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 다카마쓰 → 타카마츠 / 쓰야마 → 츠야마 / スーパーはくと → 슈퍼 하쿠토

I. 이것은 기차인가 롤러코스터인가

3일차 오전에는 동해를 보러 온 타카기 양, 열차 운행이 뜸한 곳이지만 그래도 기다림 끝에 동해를 배경으로 아마루베 철교를 건너는 산인 본선 열차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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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다시 돌아온 돗토리역, 바다를 봤으니 이번엔 내륙을 탐험하러 가보려고요. 치즈 급행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치즈선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레일 관리 구간이 아닌 서울교통공사 관리 구간을 보러 간다? 뭐 그런 느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루베역에서부터 저를 돗토리역까지 데리고 온 주황 똥차가 승강장 밖으로 물러나니 이번엔 치즈 급행 소속 HOT3500형 디젤동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왔습니다. JR서일본에서 운영하는 구간에 치즈 급행 차량이 들어와 있는 것이 재밌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코레일 구간, 서울교통공사 구간으로 나눠져 있지만, 두 회사 차량이 모두 서로의 구간으로 직통 운행하는 것처럼 치즈선과 JR선 사이에서도 다수의 열차가 직통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표도 뜯어봅니다.

하지만 먼저 보여드린 HOT3500형 동차는 모든 역에 정차하는 보통열차고, 저는 이쪽 특급 슈퍼 하쿠토를 타고서 치즈선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친구는 치즈 급행 소속 HOT7000계 동차인데, 멀리 오사카까지 가는 산인 지역의 빠른 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서일본 지역에 방문했을 때는 무려 교토까지 가주는 열차였지만, 지금은 극히 일부 열차 빼고는 교토까지 가지 않게 됐습니다. 한편 JR서일본은 이 특급 슈퍼 하쿠토의 시점을 궁극적으로는 히메지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카더라가 있습니다. 그래야 돗토리 지역의 승객들이 오사카로 갈 때 히메지부터 운임이 비싼 신칸센을 탈 거란 계산을 한 듯 합니다.

참고로 오전 중에 봤던 HOT7000계 동차는 또 이렇게 생겼습니다. 두 차량 모두 같은 차종인데, 얼굴 생김새만 다를 뿐입니다. 위 차량은 두 편성을 하나로 묶어 중련 운행을 할 때에도 승객이 오갈 수 있도록 관통문을 달아 이런 생김새를 가지게 됐습니다. 일본에는 이렇게 같은 차종인데 관통문 유무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출입문 큼직~하니 좋습니다!

음~ 특급 슈퍼 하쿠토는 제대로 된 특급열차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태평양처럼 넓은 창, 고급스럽고 편안한 시트, 그리고 충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까지! 오전 중 타고 온 특급 슈퍼 이나바보다 요놈이 더 돈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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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역에서 특급 슈퍼 하쿠토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서 치즈선 사요역에서 내립니다. 돗토리현 바닷가에서 효고현 내륙으로 넘어왔네요.

군더더기 없이 딱

있을 것만 갖춘 대합실

치즈선 철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저건 기관사에게 제한속도를 알려주는 표지인 건 확실해 보이는데, 위에 있는 70은 뭐고 아래에 있는 60은 뭔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틸팅 기능이 있는 특급 슈퍼 하쿠토, 슈퍼 이나바는 70km/h까지, 틸팅 기능이 없는 보통열차는 60km/h까지 가속해도 좋다는 뜻이 아닐지?? 뇌피셜입니다.

그나저나 걷는데 더워 죽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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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널목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사요역 남쪽에 위치한 건널목입니다. 이곳에서 치즈선 카미고리 방향을 바라보면 이렇게 롤러코스터처럼 꿀렁거리는 철길을 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참 신기한 광경입니다. 철길 위로는 두 개의 연속된 터널까지도 힐끗 보이네요.

근데 여기 그늘 한 점 없어서

열차 기다리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32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며 기다리니 카미고리행 보통열차가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ㅠㅠ

단칸동차는 부드럽게 등판하네요.

순식간에 산 중턱에 위치한 터널로 빨려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위아래 방향으로 화끈하게 꺾이는 구간이 있던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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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진짜 너무 더워서...

죽을 것 같아서...

다음 열차 오기 전에

그늘로 피했습니다 ㅠㅠ

근처 가정집 담벼락 아래 조그맣게 형성된 그늘에 쪼그려 앉아서 간신히 햇빛을 피했습니다 ㅠㅠ 다행스럽게도 그늘에서 바라본 치즈선 철길 풍경이 꽤 괜찮았습니다. 황금들판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 보네요. 분명 엄청 더웠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까 가을 느낌인 것 같기도...?

버스 같기도 한 단칸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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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피하려고 급히 찾은 그늘이었지만

생각보다 구도가 괜찮은 것 같아서

특급 슈퍼 하쿠토까지 기다려 봅니다.

단칸동차도 재밌지만 확실히 기차는 길어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길쭉한 특급 슈퍼 하쿠토가 지나가니까 철길 선형에 따라 구부러지는 모습까지 담을 수 있었네요.

좋~아쓰!

이제 기운 차려쓰!

다시 처음 건널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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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널목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

그늘에서 기운을 좀 차리고 다시 처음 건널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새 해가 기울어 색감이 풍부해졌네요. 적당히 그림자가 생기니 선로의 굴곡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건널목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참개구리가 아닌가 합니다. 해가 기우니까 그제서야 좀 나오는 듯?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망원렌즈를 휙 돌려 보니 웬 순백의 고양이가 개...개구리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ㅎ...

하늘에는 비행기도 떠다닙니다. 후쿠오카까지 가는 ANA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응? 잠만,

근데 시간 다 됐는데

왜 열차는 안 오는 거야?

이것저것 주변 피사체를 담다 보니까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돗토리 방향 특급 슈퍼 하쿠토가 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안 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철덕질을 하고 있다 보면 사실 흔한 일입니다.

네... 흔한 일입니다... 하필 마지막으로 촬영하려고 했던 열차가 건널목 사고를 수습하고 오느라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뭐... 기다려야지 별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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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가까이 지연되고서야 터널 아래로 특급 슈퍼 하쿠토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습니다.

스르륵~

이 차가 제때 안 와서 돌아가는 일정도 전부 꼬였습니다 ㅠㅠ 어차피 늦었으니 원래는 타고 돌아가려고 했던 특급 슈퍼 이나바까지 이 롤러코스터 구간에서 그냥 촬영하기로 합니다.

토막상식) 참고로 치즈선 롤러코스터 구간 바로 옆에는 선로가 하나 더 있는데, 이 노선은 히메지역에서 출발해 사요역, 츠야마역을 거쳐 니미역까지 가는 키신선이라는 철길입니다. 주고쿠 지방의 산악 지역을 어렵사리 헤집고 다니는 철길이고, 역시나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단칸동차가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해가 많이 기울었습니다. 바람이 꽤 선선해져서 열차 기다리는 것이 수월해졌네요. 특급 슈퍼 하쿠토가 일찍 왔더라면 아마 요놈을 타고 돌아가고 있었겠지요 ㅠㅠ 원래 타야 했던 특급 슈퍼 이나바를 담아줍니다. 두 칸밖에 안 되는데도 휙 꺾이는 게 느껴집니다. 상당한 급곡선이군요.

특급 슈퍼 이나바가 지나가자마자 건널목에서 멀어지는 열차의 뒷모습을 남겼습니다.

아...!

원래는 타야 했던 열차였기에 촬영할 때 기분이 좀 뻑적지근했지만, 웬걸요? 결과물을 보고 얼마나 흡족했는지 모릅니다. 이 롤러코스터 구간을 찾아오기 전 기대했던 딱 그 장면을 담은 것 같았거든요. 특급 슈퍼 하쿠토가 지연된 덕택에 오히려 이런 장면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작은 변수 하나가 여행을 정말 얼마나 역동적으로 바꾸는 건지 모르겠네요.

II. 노을로 물드는 로컬선을 따라서

이제 촬영을 종료하고 오카야마로 돌아가려 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특급 슈퍼 이나바를 그냥 보냈으니 돌아가는 방법은 한참 뒤에 있을 특급을 기다리거나, 완행열차를 이용하거나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철덕질의 또 한 가지 재미 중 하나는 돌아갈 때의 경로를 다르게 하는 것, 돌아가는 길은 특급열차를 기다리지 않고 키신선 보통열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하교 시간이 되었는지 양방향 승강장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참 많이 보였습니다.

탑승! 이 단칸동차를 타고 츠야마역까지 가서 오카야마행 츠야마선 열차로 갈아탈 예정입니다. 구불구불 로컬선을 달릴 예정이라 얼마나 오래 걸릴까 가늠도 잘 안 되네요.

출발 대기 중

덜컹덜컹~

열차는 들판을 달리는가 했더니 금세 산악 지역을 통과합니다. 격하게 휘어지는 커브와 낮은 제한속도가 참 많았습니다. 정선선 꼬마열차가 살아 있던 시절이 생각나게 하네요.

와 ㄷㄷ 25km/h 제한 ㄷㄷ

기어가는 속도로 느릿느릿

급곡선 구역을 통과합니다.

특급에서는 보기 힘든 어린 학생들이

역마다 몇 명씩 하차합니다.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단칸동차는 노을 속을 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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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서야 종점인 츠야마역에 도착했습니다. 키신선과 츠야마선이 만나는 내륙 산간의 철도 거점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오카야마로 가는 츠야마선 열차로 갈아탈 거예요. 

오른쪽이 사요역에서부터 타고 온 키신선 열차, 좌측은 츠야마역에서 주고쿠카츠야마역까지 가는 키신선 열차입니다. 키신선은 히메지역부터 니미역까지 이어지는 상당히 긴 철길이지만, 키신선 열차 운행은 히메지-사요 / 사요-츠야마 / 츠야마-니미 세 구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와 같이 우측의 열차를 타고 와서 좌측의 열차로 갈아타는 학생들이 꽤 많았습니다.

드디어 오카야마로 가는 츠야마선 주황 똥차가 들어왔군요 ㅠㅠ 이제 고생 끝, 열차에서 오카야마까지 눈을 좀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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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든 오카야마 도착!

달빛이 복귀를 환영하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의 포인트 >

* 치즈선 롤러코스터 건널목

= 구글지도 링크(하이퍼링크) =

< 덧. >

오카야마에 도착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입니다 ㅠ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와 매우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정든 도시를 떠나려니 아쉽습니다. 오카야마에서는 정작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았지만서도.

다음 숙소는 오사카에 잡았습니다. 신오사카역까지 신칸센을 타고 갈 거예요. 미즈호를 탈지, 노조미를 탈지, 코다마를 탈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최속달 열차인 미즈호를 탈까 했지만

코다마가 500계더라고요 ㅋㅋ

그럼 500계를 타야지,

내 말이 맞지?

최고 등급 미즈호랑

최하 등급 코다마 중에

굳이 코다마를 타는 건

...

생각하지 맙시다.

500계라는 이유를 제외하더라도 가장 느리고 속 터지는 코다마라서 오히려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인기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자유석이 널널하거든요. 맨 뒷줄에 앉아서 등받이를 풀로 제끼고 눕듯이 탔습니다.

종점 신오사카 도착!

신오사카역 북쪽 출구와 이어져 있어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숙소를 잡았습니다.

(??)

창밖으로 철도뷰가 펼쳐진대서 잡은 호텔

큰 기대를 안고 체크인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