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29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국회 정론회관 기자회견과 함께 9월 3일 MBC손석희 시선집중에 피해여학생이 직접 나가서 주장한 내용이 있다.  2차 피해를 입었다는 것. 요지는 가해 학생중 한 명이 '성추행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인하면서 동기 학생 6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또 그 설문조사 문항 가운데 피해 여학생이 '싸이코 패스였다', '사생활이 문란했다'는 등의 문항이 포함됨으로서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피해 여학생은 설문조사(?)를 실시한 배준우씨와 그의 모친 000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를 수사한 후 기소해 그동안 재판이 진행되어 왔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30일 1심 결심 공판이 있었고 피고인의 신분으로 나선 배준우의 모친은 최후진술을 한바 있다. 다음은 이날 말한 최후진술서다.  


최후 진술서

2011고단0000 명예훼손
피고인 배준우, 000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소 길지만 재판장님께 양해를 구하면서 지난 1년여 동안 저와 그리고 제 가족이 지나왔던 1년여의 소회와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심경을 10여분 남짓 동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검사님.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1년이 된 것 같습니다. 아니 제 마음속에서는 10년은 지난 듯 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결코 헛되지 만은 않은 시간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비록 아직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놓여 있지만 새벽이 결코 멀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어둠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 보고 저는 물론이고 아직 까지도 수의를 입고 있는 저의 아들 또한 약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양지와 음지가 함께 하고 있으며 음지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신음 속에 고통에 겨워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며 조금이라도 그 눈물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는 삶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25일 밤 12시경 부산의 집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휴대폰을 울리는 벨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이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아들이 늦은 시간에 울면서 전화를 해온 거였습니다. 준우는 이날 갑작스럽게 경찰 1차 조사를 마친 후 당황하여 부모에게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이 시간에 제 휴대폰을 통해 동기여학생으로 부터 고소당한 사실을 알렸던 것입니다.

준우는 저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무런 나쁜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뭔가 오해가 있어서 그러려니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전화를 받고 혹시나 해서 그냥 있을 수 없어 부산에서 다음날 새벽차로 올라와 아이 친구들을 만나보면서 내용을 파악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동기 여학생의 오해 때문에 고소로 까지 이어졌을 뿐이고 오해가 풀리면 모든 게 없던 일로 되는 걸로 판단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저의 판단은 불과 10일 만에 상상치 못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참으로 순진하게 생각했다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6월 3일 조선일보의 왜곡 과장 보도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건 발생 12일여 만인 이날 '명문 의대생 3명 여행 갔다가 민박집서 만취한 사이 범행…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까지 남학생들, 강간 혐의는 부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동기생들이 MT를 간후 약물로 동기 여학생을 취하게 한 후 집단으로 강간을 했음은 물론 이를 동영상으로 찍었다’는 이 기사 하나가 수개월 후면 젊은 의학도로서 사회로 나간 후 의술을 펼쳐 나갔을 네 명의 의학도를 한 명은 기억 속에 씻을 수 없는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로 또 세 명은 추악한 성추행범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또, 이 기사로 인해 제가 그리고 저의 아들 준우가 이런 자리에 서게 된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1.2심 재판을 통해 밝혀진 내용만을 놓고 보더라도 이 기사가 얼마만큼이나 왜곡되고 허위 과장 보도 인지는 더 이상 거론 할 필요조차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기사 하나 때문에 촉발된 사회적 비난 여론은 다시 한 번 생각하기조차 두려울 만큼 끔찍하기만 했습니다. 저의 아들에게 그리고 두 명의 동기 남학생은 추악한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 세상 모든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악몽의 본격적인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악몽은 곧 바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이 사건 고소인이 5월 25일 저희 아들 준우를 포함해 세 명의 동기생들을 강간죄로 고소하면서 물증으로 제출한 속옷 두 점에서 제 3자의 정액이 검출되었다는 국과수 통보를 6월 13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소인이 당시 강간죄로 고소하면서 제출했던 물증이 허위로 드러났으니 모든 오해는 풀리고 생활도 정상으로 되돌아 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당초 별거 아닌 사건이라고 했음에도 조선일보의 왜곡 허위 보도로 인해 악화된 사회 여론을 의식해 최초 조사했던 강간죄를 성추행으로 바꾸어 가면서까지 사건을 유지했고 또 이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희 아들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참으로 곧게 커온 아이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가 의과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하지도 않은 강간죄로 갑자기 고소를 당했고 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하니 그 어떤 부모가 가만있을 수가 있을 까요?

더구나 한 방에 있었고 잠에서 깨어 성추행을 계속했던 박00의 입에서도 준우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고 오직 동기 여학생의 피해 주장만 있는데 그 어느 부모가 억울하지 않았을까요? 또 그 어느 부모가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가운데 구속 영장이 청구될지 모른다며 변호사님이 다른 증거가 없으니 그렇다면 평소 여학생의 행동에서 사건의 진실이 있을 수 있다며 동기 학생들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아오라는데 그것을 따져보고 망설일 경황이 있었을까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의 원인이 되는 ‘사실확인서’와 관련해 저와 저희 아들 준우는 의과대 동기이자 친한 친구였던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시킬 의도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또한 앞서 말한 6월 3일 조선일보 기사로 인해 인터넷에는 저희 아이의 신상이 알려지는가 하면 심지어 얼굴 사진, 그리고 하지도 않은 반성문이라는 글 까지도 떠돌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MT를 간 남자 동기생들이 여학생을 약물을 먹인 후 강간하고 또 동영상을 찍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선임된 박00 변호사는 이러한 잘못된 사실들을 밝혀보려 하였고,  그 방법중 하나가 평소 여학생의 생활태도와 관련해 동기생들의 확인을 통해 입증하는 거였습니다. 이런 주변 사정으로 사실확인서를 받았으며, 영장실질 심사 재판부에 낸 7장 또한 박00 변호사로서 한 법률적 행위일 뿐입니다.

또한 준우와 평소 친한 친구들도 조선일보의 거짓 과장된 기사에 많이 분노하며 준우의 억울함에 공감하였고 사실대로 밝히는데 있어 학생들 자발적으로 저희들이 모르는 고소인의 평소 거짓된 생활태도까지 적어주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고소인으로 하여금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부추킨 사람의 책임 부분도 이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고려되어야 하지 않는가 합니다.

바로 고려대 양성 평등 센터 상담원인 000씨와 관련해서입니다. 양성센터 근무자인 000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양성센터에 걸려온 상담전화와 관련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상담하였고, ‘사실확인서’의 내용조차 확인이 안된 상태에서 과친구들을 불러들여 ‘너희들도 벌을 받을 수있다’고 겁을 주며 있지도 않은 사실까지 이리저리 물어가며, 저와 준우가 하지도 않은 행동, 내용들을 과친구들에게 물음으로써 오히려 저희 모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있습니다. 또 이 사건 관련 고소인으로 하여금 고소에 이르게 한 데에는 000씨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 재판장님께서 유무죄와 관련 현철한 판단이 있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자식이 하지 않은 일을 밝혀보려던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입니까? 그런 험한 일을 당하는 자식을 어미로서 그대로 두고 보아야만 했을까요? 지금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한다고 하여도 저는 목숨이라도 걸고 진실을, 아들의 결백을 밝히고 싶습니다.

또 고소인은 9월 3일 손석희 시선집중에 나와 저희가 하지도 않은 설문지를 통해 ‘자신이 문란하다, 싸이코 패스다라는 말을 하였다’며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전국민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말했습니다. 여론을 호도하여 저희 아들은 학교에서도 복교가 불가능한 출교를 당하였습니다.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고 하여도 누가 더 심각한 명예를 훼손당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은 법률전문가인 박00 변호사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은 그것 하나 뿐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다시 생각해 본다고 하여도 당시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전문가인 변호사님의 말씀을 의심할 만한 그런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오직 다음날 있을 영장 실질 심사에서 아들의 억울함을 밝히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뿐 이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세상의 어느 부모라도 이런 억울한 일에 연루된 아들을 둔 부모가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요? 그냥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을까요? 하지도 않은 일로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 너무나 급박하고 억울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현철한 판단을 구하는 바입니다.

만약 이 일과 관련해 죄가 있다면 저에게 그 죄를 물어 주십시오.  어미인 제가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기에 그 잘못이 있다면 오롯이 저의 몫일 것입니다. 지금 수의를 입고 있는 제 아들은 1여년 억울하게 구속되어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여자 말이면 무엇이든지 합리적인 의심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죄인이 되어야한다면 이 세상 아들 키우는 부모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합니까? 다시 한 번 말씀 올리지만 죄가 있다면 아들을 낳아 기른 어미인 저입니다. 만약 죄를 물어야한다면 저에게 물어 주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도 저는 지난 1년여 시간동안 수천 수만 번을 이 사건의 진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뿐 아니라 영원토록 저의 아들은 무죄입니다. 이 부분은 이제 마지막 남은 대법원에서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제는 지난 1년여 동안의 분노와 증오를 극복하고 사랑과 포용으로 고소인을 마음속에서 끌어안고자 합니다. 더 이상 분노와 증오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따뜻하고 현철한 법의 판단을 기다리고자 합니다. 장시간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경청해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피고인 000 올림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9-09 07:4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