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압스부르고 왕조의 마지막 국왕 카를로스 2세는 조상들이 이를 악물고 근친혼을 거듭한 결과 각종 기형과 이상을 타고난 환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선대 국왕들과 달리 직접 직무를 수행하는 모범을 보이며 어느 정도의 성과도 냈지만, 끝내 자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스페인 왕위를 놓고 온 유럽에서 오디션 참가신청서가 접수되었습니다. 최종후보에는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앙주 공작과 베리 공작, 그리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의 카를 대공이 남게 되었습니다.

카를로스 2세도 처음에는 집안 식구라고 카를 대공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으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 자기 몰래 바이에른과 밀약을 맺어서 후계자 자리를 굳히려 했다는 걸 알고 매우 빡쳐서 앙주 공작 필리프를 후계자로 지명해버렸습니다. 다들 어어? 하는 사이 복수를 달성한 카를로스 2세는 사망...



이 때 앙주 공작 필리프, 즉 펠리페 5세가 루이 14세의 손자였기 때문에 오스트리아가 "쟤들 놔두면 어영부영하다가 통합해서 프랑스페인(...)같은 거 될지도 모른다"고 펼친 선전이 아주 잘 먹혔고, 프랑스페인의 탄생을 저지하기 위한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이 터집니다.

그런데 10년이 넘게 싸우던 도중 오스트리아 쪽의 후보였던 카를 대공이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즉위하면서 자신들이 펼친 선전을 그대로 되돌려받게 되었고, 결국 프랑스 부르봉 왕조와 스페인 보르본 왕조가 서로의 계승권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서약을 하는 선에서 대충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브란덴부르크 선제후국이 신성로마제국에 원군을 보낸 대가로 왕작을 허락받으면서 프로이센 왕국이 출범하였고, 사보이아 공국 역시 오스트리아 편을 든 대가로 따낸 시칠리아를 사르데냐와 교환한 후 원래 사르데냐에 붙어있던 왕작을 살려내서 사르데냐 왕국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프로이센과 사르데냐가 이 때 받은 판돈을 백 년 동안 굴려서 대박을 친 결과물이 독일과 이탈리아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9-09 12: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