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김옥랑 등 소위 지식인이라 여겼던 사람들의 학벌 위조는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국민들의 불쾌 지수를 더욱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 학벌 위조 파문은 지식인 대열에서 멈추지 않고 학원가를 뒤집어놓았고 연예인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이번 학벌 위조 파문에서 “고려대학교”라는 이름은 수없이 미디어에 오르내렸다.  “디 워”로 이슈가 된 영화감독 심형래,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최고의 여배우로 떠오른 전도연이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학위를 허위로 기재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학교 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는데, 이를 잘못 기재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로써 우리 학교의 최고위과정의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최고위과정이란 무엇인가?

우리 학교에는 정책대학원, 언론대학원, 공학대학원 등 특수대학원에 최고위과정이 포함되어 있고, 경영전문대학원에도 역시 최고경영자과정이 개설돼 있다. 이 최고위과정에서는 기본적으로 각 분야의 특화된 지식을 가진 각계 각층의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하고, 이를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고 있다. 

경영전문대학원의 경우 이번 학기 63기, 정책대학원은 41기, 언론대학원은 27기 수강생을 모집했다. 한 학기 50~60명의 수료생을 배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굉장한 수의 수료생들이 이 과정을 거쳐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대학원 당 1500명이 넘는 수료자를 배출한 경우도 상당수다. 

수강생의 전문성을 길러준다는 최고위과정,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비난을 얻고 있는 것인가?

최고위과정의 가장 큰 특성은 수강할 수 있는 등록자의 자격 조건이 특수하다는 점이다. 정책대학원의 최고위 정책 과정의 응시 조건은 ‘정부, 정당, 기업체, 법조계, 공공기관, 문화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고위급 인사 및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분”이다. 이렇듯 최고위과정을 들을 수 있는 수강생들은 각 분야의 고위급 인사들로 한정되어 있다.

등록금 역시 최고위과정을 둘러싼 비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언론대학원의 경우 500만원, 정책대학원은 700만원을 내야 하는 등, 대부분의 최고위과정의 등록금은 500만원 이상을 웃돈다. 한 학기 수업이 15~16주, 일주일에 1~2회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이다. 이 때문에 각종 언론을 비롯한 대부분의 여론은 대학이 “명문대”라는 간판을 팔고 돈을 벌려는 속셈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최고위과정의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비판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몇몇 관계자들은 학교가 최고위과정으로 경제적 이득을 보는 면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최고위과정, 고위층의 인맥 쌓기용으로 이용돼

이러한 이유 때문에 최고위과정의 수강생들은 모두 사회의 고위층 인사들이다. 최고위과정의 숨은 목적은 고위층 인사들의 상호 교류를 위한 이익 증진으로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사실상 이들이 사는 것은 “학벌”이 아니라 “인맥”인 것이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 수강을 하면서 수업보다는 부부동반 세미나나 조찬모임, 해외 세미나 등 친목 도모 활동에 더욱 중점을 둔다. 500여 만원의 등록금 외에도 이러한 활동으로 총 2000여 만원 정도 지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고위과정에는 한 학기 출석률이 80%, 혹은 90% 이상 넘지 않으면 수료증을 발급하지 않거나 유급시킨다는 규정 등이 있다. 그러나 최고위과정의 수료자들에 따르면 이런 세칙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 측은 고위층인 수강생들이 우리 학교를 거쳐갔다는 것 자체가 학교 홍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최고위과정, 과연 사회악인가  

최고위과정이 모두 이렇게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로 공부를 할 수 없는 CEO 등이나 고위 간부들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대학원이 아닌 사회교육원에 포함돼 있는 ‘태권도 지도 경영 최고위과정’의 경우 등록금도 한 학기 90만원이다. 또한 태권도 사범이 태권도장 경영까지 함께 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교육 내용을 제공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순수한 지식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간판”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고위과정, 대학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지, 분명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