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며

 여행을 다녀온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먹은 것은 간만에 운동을 쉬는 날 따뜻한 이불 속에 몸을 넣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남국의 바다에서 아무 생각없이 둥둥 떠있던 그 때가 떠올라 기억의 편린이 사라지기 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여름 휴가를 3개월이나 남겨뒀던 5월 초, 한국인이 안 갈 만한 휴양지 후보군을 몇 개 찾아내 예매사이트를 돌리다가 가격이 가장 쌌던 랑카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출입국 시 싱가포르에서 하루 가까이 레이오버하는 일정이었는데, 마침 싱가포르를 여행으로 가 본 적은 없어서 관광도 할 겸 해당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싱가포르 LCL인 스쿠트 항공을 이용했는데 좌석 간격도 넓은 편이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 방문지 정보

랑카위, 말레이시아

화폐: 말레이시아 링깃, MYR/KRW 320 수준

직항이 없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등 경유 필요

□ 바다

 랑카위 연안에선 흔히들 상상하는 투명하고 깨끗한 남국의 바다를 보긴 어렵습니다. 물이 더러운 건 아닌데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 아니라 진한 청록빛에 가까운 색입니다. 물 속에 들어가도 시야가 탁해서 잘 안 보여요. 휴양지로서는 좋으나 스노클링, 다이빙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할 수 있을법한 바다라 할 수 있고, 그나마 북부 탄중 루 해변이 사람이 적어 한산하고 비교적 물 빛깔이 투명한 편입니다.

랑카위의 바다, 호핑 투어 중 방문한 섬에서

태국 끄라비의 바다, 랑카위에 비해 전반적으로 맑은 편입니다.

 근처 풀라우 빠야 (Pulau Payar)를 가야 태국 피피섬하고 비슷한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환경보호 차원에서 인원 한정 예약제로 출입을 관리하니 관련 사이트에서 사전 신청을 해야 방문이 가능합니다. 저는 휴가 한 달 전에 이 사실을 알고 신청해봤지만 자리가 없어서 못 갔습니다. ㅠ 

신청 사이트 링크: https://pulaupayar.com/

* 매년 3-5월은 환경보호를 위해 방문이 제한됨

□ 음식

 현지 음식은 중국 남부와 동남아 요리가 섞인 듯한 느낌이고, 서양 여행객들이 많아 양식당이나 바도 많은 편입니다. 다만 말레이시아 주종교가 이슬람교라서 돼지고기보다 닭고기가 많이 소비되는 듯합니다. 물론 주인장이 중국계라면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돼지고기 잘만 팝니다.

 야시장에서 파는 전통 간식 (아팜 발릭)이 매우 맛있는데, 코코넛 밀크를 섞은 반죽으로 만든 팬케이크 중간에 설탕, 옥수수, 땅콩을 넣어먹는 탄수화물 폭탄입니다. 

 섬 전체가 면세구역이라 주류가 싸다고 하는데, 제가 술을 일절 안 마셔서 잘 모르지만 구글에서 후기를 찾아보면 맥주 뚱캔 하나가 2-3 MYR (600-900원) 수준이니 한국의 1/4 - 1/3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 추천 식당

 1) Wonderland food store (현지식)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성비 좋게 해산물을 즐길 수 있습니다. 쿠아타운 근교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편

 새우튀김, 오징어볶음, 볶음면, 공심채볶음 2만원 조금 넘는 가격 나왔던 것으로 기억 

2) Santai Langkawi (양식, 현지식)

저녁시간만 운영하고 바나나 튀김이 맛있습니다. 스테이크는 바짝 익혀달라고 해야 드시기 편할 듯해요.

음식 가격은 한국보다 조금 싼 편이고, 주변 주차공간이 적어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3) Smiling Buffalo (카페)

브런치 파는 카페인데 카페모카 향이 좋습니다. 

방문객은 주로 서양인들이고, 식음료 가격은 한국보다 조금 싸지만 로컬 식당보단 비싼 편 (카페모카 4,200원 수준)

분위기 좋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놔서 유유자적 시간 보내기 좋은 곳

4) The fat frog (양식)

골프장에 식당이 붙어있습니다. 살면서 골프는 쳐본 적도 없는데 덕분에 골프장 구경도 해봤어요.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즐기기에 좋은 식당으로 음식 가격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구글 후기에 리트리버 있다고 해서 갔는데 못 만남 ㅠ

5) Shark Fing (현지식)

돼지고기를 각종 향신료와 같이 끓인 바쿠테 (肉骨茶)가 메인 요리인 식당

광동 요리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사람에 따라 깊고 진한 풍미 또는 한약재 냄새로 호불호 갈릴법한 음식

가격은 현지 물가에 맞게 싼 편

□ 할 만한 것, 갈 만한 곳

 - 투어

일반적인 호핑투어 가격은 인 당 2만원 수준으로, 랑카위의 상징인 독수리에게 먹이주는 걸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밥 먹는 연새

맹그로브 투어는 탄중 루 해변에서 출발해 스피드보트를 타고 강 따라 맹그로브 숲과 자연을 구경하게 되는데 원숭이를 원없이 볼 수 있습니다.

선셋크루즈는 배 타고 다니면서 놀다가 석양을 보는 게 메인 이벤트인 투어인데, 마지막에 배들 모여서 음악 틀어놓고 사람들 춤추는 게 재밌습니다. 같은 배 탄 인도인, 중국인들하고 잘 놀았어요. 인도인들 눈 부리부리하고 무뚝뚝해보이다가 음악 나오니까 분위기 달라지는 게 귀여움 ㅋㅋ

 - 명소

탄중 루 해변, 해변이 외진 곳에 있어 한적하여 여유롭게 시간 보내기 좋은 곳입니다. 일몰이 굉장히 예뻐요.

저녁시간 간조 때는 저 멀리 보이는 섬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열심히 걸어가다가 중간에 해파리를 보고 쫄아서 돌아왔습니다.

체낭 해변, 가장 중심 지역으로 사람 붐비는 곳은 피하자는 취지에서 일부러 방문 지역에서 제외한지라 사진이 없습니다.

독수리 광장, 대형 독수리 동상을 볼 수 있는 곳. 방문 시점엔 보수공사 때문에 출입이 제한됐습니다.

스카이브리지, 섬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일종의 테마파크인 오리엔탈 빌리지와 붙어있습니다. 케이블카 에어컨이 없는데 햇빛을 그대로 받는 통유리 온실이라 무지하게 덥습니다.

수요일은 케이블카를 12시부터 운영합니다. (다른 요일은 9시 30분)

사진에 보이는 폭포는 오리엔탈 빌리지에서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표지판에 따르면 30분 소요)

 - 야시장

 요일마다 다른 장소에서 야시장이 열리는데 수요일 Kuah 지역에서 열리는 Tapak Pasar Malam Kuah가 규모가 가장 크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습니다.

구글지도에 랑카위 띄워놓고 Night market 검색하면 요일별 야시장 개장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종 전통 간식, 꼬치 등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저녁 끼니를 때울 겸 방문하기도 좋습니다.

□ 여행객의 국적

길에 보이는 건 대부분 서구권 여행객인데, 신기하게도 투어만 가면 중국계들이 많습니다. 말투 들어보면 대만, 홍콩, 싱가폴, 중국 본토 등 여러 곳에서 방문하는 듯해요.

체감상 비중은 말레이시아 현지 여행객 > 서구권 > 인도계 > 동양계 (중국인 > 한국인 > 일본인)

□ 이동수단

대중교통은 전무하고 동남아의 우버인 그랩택시는 잘 잡히지만 렌트카 비용이 싸고 기름값이 저렴해기에 렌트카 이용을 추천합니다. (기름값 포함해 일 2.5만원 수준)

다만 너무 싼 거 예약하면 진짜 똥차가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서야 되고요.. 야시장 갔다가 돌아오려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근처에서 야식 드시던 현지인 분이 배터리점프 해주신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좌측통행 국가라서 초반 적응이 어려울 수 있는데, 차선을 오른쪽 필러에 맞춘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면 금방 적응합니다. 다만 대부분이 2차선 도로라서 차선 변경이 어려운 점, 야생동물 (특히 원숭이)이 많이 출몰하는 점 감안해 조심조심 운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 외

태국 꼬리뻬 (Koh Lipe)까지 페리 타고 1시간 30분 안에 갈 수 있는데, 안전 문제로 파고가 높아지는 특정 기간엔 배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꼬리뻬가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로 유명한 곳인만큼 갈 수 있다면 가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현재 운행기간: 2024.10.18-2025.5.31)

관광지이므로 기본적으로 영어는 통하고, 중국계 현지인과는 영어보단 중국 표준어/광동어로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말레이계 현지인은 대부분 이슬람교 신자이므로 인사를 할 때 어설픈 발음이나마 '앗살라무 알라이쿰' 하면 되게 좋아들 하십니다. 중국계든 말레이계든 현지인들 친절하고 여행객들 도와주려는 게 눈에 보여서 좋은 인상이 남았습니다. 엔진 배터리점프 도와준 분, 주윤발이 방문했다는 식당 위치 물어보니 옆집에 옆집까지 가서 물어보고 알려주던 분 등등.. 방문을 추천하고 싶은 섬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