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I. 귀국 전 마지막 "철"분 보충
오늘은 6일차, 귀국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어차피 다음 휴가 때 또 오면 되는 건데 왜 항상 마지막 날은 이렇게나 아쉬운 건지 모르겠네요.
일어나기 싫다
아침에 눈은 일찍 떴지만 한동안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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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그래도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죠. 호텔 체크아웃 후 프런트 데스크에 짐을 맡기고, 잠시 오사카역에 왔습니다. 오사카역 지하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탔더니 오사카역의 이런 모습도 다 보네요. 도쿄역 지하 승강장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지상으로 나와봤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세찬 비가 쏟아지기 직전의 하늘이 오사카역 위로 펼쳐져 있습니다. 지상으로 나와서 웅장한 오사카역을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은
...어? 그러고 보니 나,
오사카 바깥 공기 냄새를
이제야 처음 맡네?
여행 기간 내내 오사카에서는 호텔, 역, 열차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오사카 바깥 공기 냄새를 맡는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묵었던 호텔도 로비가 역 출구와 바로 이어지는 곳이어서 오사카 바깥 공기를 맡을 일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깨달아버린 ㅋㅋㅋ
마침내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간 폭염 속에서 헤맸던 여행인데, 비가 내리는 덕분에 마지막은 선선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지금껏 일본에 와서 철덕질을 할 때마다 오사카역을 방문한 적은 많았지만 매번 역 안에만 있었거나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 와중이었던 것 같네요.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 촬영은 무엇을 할지 비 내리는 오사카역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II. JR 말고 한신 전기철도 탐방
오사카역을 보면서 마지막 촬영은 JR 말고 한신 전기철도로 하기로 정했습니다. 그간 JR 위주로만 촬영했던 것 같아서 약간 양심에 찔렸달까요?
오사카역 바로 옆에 있는 한신 전철 오사카우메다역으로 냉큼 들어왔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운영사가 다르더라도 환승도 되고, 역 이름도 통일되어 있었을 테지만, 여기는 그런 거 없습니다 ㅋㅋ... 사실상 같은 역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오사카역 바로 앞에 있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여기는 한신 전기철도 한신 본선의 오사카우메다역입니다. 한신 8000계 전동차가 출발 대기 중입니다.
옆 승강장에는 보통 등급으로 운행하는 한신 5700계 전동차가 대기하고 있네요. 저는 오직 보통열차만 정차하는 요도가와역이라는 작은 역에서 촬영할 생각이라 이 보통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편, 한신 본선은 오사카의 오사카우메다역과 고베의 모토마치역을 잇는 노선입니다. 하지만 열차 운행은 모토마치역에서 끊기는 건 아니고, 그 이후의 고베 고속선, 산요 본선까지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즉 오사카우메다역을 출발하여 한신 본선, 고베 고속선, 산요 전기철도 본선(JR의 산요 본선과는 다름)을 경유해 산요히메지역까지 직결 운행하는 열차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한큐 전철에서 운영하는 고베 본선도 오사카(오사카우메다역)와 고베(고베산노미야역)를 잇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사카-고베 구간에서는 JR, 한신, 한큐가 아주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서 아주 좋더라고요~
보통열차에 타니 사람도 적고 운전실도 훤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나라도 운전실 창 좀 보이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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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본선 보통열차를 타고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요도가와역에서 내렸습니다. 요도가와역에서는 말이죠,
승강장 한쪽 끝에서 요도가와를 건너는 철교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좌측으로는 한신 8000계 전동차가 급행 등급으로, 우측으로는 멀~리 산요히메지역에서부터 온 산요 전기철도 5000계 전동차가 직통특급 등급으로 운행하고 있네요.
모든 역에 정차하는 보통열차 외에도 선택적으로 정차하는 급행, 구간급행, 특급, 직통특급 등 실로 다양한 열차 등급이 뒤섞여 매우 짧은 시격으로 요도가와역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오사카-히메지 구간에서 JR의 산요/도카이도 본선의 바이패스 역할을 수행하려면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양방향 보통 등급이 통과합니다. 요도가와역을 지나가는 열차는 엄청나게 많지만, 정작 정차하는 건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보통 등급뿐이었습니다.
오... 이번엔 몹시 클래식하게 생긴 8000계 전동차가 통과합니다. 지금 보고 계신 히메지 방향 선두칸 8502호는 해당 차종 중 유일하게 구형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차량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레어템을
건질 줄이야!
찍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좀 다르게 생겼는데?' 싶어 검색을 해보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별 말 없이 요도가와역에서 사냥한 열차 사진만 모아서 올려보겠습니다.
후아...! 요도가와역에서 얼마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많은 열차 사진을 낚을 수 있었습니다. 조밀할 땐 거의 2~3분 간격으로도 통과하던데 고작 두 가닥 선로로 어떻게 시간표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완행, 급행 다 섞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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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도 담았으니 이쯤 찍고 철수하려던 차에, 갑자기 역에 망원렌즈를 든 찍덕 두세 명이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는 건 곧
레어템이 지나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에서 철덕질을 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사람들이 있을 땐 그냥 그 자리에서 촬영을 준비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캬... 덕후들을 믿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뭔가 21세기의 전동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클래식하게 생긴 전동차가 지나가더군요.
믿고 있었다구우~
찾아보니 위 차종은 한신 5001형 전동차로, 무려 70년대에 데뷔(!)한 전동차계의 조상님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담은 차량은 그나마 젊은(?) 1980년 제작된 차량이더라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하고 있는 전동차 중 가장 오래된 건 부산지하철 1호선 전동차 중 1986년에 도입된 차량들인데, 요놈은 국내 최장수 전동차보다도 6살이나 많습니다 ㄷㄷ 수도권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교통공사 저항제어 전동차(1989년)보다는 거의 10년이나 빠릅니다 ㄷㄷ 이런 게 여전히 현역이라니, 정비창의 피, 땀, 눈물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네요.
한신 5001형 전동차의 반복 운행을 기다리니 뒤이어 산요 전기철도 5000계 전동차가 지나갑니다. 사실 얘도 엄청나게 오래된 할아버지격 전동차입니다 ㅋㅋㅋ 데뷔가 1986년이라고 하니, 부산 1호선 1세대 전동차와 동년배랍니다.
망원렌즈를 들고 나타난 덕후(?)들과 함께 잠시 더 기다리니 아까 오사카우메다역 방향으로 진행했던 한신 5001형 전동차가 다시 고베 방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귀한 손님을 한 번 더
맞이할 수 있었네요.
시대극에서 튀어 나온 것만 같은 한신 5001형 전동차는 멀리 고베의 고소쿠고베역까지 달려갑니다. 반대편으로는 비교적 최신형인 5700계 전동차가 달려오네요. 70년대에 등장해 일본이 경제적으로 최고로 윤택했던 시기를 달려온 전동차와, 21세기에 등장해 이제야 겨우 10살이 될까말까한 애기 전동차의 만남, 이런 장면이 또 철덕질의 묘미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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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Q&A로 마무리하는 철도 답사기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오사카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오사카역 승강장 상부 시간의 광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곳이랍니다. 건물 안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탁 트인 것 같은 이 기분, 오사카역을 지나갈 때마다 꼭 한 번은 사진을 남겨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처음으로 남겨봤네요.
이제 공항으로 돌아가는 특급 하루카를 타고 일상으로 복귀할 일만 남았네요 ㅠㅠ 이번에도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오사카역 사진을 조금이나마 더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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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기도 함께 달려주신 고파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요즘 제가 갑자기 좀 바빠져서 막판 연재가 상당히 느슨해졌는데, 9월 중순 추석 연휴를 이용해 다녀온 여행기가 이제서야 끝나게 됐네요 ㅠㅠ 혹시라도 기다려주신 분 계신다면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게을러서 죄송합니다 ㅠㅠ
한편, 이번 회차는 마무리를 연재 중 들어왔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끝내보려고 합니다. 인스타 DM으로 들어온 질문(주로 지인들)도 있고, 고파스 댓글로 물어봐주신 것들도 있습니다.
(1) 촬영 장비는 무엇을 쓰시나요? / 핸드폰으로 찍는 건가요? / 망원렌즈 사용하시나요?
대부분은 Canon EOS 5D Mark IV를 사용해서 찍고 있습니다.
19년에 군적금 깨서 산 제 보물입니다. 내 20대의 5분의 1을 녹여 얻은 템 슬슬 미러리스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DSLR에서 미러리스로 대세가 넘어가면서 가격도 훌쩍 뛴 것 같아 아직은 부담되네요 ㅠㅠ
표준줌렌즈로는 EF 24-105mm f/4L IS USM 렌즈를 바디캡처럼 달고 다니고 있습니다. 09년이었나 10년이었나... 굉장히 오래 전에 생산된 놈을 쓰고 있어서 상태가 좀 메롱하지만, 공중분해 될 때까지 아껴 쓸 생각입니다.
한편 안전 문제로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철도 촬영에 있어서는 망원 화각이 필수적이라서 대부분의 사진은 망원렌즈로 찍고 있습니다.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일명 '백사투' 렌즈를 중고로운 평화나라에서 구입해 쓰고 있습니다.
동영상이랑 광각 촬영은 그냥 핸드폰(갤S23+)으로 퉁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광각렌즈도 굳이 챙겨 다녔었는데, 이제 나이도 들었고 핸드폰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광각은 폰에 맡기는 중입니다. 그래서 일본에 갈 땐 카메라+망원+표준줌+폰 이렇게만 챙겨서 다녀요.
(2) 사진을 배운 적이 있나요? / 사진은 보정해서 올리는 건가요? / 언제부터 사진을 찍었나요?
사진이나 사진 보정을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많~~이 찍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 취향 색감이나 구도를 터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편 제가 기차를 원체 좋아해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차 사진을 남기고 싶은 열망이 컸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께 핸드폰 대신 카메라를 사달라고 졸라서 첫 카메라가 생겼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핸드폰을 사주려고 했지만, 제가 몇 년 주기로 바꾸는 핸드폰 말고 한 번 사면 오래 쓸 수 있는 카메라를 사주는 것이 오히려 엄마 아빠 돈도 덜 들어가는 선택일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졌던 카메라가 EOS 450D였고, 음 이러면 제 나이가 유추되겠군요? 암튼 그때의 선택으로 폰은 뒤늦게 중3이 되고 고1로 넘어갈 시기에야 처음으로 생겼지만, 덕분에 10대의 기억이 조금은 촉촉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제가 나중에 부모가 되면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네요... 돈도 돈이지만 초딩 손에 덜컥 DSLR을?? 부모님께 잘해야겠네요...
부끄럽지만 요렇게 3장은 초6 때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 보기엔 굳이 왜 저렇게 찍었을까 싶은데, 사진 속 차량이 모두 지금은 볼 수 없는 퇴역 차량들이라 그래도 잘 찍어뒀다 생각 중입니다.
(3) 여행의 목적이 철도인가요? / 기차가 왜 좋은 건가요?
여행의 목적이 철도냐 물으신다면 네, 맞습니다 ㅋㅋㅋ 물론 혼자 가는 여행에서나 그렇지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에서는 기차 대가리만 쫓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에... 물론 제 몇 안 되는 친구들은 제가 기차만 보면 눈 돌아가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기차, 철도 있는 곳이면 사진을 남기고 오라고 배려해주곤 합니다.
그리고 기차가 왜 좋냐는 질문에는 에...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있으면
그건 덕질이 아니라 생각해요.
(4) 일본 철도가 좋은 건가요? / 한국에선 철덕질 안 하나요?
일본 철도가 특별히 더 좋아서 자꾸 간다기보다는 한국에 없는 풍경을 찾아서 가기에 가장 만만한 동네가 일본이라 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닥터옐로우나 침대특급이나 그런 것들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꾸준히 철덕질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몇 주 전에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이고, 가끔씩 덕게에 올리고 있습니다. 단축키 D~
(5) 일본 말고 다른 나라는 안 가나요? / 다음은 어디인가요?
아마 당분간은 한국, 일본에서만 철덕질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철도 환경보다 더 발전된 곳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ㅋㅋ... 편하게 철덕질하기엔 역시 우리나라랑 일본뿐이지 않나 싶습니다. 유럽은 또 너무 멀기도 하고, 돈도 없고.
물론 막연하지만 대만, 스위스, 몽골 이렇게 세 곳은 언젠가는 꼭 답사하리라 생각 중입니다. 대만의 철도는 마치 우리나라랑 일본을 적절히 섞은 것 같은 느낌이라 관심이 가고, 스위스의 철도는 알프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온갖 기괴한 방식이 싹 다 동원되기 때문에 답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몽골의 철도는 솔직히 미지의 영역이긴 한데,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라서요. 물론 여기는 가게 된다면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정말 몸으로 겪으러 가게 될 듯 합니다.
끝으로 다음 일정은
12월에 규슈, 3월에 홋카이도로 계획해 두고 있습니다! 다만 12월 규슈 일정은 항공권은 잡아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ㅠㅠ 무탈히 갈 수 있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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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진짜로 6일차 마지막 편까지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네요. 지금까지 같이 달려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언젠가 또 불쑥 찾아오겠습니다. 모두들 따뜻하고 풍요로운 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 여름이 지나간 사이 / 2024년 9월 서일본 철도 답사기 >
= 전편(링크) =
6일차(完) : (본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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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생 게시글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10-26 12:2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