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의 BGM은 아제르바이잔 국가입니다.
쓰다 보니 국가를 BGM으로 자주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사실 제가 이쪽 노래를 잘 모릅니다... 쿨럭

1. 이날은 현지 투어를 이용하여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주변에 있는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아침 9시에 호텔 앞에서 인솔자를 만납니다.
기다리면서 길거리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리적으로는 서아시아에 속하지만(동유럽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내 중심가는 고풍스러운 유럽 느낌이었습니다.

2.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고부스탄 암각 벽화였습니다.
약 4만년 전에 만들어진 벽화라고 합니다.
가이드가 나와서 영어로 설명을 해 주었는데, 먼저 박물관을 한 바퀴 돌면서 고부스탄에 대해 설명을 해 줍니다.
그러고 나서 실제 벽화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벽화는 사슴을 잡으러 가는 사냥꾼들이라고 하네요.

3. 다음으로 간 곳은 진흙 화산이었습니다. 고부스탄 근처에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데, 이 천연가스가 땅속에서 진흙과 섞여서 나오는 곳입니다.
얼마냐 풍부하냐면 고대인들도 이미 알고 있을 정도였고,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을 '불의 나라'라고도 부른답니다.
분화구가 여러 개 있는데 곳곳에서 진흙이 퐁퐁 솟아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 진흙을 가져가서 머드팩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바닥이 매우 미끄러우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네 제가 실제로 넘어졌습니다(...)

4. 바쿠 남쪽에 있는 고부스탄과 진흙 화산을 돌아보고 시내로 돌아옵니다.
들어오는 길에 있는 비비 헤이바트 모스크에 들릅니다.
11세기에 지어진 유서 깊은 모스크였지만 소련에 점령되면서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아제르바이잔이 독립을 하면서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아제르바이잔도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상당히 세속적인 편으로, 맥주와 와인을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외교상으로도 터키와 함께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며,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에 석유를 수출하고 그 댓가로 이스라엘제 무기를 수입해 간다고 합니다.
아제르바이잔에는 이스라엘 공군의 무인기 기지도 있는데, 이 기지가 이란에게는 상당한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더 골때리는 것은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아제리인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뒤에서 또 설명하겠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오랫동안 페르시아의 일부였고, 지금도 아제르바이잔 본국보다 이란 내에 아제리인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중국 조선족이 대한민국보다 인구가 많고 조선족 출신이 중국 국가주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5. 모스크에서 나오면 이렇게 항구가 내려다보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엄밀히 말하면 내륙국이지만 사실상 바다와 다름없는 카스피해를 접하고 있습니다.
카스피해는 출구가 없는 호수이지만, 볼가-돈 운하를 통해 흑해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기 때문에 이 나라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히틀러도 이곳의 유전에 집착을 하여 무리하게 공세를 펼치다 오히려 소련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독일과 소련 간에 전면전이 터지기 이전에 두 나라가 손을 잡을 것을 우려한 처칠이 이곳을 선제공격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만약 실제로 그리 했더라면... 우리는 어쩌면 대일본제국의 충성스러운 황국신민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6. 점심으로는 케밥을 먹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거의 같은 민족이고, 말도 거의 통하며 음식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두 나라의 차이점이 있다면, 터키는 룸 술탄국 - 오스만 제국으로 이어지는 독자적인 국가를 가졌지만 아제르바이잔은 페르시아의 일부였다가 나중에 러시아에게 편입된 지역으로, 이 때문에 터키는 수니파 이슬람이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이란과 같은 시아파 이슬람이라고 합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어에 러시아어 기원의 외래어가 많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겠습니다.
그런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통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두 나라는 서로를 형제라고 부릅니다.
터키에서 우리도 형제라고 하는데... 아제르바이잔은 숨겨진 형제...?
(개인적으로는 에르도안 때문에 터키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7.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은 시내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아테쉬가, 즉 불의 사원입니다.
아테쉬가는 본래 조로아스터교 사원으로 지어졌으나 이슬람교가 전래되면서 버려지게 됩니다.
버려진 사원을 복구한 것은 저 멀리 인도에서 온 상인들이었습니다.
조로아스터교는 페르시아에서 창시되어 인도까지 전파가 되었는데, 페르시아의 신도들은 아랍의 압력에 굴복하여 이슬람으로 개종했지만 인도의 신도들은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인도에서는 이들을 페르시아에서 왔다 하여 '파르시'라고 부릅니다).
파르시 출신의 인도 상인들이 이곳에 장사하러 왔다가 자신들의 사원을 복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자기들끼리만 온 것이 아니라 힌두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 동료 상인들과 함께 왔다고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인도는 다양한 종교가 있는 나라니까요.
그래서 조로아스터 사원은 상인들을 위한 휴게소를 겸하게 되었고, 그 안에 힌두교 신자를 위한 공간, 이슬람교 신자를 위한 공간이 따로 생기게 되었습니다.
정말 여담이지만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이 파르시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아실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요...

8. 불의 제단에 좀 더 가까이 가 봅니다.
땅 속에서 천연가스가 나와서 이렇게 활활 타고 있습니다.
주변에 유전을 개발하면서 불이 잠깐 꺼졌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9. 투어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야나르 다그, 불의 산입니다.
바위 틈으로 가스가 새어나와 3백만년 동안 계속 타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자원이 많아서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런 자원 없이도 피땀 흘려 경제 대국을 건설한 선배 세대를 존경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10. 다시 시내로 돌아옵니다.
그냥 길거리인데도 참 아름답습니다.
바쿠는 살면서 한 번쯤은 다시 가 보고 싶습니다.

11. 푸니쿨라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 야경을 보기로 합니다.
저 뒤에 있는 특이하게 생긴 건물 3개는 불꽃 타워라고 합니다.

12. 야경 사진을 찍었는데... 뭐 폰카의 한계이려니 합니다.

13. 불꽃 타워를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수시로 색깔이 변합니다.

14. 얼마 전에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에 전쟁이 있었습니다.
전쟁의 원인은 나고르노 카라바흐라는 지역 때문입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는 러시아 제국에 점령된 19세기 이래로 주민의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이였는데, 강철의 대원수 스탈린이 말 안 듣는 아르메니아 민족주의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곳을 '소비에트 연방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소비에트 연방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으로 행정구역을 바꿔 버렸습니다.
그나마 소련 시절에는 하나의 나라였으니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소련이 해체되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독립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 주민들은 아르메니아에 귀속되고 싶어했고, 아르메니아도 아제르바이잔에 나고르노 카라바흐를 돌려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당연히 이 요청을 무시했고, 결국 아르메니아는 고토 수복을 명분으로 아제르바이잔에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지원을 동시에 받은 아르메니아는 신나게 아제르바이잔으로 진격했고, 나고르노 카라바흐뿐만 아니라 그 주변 땅덩어리까지 넉넉하게 점령한 다음 '아르차흐 공화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웠습니다.
그에 반해 아제르바이잔은 도와주는 이 아무도 없이 외롭게 전쟁을 치러야 했고, 어느 정도냐면 학도병 징집으로도 모자라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반군인 무자헤딘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를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이라고 합니다.
이 전쟁에서 순국한 군인들을 위해 세워진 추모비라고 합니다.
추모비 옆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은 1994년에 휴전하였으나 그 이후로도 산발적인 교전이 있었고, 급기야 올해 9월부터 양국 간 전면전으로 확전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아르메니아군이 우위를 점하였으나 터키의 빵빵한 지원을 업은 아제르바이잔군이 전세를 뒤집었고, 끝내 아르차흐 공화국 제2의 도시인 슈샤가 아제르바이잔에 점령되었습니다.
미국은 대선 기간이었고, 또 예전과는 달리 친이스라엘 성향인 아제르바이잔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 중립을 지켰습니다.
러시아는 살짝 아르메니아 편을 드는 듯 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 본토가 아니라 아르차흐만 공격을 했기 때문에 개입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터키와 사이가 안 좋은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이 아르메니아 지지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어서 아르메니아는 예전과는 달리 혼자서 전쟁을 치러야 했고, 결국 아르차흐 공화국의 국경선이 소련 시절의 나고르노 카라바흐 국경선으로 돌아감으로써 종전이 선언되었지만 이번 전쟁은 사실상 아르메니아의 패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이 또 한 번 증명되었음에, 아직도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는 사례가 되겠습니다.

15. 저녁은 이렇게 지하에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먹습니다.

16. 고기와 밥을 포도잎으로 싸서 찐, 돌마라는 음식입니다.
이거를 요구르트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역삼역 근처에 있는 우즈벡 식당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17. 후식으로 먹은 터키식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입니다.

4일차 여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10-06 10:3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