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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익명
2024-07-21 11:49:41
인생을 거는 다른 목표도 마찬가지겠지만 시험을 향해 달려나갈 때에는 앞만 보고 가게 됩니다. 주변의 유혹도, 여러 성공 사례도, 시험대신 다른걸 선택한 이들의 가성비 운운도, 결국 곁다리일 뿐 다 뒤로 밀려나고, 나와 저 앞에 보이는 합격증만 바라보게 되죠.
그런 저에게 힘을 주던 건 부모님이었습니다. 왜 있잖아요. 쓰러지려고 하거나 힘이 들어 멈추고 싶을 때 보이지 않는 손이 뒤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는 그런 만화적 연출. 부모님이 제게 그랬거든요. 부모님은 지금 공부 지원해주는것 외에 제게 해줄게 없다고 그냥 믿고 해보라고 하셨고 전 그 말을 믿고 노력했습니다. 꼴에 부담 덜어드리겠다고 학교 도서관을 가거나 밥값 절약하는 짓거리도 하면서요.
그렇게 습관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우연히 뒤를 봤는데, 부모님의 모습이 제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달라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뒤에서 밀어줘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었어요. 당신들 걷기도 바쁘면서 지 새끼 잘 되라고 달리는 저를 애써 밀어주던 부모님이었죠.
집안 사정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습니다. 애써 외면했을 뿐. 합격하면 그 이상을 해드릴 수 있을 꺼다. 부모님의 모든 희생을 보답해야한다. 그렇게 달려왔는데 지금 내 모습은 그게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우리 힘들다'는 얘기를 멀쩡한 자식새끼한테 말도 못하고 숨기고 있으시고, 그걸 우연히 들켜서 제 눈 앞에 보이는 그 상황이 여러모로 자괴감이 엄청나더라구요. 그걸 깨닫고 전 시험을 그만뒀습니다.
그래도 '인간적 성장'이라는 의미에서는 꽤 건질게 있었던 수험생활이었습니다. 물론 굳이 이거 아니어도 성장을 도와주는 다른 계기는 충분히 많으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실패에도 건질 수 있는게 있다면 실패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한거 같아요. 설령 정신승리여도 그 정신승리를 기반으로 멘탈을 잡는게 다음 도전이나 새로운 도전에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전 그걸 수험생활 끝내고 알아버려서 조금 아쉬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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