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통 ‏@Kimbotong  6시간
리) 아까 유럽 얘기를 하며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사는거 아니냐.라는 말을 했는데, 그 얘기를 '그건 그 나람 사람들 얘기고, 외국인이 그 나라에서 그렇게 사는게 가능하 법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른 분들도 오해하실까 좀 더 덧붙여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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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싶던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는 필요 이상으로 경쟁이 과열되어 있고, 그래서 낭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 경쟁없이 성장이 가능하겠냐?고 물으신다면, 경쟁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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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생식을 하는 유기생물체로서 한정된 재화를 나눠 쓰며 살아가는 과정이 곧 살아가는 것일텐데 경쟁을 부정하다니요. 그렇게 어리숙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과잉 경쟁이 과연 그 조직과 사회는 물론 구성원에게까지 득이되는지는 생각해 봐야합니다.

김보통 ‏@Kimbotong  6시간
회사를 다닐 적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조직 문화가 개판이라 주말에도 출근을 하는게 굉장히 당연한 곳이었는데, 주말에 출근을 하게되면 보통 주중에 부서장에게 휴일 근무 보고를 전산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하면 추가 수당도 받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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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통 주말 출근을 해도 추가 근무 입력을 안합니다. 왜 안하느냐, 부서장의 고가와 연동이 되어있거든요. 얼마나 주말에 일을 많이 시키는가!를 보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부서장이 '주말 출근을 시키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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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다 못했으면 주말에라도 해라.'고 말은 하지만, 아무도 추가 근무 입력은 안합니다. 일종의 충성 경쟁이죠. 물론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했습니다. 매번 했어요. 왜냐면, 그게 옳은거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하더라구요. 뭐 그건 별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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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은 주말 출근을 거의 매주했는데, 매주 할 때마다 추가 근무 전산 입력도 안하면서 일 마치고 들어가기전에 꼭 부서장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그때 그때 달랐어요. 보통은 일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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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 부서장이 회식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우리 OO는 참 고지식한게 주말에 일하지 말라고 해도 혼자 나와서 일하고 꼭 메일을 보내더라."고요. 부서장이 그 말을 한 이유는 두가지. 1. 공적을 칭찬, 2. 너희들도 보고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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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 회사 생활 일이십년한 과차장급들이야 그러려니했지만, 왠지 자기도 사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혹은 임원쯤은 달 수 있을 것 같은 신입사원들의 충성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주말에 출근해 메일을 보내는 유행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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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오지 않아도 되는 날, 돈을 더 받는것도 아니면서 회사로 출근해,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메일을 보내고 퇴근하는. 이상한 문화가 생긴거죠. 우습죠. 나아지는건 하나도 없이 근무조건만 더 열악해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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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람이 악감정을 가지고, 혹은 그런 칭찬을 노리고 그런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얼마 후 본사로 발령이 났고, 남겨진 사람들은 생각했죠.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본사로 가는구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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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기존의 것보다 더한 충성 경쟁을 시작합니다. 주말에 출근해 메일을 보내는 것은 기본. 그 외에 +알파를 해야하는 상황이 된거죠. 결국 경쟁만 치열해지고 삶은 점점 열악해져 갔습니다.

김보통 ‏@Kimbotong  6시간
'그렇게 헌신하는 사람 덕에 회사가 성장하면 같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글쎄요. 주말 근무하며 받아야 했을 추가 수당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을 위해 보낼 수 있을 시간을 모두 포기해서까지 그래야 할까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회사에 입사를 한 것은 제 삶이 더 행복해지기 위함이지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한 목적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어느순간 개인의 삶이 경쟁으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하면, 과연 그러한 경쟁이 마냥 순기능만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물론, '그런 놈은 떠나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니, 저는 떠났습니다만, 아직도 그 속에서 삶을 갈아넣으며 회사를 위해 충성 경쟁을 하고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도 조금 듭니다. 왜 이렇게까지 치열해야 하는걸까.하고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분명히 경쟁은 순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은 경쟁은 역기능을 합니다. 제가 외국의 예를 든 것은, 우리나라의 경쟁 수준은 지나치게 과열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미였습니다. 정말 '삶을 갈아넣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사회니까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느냐. 두가지 방법이 있겠죠. 하나는, 고용자가 불필요한 경쟁을 제한하여 피고용인들의 삶을 보장해주는 방법, 두번째는 피고용인들이 다같이 불필요한 경쟁을 거부하는 것. 둘 다 어려운 일일 겁니다. 불가능에 가깝죠.

김보통 ‏@Kimbotong  6시간
하지만 가끔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는 고용자가 피고용인들의 불필요한 경쟁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것만 같습니다.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데 필요 이상의 경쟁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겠죠.

김보통 ‏@Kimbotong  6시간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되려 무한경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지경이니 어려운 일일 겁니다. 저는, 제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두번째 방법인 불필요한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김보통 ‏@Kimbotong  6시간
여러번 인용하였지만, '어떻게 경쟁은 내면화 되는가'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사람이 조직을 반으로 나누고, 말을 더 잘듣는 쪽에게 보상을 하겠다.라고하면, 나눠진 조직이 서로 보상을 받기 위해 경쟁을 시작한다구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그때 그 경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으로 '야. 보상 됐고. 우리는 우리끼리 사이좋게 놀자.'라고 구성원들이 합의를 하면 됩니다. 그러면 괜한 사람들 반으로 갈라 싸움 붙이는 사람만 벙찌게 되는거죠. 물론, 이를 위해선 구성원 모두가 동의해야겠죠.

김보통 @Kimbotong 6시간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잉경쟁에 반대한다.'라고 생각을 할거란 생각은 안합니다. 반대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보상은 커지니까요.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것이 현실입니다.

김보통 ‏@Kimbotong  6시간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부터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왜 과잉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된다면, 삶을 갈아넣어야 하는 지금의 구조에 의문을 가지게된다면, 언젠가는. 언젠가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아주 천천히라도 이해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송곳 최규석 선생님의 명작 '100도씨'에 나오는 대사처럼 '언젠가는 끓어'오르게 될지도 모르고, 모르는 일이니까요. 물론, 자연스럽게 '무한경쟁'이라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것이 된다면 더 좋고.

김보통 ‏@Kimbotong  6시간
모두가 100%의 혼신의 힘을 다하면, 아무도 힘을 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적당히 힘을 빼면, 누군가는 쉴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악으로 깡으로 정신력으로 의지로 버텨내야만 하는 삶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에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내일부터 경쟁을 때려치자는게 아닙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자연스럽게 힘을 빼면 좋겠어요. 부들 부들 떨면서 이 악물고 사는 삶이 너무나 당연한 우리 사회지만, 그런 삶을 앞으로도 살고싶지는 않으니까요.

김보통 ‏@Kimbotong  6시간
무슨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조금 더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9-13 0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