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나, 등장인물과 일부 내용은 허구임을 밝힙니다.
프롤로그. 1947년 4월 4일.
“이번에 일본에서 반환한 문화재를 공개한다고 해요. 초대장을 받았는데 당신도 함께 가요.”
평소에도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던 아내가 말을 건넸다. 어떤 문화재인지 누가 초대장을 주었는지 궁금했지만 하나만 묻기로 했다.
“어떤 문화재?”
“이번에는 당신도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저녁 8시니까 꼭 늦지 말고 와요.”
아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아내를 따라 하는 문화재 탐방은 나에겐 그다지 재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내도 그걸 알고 있었다. 이 웃음은 이번에는 나를 만족시켜 보겠다는 자신감에 찬 웃음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사무실로 떠났다.
저녁 6시 무렵, 사무실에 한 통의 우편이 왔다. 발신자가 제대로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이상함을 느끼고 봉투를 열었다. 내용물은 초대장이었다. 분명히 본 기억이 있는 초대장이었다. 그리고 초대장의 뒷면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놀라서 그대로 편지를 떨어뜨렸다.
‘장난인가? 누가 어떤 의도로? 이 초대장은 분명히 아침에 아내가 들고 있던 것이다. 우연일까? 이런 우연이 가능할까?’
불안해졌다. 지금까지의 평화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나의 ‘배신’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자연스럽다.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아내는 집에 없었다. 벌써 출발한 걸까? 문화재 공개라면 사람도 많을 것이고 경비인력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단지 우연일 뿐이다. 혹시 아내가 날 놀리기 위해 준비한 작전인가? 그렇다면 말이 된다. 왠지 아침부터 비밀스럽게 웃던 아내가 떠오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약속한 장소로 다시 달려갔다.
조용하다. 골목을 돌아서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다. 큰 행사를 한다고 했다. 이정도 거리면 사람들이 붐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무 인기척도 없다. 애써 달래왔던 마음이 다시 요동친다. 오래 달려서 조금 지쳤다. 잠시 숨을 고르고 냉정해지려고 노력한다. 아직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사람이 없을 뿐이다.
‘탕’
총성이 울렸다. 소리의 울림이 멎고 바람을 따라 희미한 화약 냄새가 느껴진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린 소리다.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계속 어떤 장면이 상상된다. 그럴 리가 없다. 나는 다시 총성이 들린 곳으로 향한다.
벽돌 담장 사이 나무들이 빛을 가렸다. 어두운 골목길,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가득 퍼져있다. 두 사람은 쓰러져있었고, 한 사람은 서 있었다. 쓰러진 사람이 아내인 건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직감했다. 상상은 현실이 됐다. 굳어버린 다리를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다가가니 소녀가 서 있었다. 나는 이 소녀를 본 적이 있다. 심장이 멎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곧이어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나는 인생에서 낸 소리 중 가장 큰 소리를 질렀다. 그건 소리라기보단 소음이었고 절규였다. 그리고 나는 무기를 든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받은 고통, 아니 최악의 고통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너에게 돌려주겠다.’
이날, 내 세상은 무너졌다.
프롤로그 완성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끔씩 와서 연재해볼게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4-02 11: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