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본문과 관련이 없습니다?)


korrakun: 내가 대학 다닐 때 제일 재밌었던 기억은, 아침 7시 수업이 있었는데
내 옆에 앉은 애가 몬스터 에너지드링크를 자기 커피에 말 그대로 퍼부어넣더니
"난 죽을거야"라면서 그걸 다 마셔버렸던 거야.



graveyardhorse: 내가 아는 애는 물 대신 몬스터로 인스턴트 커피를 내렸어.
2시간 동안 3잔을 마셨지. 난 걔가 아스트랄한 세계로 승천했던 거 같아.



rukafais: 인류의 생존 가능성은 늘 경이로워



appropriately-inappropriate: TABI ANECDOTE

막학년이었을 때 나는 공대 석사과정 대학원생들이랑 살았어.
어느 날 밤에 기말과제를 다 끝내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수정본을 마아아아아악 저장하기만 하면 됐었지,
근데 하우스메이트의 고양이가 내 노트북 위에 꽃병을 엎은 거야.

원래는 문제가 안 됐겠지만 노트북 선이 온통 씹혀서(고맙다 코비)
전선이 다 드러나 있었단 말이야. 당연히 합선이 일어났고,
난 감전되지 않으려고 뒤로 몸을 날렸지.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났을 땐
내 노트북하고 내 외장하드가 고전압 때문에 튀겨져 버렸어.

진짜로, 튀겨졌다고. 그러니까, 희꺼먼 연기가 뭉게뭉게 솟고 그렇게.

나는 울먹이기 시작했지. 저게 내 최종 성적의 50퍼센트였으니까.

아흐마드가 말하길 "괜찮아,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거야.
나는 막 "대체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그랬더니 걔가 막 "나한테 노트북 하나 남는 게 있어."
"이거 낮 12시까지란 말이야!"

그랬더니 걔가 내 눈을 뚫어져라 정확히 쳐다보더니,
"도와주겠다고 했잖아. 가서 노트북 가져와."

그래서 다녀왔지. 1층으로 돌아오는데,
부엌에서 뭔가 화학스러운 '악취'가 나는거야.
들어가보니까 걔가 거기 있는데, 카페인 알약을 도자기접시 위에 놓고
유리잔 바닥으로 체계적으로다가 가루로 만들고 있고,
정기적으로 그 가루를 전기포트 안에 털어넣고 있더라고.
한편으로 걔 커피 전기주전자는 카운터에서 칙칙폭폭거리고 있어.

쳐다보고 있으려니, 걔가 커피 주전자를 가져와서는, 그걸 전기포트 안에 붓고,
그걸 다시 한 번 끓이더니 자기 터키식 커피 몇 개 그리고 남은 카페인 알약 가루를
그 안에 던져넣었어. 이제는 굉장히 불편하게 콜라 같아 보이는 그 안에다가.

잘 녹아들 때쯤엔 커피/타는 냄새가 너무 강해서
다른 하우스메이트 6명이 모두다 깨버려선, 다들 1층으로 내려와서
내 노트북을 쳐다보다가, 그 혼합물을 숨길 수 없는 공포와 함께 쳐다보다가 하고 있더라고.

아흐마드가 그 진흙 같은 걸 머그컵에 붓더니,
설탕 4큰술을 그 안에 넣어서 젓고는 내 쪽으로 밀어보냈어.

나는 어쨌든 마시든 안 마시든 죽을거란 걸 알았기 때문에,
이빨 사이로 가루덩어리를 걸러가면서 빨아마셨지.

딱 세 모금 마신 순간에, 왔어. 심장이 한순간 움찔하더라고.
그리고 아마 내 얼굴은 새하얘졌을거야.
왜냐면 걔가 만족한 표정으로 끄덕끄덕하더니 나한테 자기 노트북을 가리켜 보였거든.

나머진 짧게 말하자면 그 과제는 일주일 연장받았고, 5일동안 못 잤고,
내 방 창문 블라인드랑 스페인어로 대화했고,
B+을 받았는데, 교수님이 코멘트하시길
"잘 쓰인 데다 매우 이해하기 쉬운, 매력적인 글이었습니다."

아직도 베이지색보다 약간만 진한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아파와.



ooswinssouffle: 난 솔직히 걔가 그 커피를 마시고서
노트북에다 마법이라도 부려줄 줄 알았는데... 아냐. 이게 더 낫다.
솔직히 말해서, 대체 블라인드랑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진짜 궁금한데.



출처: http://appropriately-inappropriate.tumblr.com/post/99019808740/rukafais-graveyardhorse-korrakun-my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8-28 17:5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