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본 익뿡이는 모 슈퍼마켓에 야간직원으로 근무한다. 중형 슈퍼마켓은 편의점과 비교하여 그 품목이 많고, 과일이나 채소, 생선이나 육류도 취급하기 때문에, 각각의 품목에 따라 이상행동을 하는 기이한 고객들 역시 더 많이 등장한다.
※ 또한 본 지역은 밤 12시 이후에 본 슈퍼마켓을 제외한 모든 소매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이 시간에 발생하는 모든 손님들은 이곳으로 모인다고 볼 수 있다.
1. 김두한
모든 품목을 천원 단위로 지불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4320원의 계산결과가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끊임없이 사딸라 지불을 원할 것이다.
라이타 300원과 봉다리 20원은 그에게 있어 반올림의 대상.
기나긴 협상끝에 그는 손에 있는 천 원 짜리 네 장을 집어넣고,
지갑에서 오천 원 한 장을 꺼낸다.
카운터에 줄이 밀리면 후술할 저금통맨들과 함께,
카운터 정체현상을 심화시킨다.
2. 저금통맨
주로 택시기사 분들이시다.
오천 원 이하의 금액은 전액 동전으로 지불하신다.
위의 김두한들과는 달리 기분이 나쁘진 않으나,
손님과 함께 백원짜리 오천 원 어치를 세다보면
카운터 줄이 밀린다는 단점이 있다.
(미리 천원단위로 묶어 오실 때도 있는데,
정산때문에 결국 다 세봐야 한다.)
3. 근육맨 + 누님
금목걸이 + 언더아머 + 일수가방 형님과, 누님이다.
(누님은 그냥 이쁜 누님임. 특징은 글쎄...)
이런 사람들이 밤에 무서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항상 궁금한건데 마동석 느낌의 형님들은 왜 항상 예쁜 여친이 있는걸까...?
4. 취객
취객은 두 분류로 나뉘는데 11시에서 2시 사이에 출몰하는 나이든 분들과 3시에서 6시 사이에 출몰하는 젊은 사람들이 그것이다.
나이든 분들은 대체로 안주나 술이 모자라서 나오시는데,
봉투 하나를 640ml짜리 참이슬 클래식으로 꽉채우신다.
이 분들은 김두한 속성을 내장하고 계시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욕을 엄청나게 들을 수 있기 때문.
젊은 분들은 주로 과자나 음료수, 컨디션을 사가는데,
여자손님들은 항상 초코에몽을 그렇게 사가더라...
세네개씩 사가던데 초코에몽이 그렇게 좋은가?
젊은 손님들은 오히려 진상 행동을 안 하시기 때문에 좋다.
항상 취한사람 1 + 멀쩡한 사람 1~2 정도의 조합으로 오는데
안 취하신 분들이 잘 억제를 하시기 때문에 괜찮다.
5. 젊은 커플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의 커플들이다.
위의 취객들처럼 만취 or 숙취중은 아닌데, 암튼 취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남자쪽이 어이없는 요구를 많이 한다.
봉투를 그냥 달라든지,
(50평 이상의 소매점은 재사용봉투만 판매할 수 있다.
지키지 못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담배를 한 갑 샀는데 라이터도 얹어 달라든지,
삼사만원을 외상을 해달라든지,
암튼 그러면 내가 거절하고 여자가 말리는데,
"오빠 그만해"가 계속될수록 남자의 태도는 의기양양해지고, 말은 거칠어진다.
이럴땐 경찰이나 사장님을 부른다.
경찰에 전화걸면 갑자기 얼굴에 취기가 사라지며 "죄송합니다"하고 사라진다.
6. (분노에 가득찬) 어르신
어르신들은 귀랑 눈이 안 좋고, 가끔 글을 못 읽으시거나, 셈을 못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환불/교환을 요구하러 오시는데, 보통 밤 시간에 많이 오신다.
낮 시간에는 블랙리스트 비슷한 데 올라가 있어 점원들의 집중 마크를 받는 한편, 직원중에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도 있기 때문. 그에 반하면 나는 젊다 못해 어린데다, 이 시간엔 길게 늘어져도 자신을 제지하러 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대체로 다른 소매점 물건을 환불하러 오시거나, 쌀이나 소주, 소금이나 통조림 같이 제조일자만 써있는 물건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며 *분노에 가득차* 환불하러 오신다.
이 분들은 제조일자를 잘 이해하지 못하시고, 이미 분노에 가득차 오셨기 때문에, "젊은 놈이 유통기한 지난 물건을 팔며 노인네를 속이려 든다"는 꾸짖음을 참으며 듣다가 환불을 해드릴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정중하시고 유머러스하시다.
7. 어둠의 기운(?)
근돼 분들이나 양아치들보다 무서운 사람은 따로있다.
추격자에 나오는 하정우 느낌의 손님들이 그러하다.
이분들은 조용히 들어와서 어눌하게 말하는데,
모든게 힘이 없지만 눈에선 레이저가 나온다.
"에 근데 몇살이신데 이시간에 혼자 계세요 위험하시게 ㅋㅋ"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 ㅋㅋㅋㅋㅋ
봉투값 같은 걸로 마찰 생기면 더 무섭다.
낮에 보면 멀쩡하시던데 왜 밤에만 그렇게 무섭지;
8. 고딩 양아치
민증없이 술담배를 사러 오는 놈들이다.
얘네들은 새벽 네다섯시중에 "뽀송뽀송한 상태로 대학생처럼 깔끔하게 입고오는" 어설픈 특징이 있다.
어떤 정신나간 놈이 새벽 다섯시에 레종 한 갑 사러 데이트 할 때처럼 모나미룩에 구두신고 마이까지 입고 나옴?
이런 애들은 한 5초 째려보면,
"아 제가 민증이 없는데" 하면서 먼저 걸려든다.
그러면 쫓아낸다. 얘네들은 레종 프렌치 블랙이나 아프리카 몰라를 피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지?
모름지기 남자라면 역겨운 쿨피스향 내 옆에서 뿜지 말고 당당하게 말보로나 카멜을 피우라.
※ 그 외에도 수박 반으로 잘라달라 요구하는 사람, 참외 하나 까서 먹어보고 참외(박스로만 판다) 살지 결정하겠단 사람, 카운터 앞에서 소주 원샷하고 공병값 받아가는 사람, 고기 반 팩 구워먹고 맛없다고 환불하러 온사람, 생선 모가지 무섭다고 나보고 쳐달라 하는 사람, 공부못해서 이런 일 하냐며 열심히 살지 그랬냐며 고잡남한테 팩트 후려치는 사람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야간 슈퍼에 찾아온다.
※ 여러분도 야간 매장 알바를 해보는건 어떨까? 인간에 대한 끝없는 환멸과 자신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www.koreapas.com/m/view.php?id=talk2&no=5201382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9-28 15:1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