도 됩니다. B침대 트윈 객실 중에는 침대가 이렇게 위아래가 아니라 양옆으로 두 개 놓인 객실도 있습니다. 그런 객실은 제가 이용한 싱글 트윈 객실보다 아무래도 좀 더 넓고 쾌적합니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1층은 의자로 쓰고 2층에서 자는 것도 재미죠.
파자마가 제공되지만 입지는 않았습니다.
슬리퍼도 제공됩니다. 혼자 쓰는 개인실이지만 둘이서 쓸 수도 있기에 파자마와 슬리퍼도 2개 세트씩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이 슬리퍼 덕분에 열차 안에서 화장실 가거나 씻으러 갈 때 땀과 발냄새에 찌든 신발을 다시 신을 필요가 없어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꽤 아늑했습니다!! 옷걸이도 있어서 외투를 걸어둘 수 있었고요. 특히 2층 침대의 태평양처럼 넓은 창문으로 내다 보는 바깥 풍경은 최고였습니다!
문을 닫으면 이렇게 거울도 있습니다.
(?)
커튼은 반투명하게 비치는 소재가 아니라 확실하게 가려지는 소재였습니다. 여기서 좀 웃긴 게, 1층 침대 커튼은 손으로 직접 내리는 방식인데 2층 침대 커튼은 좌측 SOS 버튼 우측 검은 버튼을 눌러 올리고 내리는 전동형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걸 모르고 2층 침대 커튼도 손으로 힘겹게 올리고 내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전동기 고장날 수 있으니 절대 2층 침대 커튼은 손으로 내리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었습니다 ㅎ;; 다행히 금세 깨달아서 고장내지는 않았습니다, 휴우...
당연히 잠금장치도 있습니다. 이 잠금장치는 밖에서 들어올 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도어락 방식이라 좋았습니다. 도난 위험도 없다~ 이거죠 ㅋㅋ
짐과 소지품을 둘 약간의 공간도 객실 출입문 위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2층 침대로 올라가는 계단 한켠에는 제일 중요한 콘센트도 있었습니다! 다만 2A 콘센트라서 핸드폰 충전이 한 세월 걸리는 ㅋㅋㅋ 뭐... 충전 속도가 느려도 어차피 도쿄까지 한 세월을 가야 하니까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A침대 객실은 15A짜리 콘센트를 준다고 하던데...
짐 정리를 대충 마치고 드디어 2층 침대에 누워봤습니다. 열차가 덜컹거리고 흔들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태평양처럼 넓은 창문...! 객실 불을 다 껐을 때 이 드넓은 창문 밖으로 보이던 이름 모를 도시의 불빛은 한동안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게 만들더군요. 카메라로는 원체 빛이 부족해서 그 장면이 잡히지 않아 기록을 못 남겼습니다. 오직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에... 근데 이즈음에서 잠시 이벤트 발생... 쇼야마역 진입을 앞두고 갑자기 열차가 급정거하더니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었습니다.
"아 제발... 별 일 아니라고 해주라..."
급히 JR서일본 홈페이지에 들어가 실시간 운행정보를 조회하니 우리 앞에 가는 특급 야쿠모도, 그리고 우리 열차인 선라이즈 이즈모도 모두 모종의 이유로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ㅎ;; 번역이 매끄럽지가 않아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아무래도 장애요소(사람이나 야생동물과의 접촉 등)가 있었나 봅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어 설마 모두 내려서 대체 운송수단 이용하라고 하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히 열차는 운행을 재개했습니다. 20분 정도 지연되면 뭐 어떻습니까~ 남는 게 시간입니다.
다시 열차는 잘 갑니다. 안도감에 배가 고파지더군요. 1층 침대에 앉아서 어제(1일차) 샀던 에키벤 2개를 순식간에 쿰척쿰척 까먹었습니다. 선라이즈 열차에서 먹으려고 미리 사뒀던 것은 아니고 원래는 1일차에 호텔 안에서 먹으려고 샀지만 이내 먹음직스런 식당을 발견해 식사를 해결하는 바람에 2일차까지 남겨둘 수 있었던 겁니다 ㅋㅋㅋ 그러고는 또 정작 2일차엔 내내 특급 야쿠모 사진을 남기겠다고 종일 쏘아다니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 했습니다. 2일차 하루 종일 쫄쫄 굶었던 설움을 이 선라이즈 열차 객실에서 에키벤 2개로 풀어냅니다. 맛있더라고요 ㅋㅋ
어느덧 열차는 하쿠비선을 완주하여 오카야마역에 닿았습니다. 작년 11월 철분 보충 때 한동안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줬던 추억이 많은 도시입니다. 오카야마역에서는 타카마츠에서 온 선라이즈 세토와 병결합니다. 네, KTX-산천이나 ITX-마음 등에서 볼 수 있는 복합열차 방식인 거죠.
(모녀 사이의 오붓한 시간)
잠옷의 상태가?!
흠... 이제 씻으러 갈까요?
조금 누워 있다가 열차가 히메지역에 닿을 즈음에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선라이즈 이즈모의 샤워실은 3호차에 있고, 선라이즈 세토의 샤워실은 10호차에 있습니다. 참고로 A침대 이용객들에게는 A침대 전용 샤워실이 각각 4호차, 11호차에 존재합니다. 거 A침대 승객만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오?!
샤워실로 가면서 샤워카드 자판기를 한 번 슥 봅니다. 이미 샤워카드는 동난 상태였습니다.
대망의 샤워실 공개!! 다행스럽게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샤워실에는 헤어드라이어랑 샴푸, 바디워시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수건, 칫솔, 치약, 면도기는 제공되지 않으니 미리 챙기셔야 합니다.
이렇게 생긴 기기에 샤워카드를 꽂으면 샤워실 사용 준비 완료입니다! 저 샤워카드는 샤워 후 나갈 때 다시 받을 수 있으니 기념품 느낌으로 샤워카드를 2장씩 구입하는 행위는 하지 맙시다 ㅎㅎ... 그러면 누군가 1명의 샤워 기회를 뺏는 것입니다.
샤워카드 1장에 물은 6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6분 ㅋㅋㅋㅋㅋㅋ... 신병교육대에서도 조교가 15분은 씻게 해줬는데 ㅎ;; 그래도 다행인 건 샤워실 이용 시간이 6분 제한인 게 아니라, 물이 분사되는 시간만 6분 제한이라는 점입니다. 녹색 START 버튼을 눌러 물이 필요할 때만 잠깐 물을 틀고, 물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빨간색 STOP 버튼을 눌러 물을 끄는 식으로 쓰면 됩니다.
열차 안에서 씻는 건 굉장히 힘겨웠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와중에 몸에는 물, 샴푸, 바디워시 거품이 묻어 굉장히 미끄러웠거든요. 균형을 유지하는 것부터가 상당히 힘든데 머리 감고, 세수하고, 이 닦고, 몸 다 헹구고 ㅋㅋㅋ 근데 쓰러지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건 물 사용시간 6분 제한 이놈이었습니다... 6분 안에 다 씻는 거, 이게 진짜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나마 머리가 짧고 군대식 전투샤워(?)에 익숙한 남정네들이면 모를까 머리가 긴 여성분들의 경우엔 6분 안에 씻기가 정말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뭐, 그래도 알뜰하게 1초도 남기지 않고 샤워를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물만 바른 거 아님
씻고 나와서 열차의 공용공간에서 잠시 숨을 돌립니다. 선라이즈 이즈모의 3호차, 선라이즈 세토의 10호차에는 이런 공용 공간이 있습니다. 보통은 침대 객실 승객보단 노비노비석 승객들이 이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여기서 잠깐 시간을 때우다가 객실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암튼 뽀송뽀송한 상태가 되어 다시 객실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보렵니다 ㅋㅋㅋ
한국 사람들이 정말 사랑하는 여행지 오사카까지 왔습니다. 오사카까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인 교토부터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오사카 이후부터 아마 잠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잘지~
III. 열차에서 맞이하는 아침
끄응... 아침 6시, 설정했던 폰 알람이 울립니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잠 한 번 안 깨고 거의 완벽한 잠을 잤습니다. 조금만 더 잤으면 좋으련만! 다행히 간밤에 씻은 뒤 머리를 말리고 자서 머리가 뻗치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마도 요코하마 근처였던 것 같습니다. 종점인 도쿄역 도착까지는 이제 1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는 드디어 익숙하게 생긴 일본 수도권의 E231계 전동차가 보입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도쿄에...!
선로가 점점 많아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전동열차도 비교적 익숙하게 생긴 놈들 뿐입니다 ㅋㅋ 도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짐을 다시 챙기고, 옷도 갖춰 입고 내릴 준비를 합니다.
지난 12시간 동안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객실을 나가려니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넓지는 않았어도 아늑했습니다!
마침내
도쿄에
내가 왔노라
.
.
.
< 선라이즈 이즈모 >
- 철도 이동거리 : 953.6km
- JR패스로 절약한 교통비 : 12,210엔
< 누적 통계 >
- 철도 이동거리 : 1226.7km
- 도보 이동거리 : 21.53km
- JR패스로 절약한 교통비 : 20,820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