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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 토요일
오랜만에 소개팅에 설렌 나는 왁스부터 스프레이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경써서 샤워까지했다.
상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청계천 옆쪽 카페로 가는길..
이 설레임은 얼마만인가
언제쯤 한강에 뛰어내릴까만 고민하던때에 같은학교 후배의 뜸금없는 '오빠 여자친구있어요?'
당연히 없다는 대답에 '제 친구 한번 만나볼래요?'
저 물음에 여태껏 나는 내가 현자타임인줄알았지만 몸은 아니었는지 뇌를 거치지않고 나의 성대가 먼저 움직여 좋다고 대답을 했다.
상대방의 어떠한 정보도 없이....그렇다고 나름 연구실에서 쿨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구축한 나에게 후배를 붙잡고 어떤사람이냐 이쁘냐 이쁘냐고 물을 용기는 당연하게도 없었다.(그냥 찌질이 ㅎ)
그렇게 한창 설레여가고있을때 나는 약속장소에 다와가고있었다.
구석에서 담배하나를 피고 입에 사탕을 하나물고 다시 향수를 뿌리고 있을 무렵 어디냐는 후배의 카톡, 자기는 적당히 소개만해주고 나올테니 잘되든 안되든 바로 전화달라는 그 녀석...얼굴만 좀만 더 이뻣더라면 이 녀석을 만나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잠시 그녀와 후배가 같이 왔다.
소개팅녀의 첫인상은 깔끔했다.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여서 그런지 청바지에 자켓을 걸치고 좋아보이는 핸드백을 하나 들고왔다.
얼굴도 듣보잡 걸그룹이 2~3년하다 결국 해체한 그룹의 쩌리같은 느낌..(소녀시대로 치면 수영쯤되는 포지션)
인정하겠다 와꾸에서는 내가 졌다.
후배는 자기와 고등학교 친구라면서 그녀의 신상을 적당히 말해주고 나를 같은 연구실의 그나마 믿을수있는 웃긴오빠라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과 함께 바쁘다며 사라졌다.
어색함의 시간...아까 후배가 말해줬던 서로 신상을 파는 시간
그녀는 나보다 2살 어린 직장인이었다. 나에 대해서는 대충 언질을 받았는지 아니면 첫인상에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있었다는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어색함속에서도 나의 아가리는 나름 노오력을 했고 그녀를 피식피식 웃게 만들고있었다.
그렇게 서로 신상을 파며 이제 전초전은 끝났다. 서로의 취향과 취미를 물어보고있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얕디얕은 잡지식을 활용해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갔고 나의 취향인 90년대 영화와 구구돌스,u2같은 뮤지션을 대며 이정도면 문화인으로 보일려나 라는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그녀는 블랙스완이나 비긴어게인,원스를 얘기하며 재밌게 설명을 했지만 한번도 보지못한 영화...
그때부터였을까 불안감이 엄슴하기 시작했다.
왜였을까 팟수넷에서 본 개그가 하나 떠올랐다. 절대 떠올려서도 말해서도 안될 그 개그를 던졌다.
'혹시 싱글이세요?'
'네? 예..'
'전 벙글이에욧!'
말해놓고도 속으로 자책을 할때 그녀의 반응은 신기했다.
'저 이런거 되게 좋아해요 오빠'
이말이 시발점이었을까 이런 되도않는 개그에 웃어주는 그녀를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각종 개드립을 뇌를 거치지않고 막 내뱉었고 소개팅에 나간 사람이 아닌 그저 웃기러 나온 정신나간 미친놈이 되어있었다. (엥 핸드백말고 핸드프론트는없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나의 페이스를 찾아갈 무렵 이미 소개팅은 망했고
카페에서 나와 청계천 주변을 같이 걸을 무렵 망했음을 직감하고 이미 이 불씨는 죽었다는것을 깨닫고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다시 못볼거같죠?'
'예? 하하...'
'아쉽네요'
'좋은사람 만나실수있을거에요'
'예 수영씨도 좋은사람 만나세요'
그렇게 그녀와의 소개팅은 끝이나고 후배와 통화를 하며 망했다며 경과보고를 할 무렵
그녀도 이상황이 재밌는지 번호를 알려줄테니 다시 애프터 신청을 하보라는둥 이야기를 했지만 구질구질해보일뿐만아니라 이미 나의 몸은 마션을 보러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거같다.
ps. 싱글벙글 후기올린새끼 죽이고싶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7 06: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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