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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신문 | 등록일 : 2018-04-11 00:17:31 | 글번호 : 9659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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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인터뷰] #Me_Too, “나도 당했다”를 넘어서 “이젠 싸우겠다”는 목소리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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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법·정치의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_Too) 운동은 이 사회의 오래된, 그리고 광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리가 속한 대학, 혹은 연구 공동체 역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번 호 본지에서는 미투의 역사와 현안 등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살펴본다

 

 

#Me_Too, “나도 당했다를 넘어서 이젠 싸우겠다는 목소리들의 연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폭로 이후 두 달 가량이 지난 지금, 미투운동은 한국 사회 전체를 망라하며 확산 되고 있다. 이제 미투는 한두 사람의 가해자를 넘어,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사회구조를 겨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다양한 영역에서의 증언을 가능하게 한 계기는 무엇일까. 분명 지금의 미투는 그 범위와 산출되는 효과 측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가시화되지 못한 채 소진된 미투의 전사(前史)들이 있지 않았을까. 또한 지금의 미투가 문제 삼는 구조란 무엇이며, 이를 바꾸기 위해 무엇이 수반되어야 할까. 이번 호 본지에서는 페미니즘 이슈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 온 페미니즘 연구자 권명아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만나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투운동의 전사(前史)미투의 현재적 의미

국내 미투운동의 계보를 그릴 수 있다면 어떤 지점들에 주목할 수 있을까. 한국 미투운동의 시작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사회를 뒤흔든 미국의 미투운동에 영향 받은 바 크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전부터 미투운동과 궤를 함께하는 역사들이 축적되어왔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한국 미투운동의 전사(前史)에 대한 권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전사로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문단 내 성폭력 폭로뿐만 아니라 ‘#○○__성폭력이라 해서, 오타쿠, 사진계, 미술계 등 굉장히 광범위하게 진행된 바 있죠. 해시태그 운동이 주춤할 즈음에 미국의 미투운동과 서지현 검사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동력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이것을 전사로 볼 것이냐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시 공론화되고 있는 고() 장자연 씨 사건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문제제기하고 국면화하고 싶어 했던 사건이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에 피해 사실 폭로 이후 자기 평생을 걸고 운동을 해오고 계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의 면면, 사람들이 피해자 발언에 반응하는 방식과 백래시(backlash) 등이, 슬프게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문제는 여성들의 수치로 여겨져 공론화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고, 또 문제로 떠올라도 빨리 잊어버려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 쉬웠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역사와 반복되는 문제 해결 방식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학습한 것들이 있었고, 이번 미투운동은 그 효과가 터져 나온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주지하듯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미투운동의 불씨를 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사라는 직위가 갖는 파급력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문제 해결의 최종적인 영역으로 전제되어 온 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하는 부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투를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논의 같아요. 이전의 해시 태그 운동 때도 그랬지만, 결국 문제 해결의 최종 심급은 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일단 한국의 성폭력과 관련된 법률이라는 게 굉장히 제한적이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도 그 법에 의존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죠. 비단 성폭력 문제뿐 아니라 시민운동, 인권운동 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서 검사의 폭로는 법 조직 내부에서 그 한계를 보여준 거잖아요. 그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 최종심급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이상이 바로 정치의 영역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하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폭력 해결 창구의 부재와 정치적 역량 성장의 상관관계

한편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해 왜 이제야 피해사실을 말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질문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 외의 다른 불순한의도를 가지고 성폭력 피해를 폭로했다는 프레임으로 전환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오히려 우리는 피해자들이 이제야 비로소 피해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게 한구조적 문제를 되물을 수 있어야만 하지는 않을까. 많은 피해자들이 폭력과 상처를 감출 수밖에 없게 했던, 혹은 사후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 우선 첫 번째로 이제야 말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으로 말은 해왔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들릴 수 있는 창구가 없었고, 그나마 존재하는 창구도 제도적으로 미비하거나 형식적이었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혹은 성차별 문제 등을 토로할 창구라고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요? 대학에는 양성평등센터가 있다지만, 그나마 전국 대학에 몇 개나 있나요? 공식적인 창구가 미비하고, 또 형식적인 것에 그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발언은 사람들에게 들리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SNS가 미투운동의 주된 창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이지 않을까요.

두 번째로 폭력의 사후적 인지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폭력의 상()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조차 없는 한국에서 사회 전반의 변화를 통해 그게 폭력이었구나를 깨닫는 사후적 인지가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주체화의 역량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성폭력에 노출되고 대응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역량이죠.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되묻고, 나아가 주변인, 혹은 사회의 역량을 가늠하는 것 말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이 문제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누가 피해 사실을 말하고 싶겠습니까? 피해자는 해결하고 싶어서 말하는 것이지 말하고 싶어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 점에서 미투를 나도 당했다로 번역하는 건 좀 맞지 않아 보여요. 미투는 피해를 공론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역량을 공론화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역량이 성장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나도 당했다가 아니라 이젠 싸우겠다는 것이죠. 앞서 말한 것처럼 이건 비단 서 검사의 폭로로 갑자기 형성된 역량이 아니라, 오랜 기간 여성들이 스스로 되묻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단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신뢰의 문제 같기도 해요. 내가 뒤로 넘어졌을 때 누가 받아준다고 믿어야 넘어질 수 있는 신뢰 게임 말입니다. 내 옆에 있는 친구만이 아니라 이 사회가 내 싸움을 도와줄 것이다’, ‘날 지지할 것이다라는 신뢰가 생기는 게 정치적 역량이 성장한 결과이겠죠.”

 

지속가능한 싸움을 위한 담론 투쟁과 이론 구축의 필요성

정치적 역량의 성장을 통해 미투가 이토록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면, 이와 같은 흐름을 유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경계하며 어떤 과제를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 “페미니즘 연구자로서의 제 과제이기도 한데요. 지금의 페미니즘 운동들, 특히 미투 운동은 기존의 개념틀, 특히 마르크스주의에서의 혁명이라는 개념으로는 포괄되지 않는다고 봐요. 혹은 환원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이론에 현실을 끼워 맞추기보다, 지금 벌어지는 운동에서 새로운 이론이 정초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운동들의 정치적 결사와 연대의 방식 중 핵심적인 부분은 비물질적 네트워크의 힘으로 발산된다는 점이죠. 물론 기존의 물질적인 여성 단체들과의 연계가 있지만 핵심은 비물질적 공간을 정치적 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형태의 정치적 투쟁을 본 적이 없잖아요. 다른 부문운동 같은 경우도 이렇게 비물질적 네트워크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결사, 연대의 방식을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게 한국에서 더욱 없죠. 아주 반대쪽에 일베가 있다면, 정반대의 해방적인 측면에 해시태그 운동이 있다고 봅니다.

SNS를 통한 운동의 역량들은 너무나 훌륭하게 가시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평가절하 하는 흐름들도 만만치 않게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공통의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미투 이전 ‘#○○__성폭력해시 태그 운동이 위축되고 소강상태에 빠지게 된 여러 요인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미투를 통해 다시금 형성된 운동들에 대해,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입장이 이론인 양, 사유인 양 운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태도를 넘어서는 운동을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미투운동의 영향력과 함께 미투운동에 대한 역공의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미 그 역사가 오랜 것이기도 한 역공의 기제는 피해자에게 꽃뱀이나 정치공작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진정한 미투불순한 미투를 나누기도 한다. ‘펜스룰을 주장하면서 직장 내 여성들과 단둘이 함께 있는 상황을 피하는 등 미투운동이 지향하는 바와 어긋나는 반응들도 나타난다. 이러한 미투 외부의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 물었다. “정치적 운동이 반작용 없이 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특히 더 집요하고, 정치적 입장을 가리지 않는 역공들이 나타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공격받으면 위축되고 멈춰버리게 되죠. 실제로도 현 사회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힘이 세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한 줌도 안 되는 페미니즘 관련자들이 열일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금방 무너지기가 쉬워요. 물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고, 인적 재생산 구조와 네트워크도 없습니다. 역량이 쌓이기 어려운 구조다보니 백래시가 왔을 때 쉽게 가라앉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 페미니즘의 관건은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즉 페미니즘의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이고 담론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싸워오면서, 세상 모두와 싸우기보다 계속싸울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래시와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계속 싸울 수 있는 역량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정치적 싸움으로서의 페미니즘에서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내부적으로는 빅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인 재생산과 담론 투쟁, 그리고 이론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이란 사람들이 사유할 수 있는 틀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 걸 만들어나갈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미투를 가로막는 대학원 내 재생산 구조 바뀌어야

마지막으로 본지의 주요 독자들이 터한 대학() 사회, 혹은 연구 공동체 내에서의 미투운동에 대해 물었다. 대학원 사회에서 미투운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며, 이에 맞서 미투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 재생산 구조는 정말 이상한 구조입니다. 마치 중세의 가문같은 구조이죠. 대학 안에서 무슨 문제가 벌어지면 삼족을 멸하는 싸움이 됩니다. 교수만이 아니라 밑에 있는 대학원 신입생까지 삼족을 멸하는 싸움이 벌어지는 거예요. 게다가 대학의 구조는 너무 심각하게 폐쇄적으로 되어있습니다. 취직도 가문을 통해서가 아니면 진입이 불가능한 이상한 구조입니다. 지도교수가 굉장한 지위를 갖는 건 이 가문 구조 때문이고요. 그런데 이 구조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상호 신뢰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요즘은 국가지원사업 등으로 인해 대학이 마치 기업처럼 되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이전에는 대학 안에서 인사권이나 취직정도만 문제였는데 지금은 몇 십 억이 오고 가는 준 기업이 된 거죠. ‘골품제로 운영되는 구조에 돈까지 개입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구조가 아닌 내부적인 재생산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기도 어렵고, 공론화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 제기하면 결론은 쫓겨나는 것이죠. 이런 재생산 구조를 바꾸어야 하고, 바꾸지 않으면 성폭력만이 아니라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

이은솔 기자 eunsol15@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5-14 02: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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