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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4
익명
2015-03-06 21:16:26
학과를 떠나서 수요에 비해 인원이 지나치게 많은 과들이 존재한다면 이를 감축하는 방안으로 조정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원 감축으로 인해 학문 연구자(교원, 연구원)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되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들의 일자리가 줄게 되면 당연히 학문의 발전은 꾀할 수 없는 게 되겠지요.
소위 인기가 없는 학과라서 인원을 감축해버리면, 그로 인해 그 학과는 더 인기가 없어 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인문학을 전공하고 싶어도 그 쪽에서는 먹고 살 수 있는 일이 없지. 그러니까 풍족하게 인생을 누릴 수 있는 인기 있는 학과로 가자!"라고 학생들은 생각할 것이니까요. '인원 감축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정확히 일치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감축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렇게 하더라도 그 줄어진 정원에 딱 맞게끔 그 학문을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 들어올 지는 한 번 생각해봐야 될 문제에요.
사실 지금은 인문/사회과학 쪽으로 이러한 감축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는 편이지만, 언젠가는 비인기 순수과학 쪽에서도 같은 논리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학계, 나아가서 국가적 측면에서도 이는 손해로 이어집니다.
현실이 대학에서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변모했다면, 이는 사회적 분위기라서 어떻게 노력한다고 쉽게 바꿔지지 않겠죠. 그렇다면 순수학문에 종사하는 교원들 및 연구원들이 학과 인원 감축에도 무사히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이러한 대안책들 없이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순전히 순수학문을 죽이는 결과밖에 낳지 않을 거라 봐요. 감축이 감축을 낳는 악순환 때문에요.
추가적으로, 댓글들을 보면 단순히 미국의 케이스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인원 감축으로 인해 학문이 받는 타격이 우리가 똑같이 했을 때 받는 타격보다는 확실히 적을 겁니다. 가령 정치학의 경우, 한국의 경우라면 전공을 살려서 취직할 수 있는 길이 좁을 겁니다. 보통 연구기관이 대학하고 바로 이퀄 관계에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의 경우라면 대학 내의 연구기관 말고도 기업들이 출자했거나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서 설립된, 대학과는 독립된 많은 연구 기관들이 존재해요. 인원 감축을 하더라도, 적어도 학과, 국가적 측면에서는 손해를 덜 입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겠죠. 일자리가 있으니깐요.
대학의 인원 감축도 필요하다면 중요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발생할 대안 마련이 더 급선무인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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