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무엇인가'의 저자 최낙언 이사님의 동의를 얻어 글 전문을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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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리성 식품이 몸에 좋나요(?)

식품을 하는 사람도 보통 pH와 산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데 일반인이라면 pH와 산성 또는 알카리성 식품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인은 산성 알칼리성 하면 pH를 먼저 떠올릴텐데, 혈액의 pH는 7.4입니다. 여기에서 pH가 0.05만 바뀌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기 쉽지요. 그런데 레몬의 pH는 2~3 이고 pH는 로그 스케일이라 1의 차이는 10배 차이입니다. 즉 레몬은 혈액에 비해 10*10*10*10*10인 10만배의 차이입니다. 레몬즙 1ml 만으로도 혈액의 pH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지요. 음식의 수소이온이 흡수도 되지 않지만, 설혹 그런 약간의 변동 요인이 있어도 혈액에 존재하는 완충 성분에 의해 혈액의 pH는 정말 정밀하게 일정 농도가 되도록 제어 됩니다. 그래서 식품을 pH로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본래 '알칼리'는 나트륨이나 칼륨이 들어 있는 식물을 태운 재를 뜻하는 희랍어였고 요즘은 '알칼리족'이라고 하는 리튬 나트륨 칼륨 칼슘과 같은 금속을 물에 넣으면 만들어지는 수산화물을 뜻합니다. 그리고 식품이 완전 연소됐을 때 남는 물질 중에서 알칼리 금속이나 질소 화합물이 많으면 알칼리성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섭취한 식품이 몸속에서 모두 '연소'되는 것도 아니라 이런 분류는 곤란합니다. 나트륨은 이미 넘치고 칼륨이나 칼슘이 부족하므로 그냥 칼륨이나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산성식품 알카리성 식품을 말하는 것은 소비자의 혼란만 가져올 뿐입니다. 사실 이런 논란은 이미 미국에서 1920~30년대에 일어난 엉뚱한 해프닝이었습니다.

하여간 아직도 산성식품 알카리성 식품 따지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의 일부 내용을 보여드립니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짓은 똑같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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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혈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인데 1920년대 중반 중산층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일부 의사들은 당뇨병과 관련이 없는 일반 성인들에 대해서도 산성혈증 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내 지방이 지나치게 소실돼 혈액 속의 산성 밸런스가 깨져 당뇨병 환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산성혈증이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위산 과다 환자의 급증을 이유로 들며 산성혈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위산 과다로 인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산성혈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논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 바로 엘머 맥컬럼이다. 그 시작은 1928년 2월 <맥콜>에 게재된 그의 칼럼이었다. 칼럼이 개제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산성혈증의 주요 증상은 피로와 무기력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맥컬럼이 이를 바꿔놓았다. 칼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산성혈증의 증상으로는 무기력, 불안감, 메스꺼움, 간헐적인 구토, 두통, 불면증, 심신 약화, 식욕 부진 등이 있다. 근육통도 발생하며, 입 안의 산성화로 인해 치아 법랑질 손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부 저명한 의사들은 고혈압, 신장병, 괴저, 뇌졸증을 유발하는 혈관 질환은 오랜 기간 산성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간호학 잡지의 영양 칼럼리스트는 "변비와 산성혈증은 미국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며, 감귤류 과일과 양상추를 많이 섭취하라는 맥컬럼의 조언을 인용했다.

이는 감귤류 생산 업체들에게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플로리다의 자몽 생산 업체들은 ‘체내에서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자몽은 우리 몸이 공공의 적인 ‘산성혈증’과 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캘리포니아 생산자 조합도 썬키프트 레몬을 광고하면서 맥컬럼의 경고를 인용했다. 광고에서는 ‘산성혈증은 산을 만들어내는 모든 식품, 즉 시리얼, 빵, 생선, 달걀, 고기 등 우리 몸에 좋고 반드시 필요한 식품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성 과일로 불리는 감귤류 과일이 체내에 흡수되면 산성혈증에 저항하는 알칼리성으로 변화된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맥컬럼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질병의 위험성을 부풀려 감귤류 업체들의 캠페인에 많은 힘을 실어 주었다. 그는 1933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식습관과 영양에 관한 저서에서는 아예 한 파트 전체를 할애해 ‘산성혈증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엄마들은 산성혈증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있다."며 결연한 어조로 "새롭게 출간된 몇 권의 식습관 관련 책들을 보고 있자면 몇 장만 넘겨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내가 만약 산성혈증에 걸린다면, 고통스럽고 불편한 그 어떤 다른 질병보다 단지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갑작스럽게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성혈증 공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주장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습관으로 인해 혈액 속에 산 과다가 유발된다’는 맥컬럼의 이론에 의구심을 품은 과학자들이 일부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1930년대 초 간단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맥컬럼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1934년 <간호저널>에서는 산성혈증 공포는 페디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산성혈증 공포를 통해 예상 외의 수익을 올린 감귤류 과일 업체들은 이제 다시 비타민C홍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성과 알칼리성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식품을 섭취하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맥컬럼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함께 섭취하면 좋지 않은 음식에 대한 과거의 상식들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됐다. ‘탄수화물인 구운 콩을 산성 식품인 토마토케첩과 함께 섭취하면 발효 작용이 일어나 치명적인 산성혈증을 유발한다’, ‘쇠고기는 단백질이고 감자는 탄수화물이므로 소금에 절인 다진 고기와 감자를 볶아 만든 것은 매우 좋지 않다’ 등이다. 이러한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자 먹거리에 대해 특히 귀가 얇았던 자동차 거물 헨리포드는 한동안 아침에는 과일, 점심에는 탄수화물 그리고 저녁에는 단백질만 섭취하는 독특한 식습관을 유지하기도 했다.

또 한 의학 전문가 패널은 "산성혈증과 중독은 모든 질병의 근본 원인이다. 산성혈증은 함께 섭취하는 식품의 조합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윌리엄 헤이는 자신의 저서《식픔을 통한 건강에서 》에서 "모든 지병의 근원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며, 산성혈증이 기력을 약화시키고 지방 축적을 가속화하므로 자신이 제시한 산성혈증 예방 식단을 지키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 주장은 20세기 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비벌리힐즈 다이어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7-06 21: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