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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익명
2018-04-08 15:31:58
14/ 배에 남은 흔적은 ‘호랑이의 흔적’인 것이 확실하지도 않아요. 어차피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 모두 진실을 납득할 정도로 백 프로 설명하지는 못하며 이건 결말이 어느 방향인지 설명하는 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파이 이야기가 닫힌 결말이었고 전편이 진실이었다면 애초에 두 번째 이야기는 작품에서 쓸모가 없어요. 왜 호랑이 이름이 하필 ‘아서 고든 핌의 모험’에서 식인 사건의 피해자 이름이었던 ‘리차드 파커’ 일까요? 두 번째 이야기가 그저 직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이야기에 불과했다면, 작가는 왜 그렇게 복선을 깔고, 치밀하게 전편과 후편의 요소요소가 절묘하게 대입되게 하고, 그 결과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서사구조를 짰을까요?
보험회사 직원들이 곧 독자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믿기 힘들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와, 믿기 쉽지만 참혹한 이야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하는 겁니다. 결국 직원들도 첫 번째 이야기를 선택하죠. 파이 이야기는 그냥 환상적인 표류기이기 때문에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 이러한 입체적인 구조 때문에 유명한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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