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댓글 18
익명
2020-09-25 15:32:21
수랏간에 남자가 많은건 제사 지내려면 남자가 요리한 음식이 올라가야만 해서 라고 보기에는 어렵지요. 제사나 연회를 담당하는 부서랑 평상시 음식을 준비하는 부서가 다른데 둘다 남자들이 많으니까요. 아마 탑급 호텔 쉐프들이 남자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 하면 되지 싶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조선시대에 여자가 만든 음식은 제사에 올릴수 없다, 뭐 이런 믿음이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습니다.
다만 제사라는건 조선 후기로 갈수록 장자 상속제랑 물리면서 가문의 일이 되어버리고 그 가문의 일에 여성들은 배제되다 보니 제사 자체도 남자들이 책임 지고 알아서 굴리게 되겄지요. 그러면 음식을 차리는 과정, 놋그릇 꺼내서 닦고 지방을 쓰는 과정에서부터 노비들 감독부터 제사상 차리고 술 올리고 엎드려 절하고 하는 것 까지 남자들이 점유적으로 했을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애초에 여자들은 제사에 참여를 못했으니까요.
근데 양반 남자들이 제사를 지내는데 그럼 그집에 여자 몸종은 제사음식 여자가 건들면 부정타니까 어디 저쪽에서 편히 쉬고 있겄습니까.
이 전통이라는거가 이상하게 변질이 되어서 현대에 해악을 끼치니까 그걸 고치고자 진짜 전통은 안그랬다 류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것도 좀 복잡한 이야기 입니다. 제사를 검소하게 지내는것도 돌아가신 기일 모시는 기제사랑 명절 차례랑은 또 다른거구요. 기제사는 검소하게 지내지만 명절 차례는 빨간날도 없이 일하고 평소에는 귀한 기름써서 지진 요리는 먹어보지도 못할 사람들이 일년에 몇번 회식 할 수 있는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 궁궐에서 지내는 명절 제사는 으리으리하죠. 그시대로 따지면 파튀인데. 다시말하지만 일요일이라는 개념이 없는 별도의 유흥이 없는 농업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명절 잔치가 갖는 역할은 아주 큰데 이걸 그냥 검소하게 때웠다, 이래버리면 조선시대는 걍 365일 일만 한 이상한 나라가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그거 남자가 직접 만들었다, 하는것도 이게 다 뭐 사대부 선비 남자들이 일년에 두번(으리으리하게 지내는게 설날 추석 명절 두번이라고 치면) 만들 요리를 위해서 쿠킹 클래스 다니면서 실력을 갈고 닦아 뒀다가 브이로그 찍으면서 김대감네 차례상에 명나라식 마라샹궈 올리기 뿌잉뿌잉 하고 올리겄습니까, 야 돌쇠야, 야 개똥이 애미야 음식이 이게 뭐냐 끝나고 한따까리 할래? 했겄습니까.
다만 조선시대에 요리가 여자만의 영역 취급을 받았냐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볼수는 있지요. 현존하는 요리책중에 여성을 위해 한글로 쓰인, 혹은 여자가 쓴 요리책도 무척 많지만, 사대부 남자들을 위한 요리책, 혹은 요리 좋아하는 남자들이 직접 쓴 책들도 아주 많습니다. 허균, 정약용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남자들이 단순 미식 수준이 아니라 요리에 대한 책을 썼고 실제로 요리를 했다는 기록들도 많으니까요. 조선시대에도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은 분명히 직접 요리를 했을 겁니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 음식은 여자가 해야한다, 제사는 며느리를 잘 들여야 된다, 이런 왜곡된 고정관념은 철저히 타파해서 제사가 가족의 일이면 가족 모두가 공평하게 참여하도록 해야하고.
제사상의 규모에 대해선 각자 집에서 제사가 갖는 의미와 비중에 따라 각자 형편에 맞게 조정하도록 권장 하는것 정도가 올바르게 전통을 적용하는 선이지 싶습니다. :
작성자에게 경고나 강등(이용정지) 처분이 필요한가요? 매일 무작위로 선정되는 고파스 배심원들에게 판결을 맡깁니다.
(주의) 신고 내용에 욕설,폭언 등 불필요한 글을 쓰시면
[]님이 강등됩니다.
사유만 간단히, 감정을 배제하고 써주세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