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소개팅 앱을 만들었다고 제가 아는 곳에다가 홍보글을 부탁했는데 여기에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제 기준에는 홍보글이지만 감동이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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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 될 것 같아 미리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면 더 좋고, 아니라면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덧 제 나이가 서른 초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주제는 참 어려운 주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풋풋하기도, 서투르기도, 오래 연애를 해보기도 하며 평범하게 지내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봤을 때 연애와 결혼을 통해 행복하길 원했지만 각기 다른 결과를 얻는 것을 보면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계기들을 통해서 이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으로 또는 친구들과 같이 해왔고, 그 결과물을 녹여내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고민의 흔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소개팅 앱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꽤 있었습니다. 특히 그 당시 유행했던 앱이 있었는데,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제력을 인증하는 앱이었습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여자가 많다”는 소문이 돌았고 다들 한 번씩 가입해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어깨너머로만 봤지만 어떤 부분에서만큼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각했던 것은 아주 조금의 낭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소개팅 앱에 무슨 낭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남이 낭만적인 이유는 주변환경이 낯설어 오로지 상대방 자체 말고는 집중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말이 잘 통하는 것 같고, 대충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외모가 어느정도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혹시 공통 관심사가 될 만한 출신 학교 정도 더 안다면 좋겠죠. 그저 그 사람이 능력도 있고, 멋있고 예쁘고 좋아서 라는 말이 조금이라도 낭만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소개팅 앱이더라도 “너무 돈에만 집중하는 건 별로야, 멋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증을 받는 거의 모든 서비스에서 부모님이 누구인지,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지, 집안에 자산이 얼마인지를 인증할 수 있게 되어있더라구요. 누군가가 강남구 아파트에 살고, 부유한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참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축복이고 그 사람의 몫이기에 논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 저런 환경을 원하기에 열심히 사는 거잖아요?



다만 소개팅 앱에서 그것들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때만큼은, 낭만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서비스들이 해당 부분을 강조할 때, 본인이 만든 게 아니라면 인증할 방법이 없도록 기획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강남구 아파트, 스포츠카, 고액자산이 첫 번째 기준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죠. 가치관은 서로 다르기 마련이고 각자 결정하면 되는 사항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라는 물음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가 답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비전과,성실함, 책임감과 미래를 같이 계획해도 좋은 사람인지를 보여주니까요. 누군가는 고통스러운 운동을 통해 탄탄한 근육과 몸매를 만들었을 수도, 누군가는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을 수도, 멋진 커리어를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본 사람이 더 괜찮은 사람이라는, 저와 그리고 같이 하는 팀원들의 개인적인 주관이 서비스에 녹아져 있습니다.



돌아와서, 그래서 출시한 서비스만의 주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밸런스"를 갖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소개팅 앱이지만 "머리가 아플 만큼 고민하게 만들어 보자"가 두 번째입니다.

첫번째로, 밸런스를 두루두루 반영하고 싶었고 소개팅을 주선할 때 사람들이 물어보는 5가지 주제를 인증으로 반영했습니다. 특히 요새 들어 재미 있는 건 “뱃살이 너무 나온 사람 말고 체격이 좋은 사람”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최초로 얼굴을 노출하지 않고서도 본인이 얼만큼 자기관리를 해왔는지 어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운동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각박한 대한민국에서 커리어를 신경 쓰면서 운동까지 해내려면 보통의 의지로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헬스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한 서비스입니다. 특히 얼굴은 많이 바꾸지는 못해도 운동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조각하자, 사람들이 주변에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조각할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나는 대리석에서 불필요한 부분만 없앴을 뿐이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대리석은 전세계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흔한 석재지만, 그 대리석을 깎아낸 다비드 상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운동과 자기관리는 희소하며 가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내 욕심의 깊이를 보여주어 오히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대 중반부터는 소개팅을 하나만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소개팅을 하나만 하더라도 다음 소개팅이 예약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지금 만나보는 이 사람이 최선일까, 이 사람은 패스하고 다음 소개팅을 나가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도 주변에 많았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상대방을 찾는 사람들은 다들 언제쯤, 어떤 사람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남녀를 불문하고 계속 고민하더라구요. 친구들이 이런 고민을 토로할 때, 저는 항상 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북아메리카 어느 인디언 부족 풍습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연애, 결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청년들이 옥수수 밭에 들어가 크고 좋은 옥수수 하나를 따오는 것이 성인식의 전통입니다. 다만, 한번 지나온 길은 되돌아 갈 수 없고, 지나친 옥수수 역시 다시 딸 수 없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따고 나면 더 좋은 옥수수가 보이더라도 더 이상 딸 수 없습니다. 더 크고 탐스러운 옥수수를 딴 사람이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는 전설이 있어 다들 고민하고 신중하게 살피지만, 더 괜찮은 것을 찾다가 지나쳐버리고 제한 시간이 되어서야 가까이 있는 옥수수라도 급하게 따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리다가 선택을 잘못한 이들은 놓쳐버린 옥수수를 아쉬워하죠.



우리의 연애와 결혼 문제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 서비스에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꼭 있으면 하는 조건 한 가지를 설정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통해 모집해 차례대로 넘어가면서 상대방을 선택하는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스랍의 셀소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되돌아 갈 수 없으니 앞으로만 가야하고, 하나를 고르면 더 이상 고를 수 없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내 소개에 여러 명이 모였다면 차례대로 프로필을 보기 시작합니다. 내가 몇 명을 지나쳐왔는지, 몇 명이 남아있는지 알기 때문에 선택을 잘 해야 하죠. 선택하는 순간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기도하고, 지나쳐온 사람 중에 괜찮은 사람들이 있었을 수도 있어 고민의 연속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길어졌네요. 아무래도 지금 오픈한 서비스이다 보니, 지인과 그 주변분들 위주로 가입을 할 것 같습니다. 살아오면서 나름 괜찮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려고 노력했고, 그 주변의 사람들이 또 괜찮은 사람들을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초반에 괜찮은 사람이 유입되지 않을까, 어리석지만 자체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습니다.



제게는 큰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오픈한 서비스라서 오류도 꽤 많이 발견하고 반성 중입니다. 서비스에 관해서 어떤 피드백이 있을지도 조금은 두렵기도 하면서 기대도 됩니다. 비록 대단하지 않은 서비스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각자만의 옥수수를 찾을 수 있다면 그동안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연애와 결혼은 참 어려운 주제 같아요. 어떤 사람은 이미 행복한 관계 속에서 정착을 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고배를 마시며 낙담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여 조금이라도 낙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봤던 미드의 한 장면인데 참 인상 깊더라구요. 한 여자가 낙담한 남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예전에 시골길에서 과속해서 달리다가 경찰한테 걸린 적이 있어. 속도위반 티켓을 끊으려고 경찰이 차에서 내리더니 장난으로 “이봐요 아가씨, 왜 이제 왔어요? 당신이 오기를 여기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고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하는 거야. 그래서 난, “아저씨, 정말 죄송한데요, 저도 진짜 최대한 빨리(과속해서) 달려온 거라구요” 라고 받아 쳤어.

너의 마지막 사랑을 기다리다가 충분히 지칠 수 있고, 오래 기다렸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내가 시골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게 걸린 것처럼, 그 사람도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언젠간 올 게 분명해.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선가 오는 중이야. 그리고 장담하건대 그 사람은 “최대한 빨리” 달려오고 있어.



여러분들의 인연도 어디서 오는지,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지만, 이 이야기처럼 언젠가 여러분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 “왜 이제 왔어? 조금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물어봤을 때, 그 사람은 분명히 “무슨 소리야, 내가 널 만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데”라며 대답하지 않을까요?

아직 자신만의 옥수수를 찾고 계신 분들이라면, 주변이나 지인이든, 결정사와 소개팅 앱이든, 그리고 혹시 제가 만든 서비스를 통해서든, 모두 각자 원하는 좋은 옥수수를 찾을 수 있으시길 기원하면서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실 수 있어 말씀 드리자면, 제가 만든 서비스 이름은 VVS매치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용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10-05 13: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