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사회의 함정 :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돈이 많으면 생기는 일- 책추천/meritocracy/조승연 작가

오늘은 책을 읽다가 여러분과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예일대 교수인 대니얼  마코비치가 쓴 ‘The Meritocracy Trap(능력주의사회의 함정)’이라는 책입니다. 미국과 한국처럼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이 자기 능력만큼 신분을 인정받는다는 것에 거의 대부분 동의합니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 열심히 자기 사업을 운영한 사람이 많은 재화와 사회적 신분을 가지게 된다, 이것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이의가 없죠.
능력주의 이전의 사회가 세습신분제 사회이기 때문에 그 사회에 비해 훨씬 발전되고 민주적인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마커 비치 교수는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self-made man’에 대해 사람들이 신화화, 우상화하는 능력위주 사회에 대해 비판하는 책을 씁니다. 미국 또 예일대라는 성공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죠.
이 책을 쭉 읽다보면 모든 사회제도와 마찬가지로 능력위주 사회, 이 Meritocracy도 문제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뉴욕대학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월스트리트나 실리콘 밸리에 가서 고소득을 올리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이 고생하는 점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요, 정치양극화라든가 빈부격차에 대해서도 굉장히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여러분과 이 내용을 좀 나누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이 분이 첫 파트에서 쇼킹한 비교를 하는데, 세습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단점이 생긴 것도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하버드, 예일대에 오는 학생들은 60~70년대만 해도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종, 집안, 부 였습니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예일대를 나왔으면 대대로 전화 한통으로 예일대에 가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예일대 나온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집안이 좋고 잘 노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졸업 하고나면 해외여행을 가거나 골동품을 수집하거나 아프리카에 가서 고대유물을 캐거나 아무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마흔 쯤 돌아와서 가업을 물려받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마코비치는 놀라운 분석을 합니다.
이들이 게을렀기 때문에 이들을 보조하기 위해서 많은 보조자들이 필요했다. CEO가 게으르고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부사장이 필요하고, CEO와 부사장이 함께 놀면 또 이를 보좌할 그 밑의 과장이나 부장들이 많은 권한을 갖게 되고 그래서 1960년대 미국에 중산층이 꽉 차있을 수 있던 이유가 뭐냐면 ‘위의 엘리트 계층이 게을렀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이 책의 쇼킹한 문장이 ‘미국 중산층의 부상은 엘리트 계층의 게으름이 만들었다’라는 구절입니다.
그런데 80, 90년대가 되면서 하버드, 예일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프로필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더 이상 집안이 좋다고 받아주는 것도, alumni point라고 해서 부모나 할아버지가 졸업생이라고 가산점을 주는 것도 다 없애고 학적으로만 학생을 뽑게 됩니다. 그러자 대부분 ‘work-ethic’ 일에 대한 직업윤리를 투철하게 갖고 있는 학생들, 잠도 안 자고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학생들만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일을 잘하니까 기업들이 이들을 데려가게 됩니다. 그래서 이전의 CEO들 같은 경우에는 엄마아빠가 부자여서 일에 대한 동기도 떨어지고 대학에서도 사교클럽 같은 걸 하면서 노는 데 익숙해서 중산층들에게 ‘일을 뿌리는’ 엘리트였다면, 90년대 이후 엘리트들은 엄청난 지적 능력과 끈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중산층에게 ‘답답해. 다 비켜. 다 내가 다 할 거야.’라고 하며 한 명이 열 사람 이상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CEO 한 명의 게으른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열 사람의 일자리가 창출되던 시대에서 똑똑한 CEO 한 명이 열 명의 일을 하는 시대로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Aristocracy에서 Meritocracy로 넘어가면서 물리적 부를 물려 받아 물리적 부를 누리는 시대에서 자신의 노동가치를 극대화시켜 그것으로 자산을 일구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되면서 부지런한 부자들로 인해 중산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너무 능력 있고 똑똑한 엘리트가 미국의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이렇게 새로운 관점으로 본 거죠. 젠트리피케이션도 마찬가지인데, 귀족들은 대부분 땅이나 공장을 물려받는데 공장 같은 경우 넓은 땅을 차지해야 하니까 뚝뚝 떨어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부자 한 명과 수천 명의 중산층으로 이루어진 중산층 주류의 커뮤니티가 미국 전역에 뿌려져 있던 겁니다. 그런데 Meritocracy가 되면서 자기 머리가 자산이 되는 사람들이 엘리트가 됐잖아요? 그 머리 좋은 사람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한 군데다 모아놓아야 자산가치가 증폭되기 때문에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에 이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됩니다. 이 엘리트 동네에서 물가가 너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거기서 빠져나오게 되고 엘리트 동네는 중산층과 완전히 괴리되어서 쓰는 브랜드부터 학교 등 모든 삶이 달라지고 서로 단절됩니다. 그러니까 이 계급은 신분이라고 봐도 되는 거죠. 엘리트와 중산층이 단절되고 소통이 없어지는 것, 이것이 미국이 신분제 사회가 봐도 좋다는 첫 번째 분석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소통이 없고 문화적 공유가 없기 때문에 정치적 관점도 양극화되어서 정치도 분열되고 사회적 갈등이 많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이 책에서는 ‘토마 피케티’ 같은 사람이 분석하는 빈부격차의 원인이 굉장히 일부만 조명한다고 생각해요. 피케티는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노동이 돈을 창출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물려받은 돈을 계속 재투자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버는데 아무리 노동을 열심히 해도 올라가는 주식 값이나 부동산 값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빈부격차가 심화된다고 보는데, 피케티는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은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마커 비치는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Top 10 부자 중 자수성가한 사람의 비중을 계속 높아져왔고 가장 부자인 사람들,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거, 제프 베조스 같은 사람들은 다 굉장히 높은 지적능력과 경영능력을 가지고 그 돈을 번 거지, 물려받은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빈부격차를 늘린 원인을 어디로 봐야 하냐면, 아주 높은 기술력, 아이비리그에서 박사학위 받고 이런 사람들이 노동생산력을 독점해 버렸기 때문에 이들의 임금이 점점 올라가고 중산층의 월급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빈부격차 원인의 핵심이라는 거죠. 자본과 임금이라는 19세기의 개념으로 지금 21세기 미국의 빈부격차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CEO와 공장노동자 사이의 임금 차이가 약 20배 정도 됐다면 지금은 2천배, 3천배 이렇게 되는 거예요. 왜냐면 엘리트들이 워낙 똑똑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서 자기 혼자서 수천 명이 할 일을 해버리니까요. 그러면서 중산층에게 나눠줘야 할 임금을 자기가 다 독점하고 여기서 빈부격차가 생긴다. 이런 얘기입니다.

이 책의 세 번째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왜 절대빈곤율은 낮아지고 있는데,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만과 갈등은 그 어는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가’. 그는 빈부격차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상층 빈부격차와 하층 빈부격차. 하층 빈부격차는 말 그대로 진짜 가난해서 생활고를 겪는 사람과 중산층 사이의 격차예요. 60~70년대에 가장 심한 빈부격차는 바로 이 빈부격차였어요.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빈부격차는 중산층과 엘리트의 빈부격차이고 상위 1%와 10% 사이의 빈부격차가 10%와 20% 사이 격차보다 심하고, 오히려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매우 줄어들고 비슷해진 거죠. 그러자 중산층들이 불안해집니다. 원래 미국에서 중산층은 미국사회의 주류였는데 자신들이 하층민들과 생활수준이 비슷해지고 엘리트들과의 생활은 사는 동네부터 모든 게 달라지니까 그것이 분노로 나타나게 된 거죠. 이것이 어떤 식으로 사회를 좀먹게 되냐면, 예전에는 실리콘밸리에 들어가서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업성취도를 가진 학생들의 직업 선택의 폭이 넓었어요. 은행에 가고 싶으면 은행에 가고, 교사가 되고 싶으면 교사가 되었는데, 지금은 증권가에서 일하는 것과 교사가 되는 것의 임금 차이가 너무 커지니까 자기가 교사가 되고 싶어도 그 임금 차이가 20배 가량 너무 커서 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가 진짜로 하고 싶은 직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큰 문제이고요, 교사 같은 직업에 똑똑한 사람들이 가지 못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되는 문제도 있어요.
더 놀라운 점은 이 승자독식문화에서 그럼 과연 ‘승자독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느냐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죠.
저자는 놀라운 말을 합니다.
“물리적 자본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지만 인간 자본은 오히려 사람을 속박시킨다.”

옛날에는 자기가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공장을 물려받고 공장은 나 없어도 잘 돌아가니까 나는 스포츠카 타고 에베레스트 산 올라가고 그래도 됐죠. 하지만 지금은 유산을 굉장히 ‘고강도의 트레이닝’으로 줍니다. 과외시켜서 좋은 학교에 보내주고 이런 식으로 유산을 주니까 물려받은 유산이 결국 ‘나’인 거죠. 땅을 물려받았을 때에는 ‘땅을 착취하면’ 그 돈으로 자유롭게 살았는데 이제는 물려받은 자산이 ‘나’이기 때문에, 내가 땅이기 때문에 ‘나 자신을 착취’해야만 돈이 나온다는 거죠. 그래서 부모님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해서 나에게 인적자본을 축적시켜줬기 때문에 그 원금을 회수하려면 가장 내 노동력을 높게 쳐주는 커리어로 가야만 하고 그래서 여유롭게 다른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도 반드시 돈이 되는 몇 개의 직업군, 금융이라든지 법이나 의료 같은 전문직으로 빠지게 되는 거죠. 그리고 거기서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거죠.
능력주의 사회의 폐단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굉장히 불행한 엘리트와 가난한 중산층을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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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작이 요즘 핫해서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도 한번 소개해 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9-09 04:4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