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대 껍데기가 비닐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거의 대부분 돼지 소창이고 일부는 닭 내장이다. 식용 인공 케이싱은 젤라틴으로 만드는데 돼지 소창과 닭 내장이 인공보다 더 싸서 쓸 이유가 없다. 추가로 돼지 곱창은 돼지의 대창 부위이다. 돼지 소창은 매우 얇고 질겨서 서양에서는 소시지 케이싱 용, 동양에서는 순대 케이싱 용으로 주로 쓰인다.
2. 전통순대와 분식집 순대는 성분이 상당히 다르다. 분식집 순대는 무게의 약 60%가 전분(=탄수화물)으로만 만든 당면이며 나머지가 돼지 선지피와 돼지기름, 돼지 소창이기 때문에 의외로 분식집 주력 메뉴 중 가장 고기에 가까워 보이면서도 단백질량이 가장 낮고 탄수화물 집중도가 가장 높다. 반면에 전통순대는 돼지고기와 선지, 숙주가 들어가기 때문에 단백질량이 상당히 높다. 서울을 기점으로 북쪽 지역들은 잔치를 벌이거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혹은 노약자를 위한 보양음식으로 쓰던 귀한 음식이 전통 순대다.
3. 순대 부속으로 쓰이는 내장 부위는 간, 돼지귀, 허파, 염통, 기관지 부위가 주로 쓰이는데 당면순대와 달리 이 부위들은 영양가가 매우 높다.
간: 저지방에 단백질량이 매우 높으며 레티놀과 비타민 A가 매우 풍부함
염통: 저지방에 단백질량이 간 만큼이나 높고 칼로리가 낮아 웨이트 트레이닝 후에 먹어도 되는 식품
허파: 칼슘 철분 단백질량이 높고 역시 저지방 부위임
4. 궁중 떡볶이와 고추장 떡볶이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궁중떡볶이는 중국에서 전해져온 잡채(현대 한국 당면잡채 말고 중국집 고추잡채같은 잡채)의 변형 중 하나로 야채와 쇠고기, 떡을 불맛나게 볶다가 간장으로 양념한 음식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가 1953년 신장개업한 이웃집에서 돌린 떡을 점심으로 드시던 짜장면에 떨어뜨렸는데 이것을 먹어보니 맛있어서 떡에 양념을 해서 볶아먹는 아이디어를 낸 음식이다. 1953년에 마복림 할머니가 신당동 노점에서 연탄불 위에 냄비를 올리고 춘장과 고추장을 섞은 양념에 떡과 파를 익혀서 팔던 것이 원조. 이것이 인기를 끌면서 마복림 떡볶이 집이 60년대에 생겼고, 70년대에 라면이 등장하면서 라면 사리가 생김. 즉석떡볶이가 아닌 분식집에서 미리 만든 떡볶이는 80년대에나 등장함
5. 고추장 떡볶이 떡은 의외로 쌀떡이 원조였다. 6.25 직후임에도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였으나 70년대 박정희의 혼분식 장려로 인해 분식집 떡볶이 떡을 순쌀로 하면 처벌을 받게 되면서 밀떡이 널리 퍼졌고, 이후 21세기 들어 한국에 쌀이 남아도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다시 쌀떡을 정부가 장려하며 밀떡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6. 순대는 원래 몽골 음식이다. 몽골에서 양을 잡으면 고기를 삶아 먹는데 이 때 잘 상하는 양의 피와 내장을 잘 다져서 양 창자 속에 넣고 말려 두었다가 고기를 다 먹고 나면 쪄먹던 음식이 원조로 고려의 원 간섭기에 전해져 그 때부터 한반도에 유행하는 고급 음식이 되었다. 정확히는 유목민족의 음식으로 고대 로마에서도 상당히 초기에 이민족과 싸우다가 이 조리법이 전해졌는데 그것이 지금 유럽의 소시지로 발전했다. 즉 순대와 소시지는 사실상 유래가 같은 음식.
7. 일제시대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돼지를 거의 기르지 않았다. 돼지는 곡식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농경 위주였던 한반도에는 맞지 않았다. 그럼 순대는 뭘로 만들었을까? 고려시대부터 일제시대 후반까지 순대는 개 내장에 개 선지와 개고기, 찹쌀과 숙주를 넣어서 쪄먹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고려시대엔 가끔 미식가 부자들은 양고기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엔 토종 돼지 종자가 남아있지 않고 일제시대에 서양종이 들어왔는데 해방 이후 이 돼지들이 늘어나면서 순대가 돼지로 바뀌게 된다.
8. 꼬치오뎅은 일제시대에 들어왔는데 무와 간장,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낸 꼬치오뎅은 일제시대 기생집 최고 비싼 메뉴 중 하나였다. 고급 생선회와 맞먹는 수준. 일제시대 기생집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고급 생선회에 꼬치오뎅, 탕수육, 소갈비를 먹고 평양 감홍로나 포르투갈산 포트와인이나 스페인산 셰리 와인을 마시며 평양냉면이나 진주냉면으로 해장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오성급 호텔에서 최고급 프렌치 요리 먹으며 고급 와인 마시다가 디져트 먹는 느낌?
9. 한국에는 1960년대까지 튀김 요리가 거의 없었다. 일부 일식집의 최고급 요리였는데, 한반도에는 튀김용 기름이 아주 많은 동식물이 거의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을 도축했을 때 나오는 비곗덩어리를 번철에 비벼서 전을 부쳐먹는 정도가 가장 기름진 음식이었다. 60년대에 사조해표에서 콩기름 식용유 제법을 미국에서 처음 들여왔는데 그 이후로 튀김이 점점 일상적인 요리가 되었다. 게다가 한반도는 밀 재배에 적합하지 않고 밀을 기를 경우 모내기가 늦어지는 위험이 있어 밀가루가 매우 귀했기 때문에 밀가루가 들어가는 튀김이 힘들었고 전도 대부분 메밀로 부쳤다. 해방 이후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전과 튀김이 밀가루 반죽으로 바뀌게 된다.
10. 저렴한 분식집에서 아주 굵고 통통한 오징어 튀김을 준다면 남미산 대왕오징어 튀김이다. 특히 몸통만 있고 다릿살은 없거나, 다리가 이상할 정도로 굵다면 100%다. (문어 파는 집에서 (가)문어, 혹은 가문어라고 쓴 경우도 대왕오징어다. '가짜' 문어라는 뜻의 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 대왕오징어 생산량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나라로 진미채, 영화관 앞에서 파는 왕오징어다리, 문어발, 시장에서 파는 저렴한 오징어젓갈 등이 대왕오징어로 만든 음식이다.)
11. 김밥이 우리 부모님 혹은 그 이전 시대에 대표적인 소풍 음식이었던 이유는 김이 굉장히 비싼 음식이었기 때문에 고급 외식 하는 기분을 내고 싶어서였다. 실제로 김 가격은 1970년대와 지금 채 2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은 25배쯤 성장했음에도...
12. 분식집에서 마진율이 가장 낮은 음식은 순대다. 그 다음 오뎅과 김밥, 가장 높은 것은 튀김과 떡볶이. 즉석떡볶이 매장이 생길 때 튀김과 떡볶이가 주력이 되는 이유이고 순대와 오뎅이 거진 노점에서만 주력으로 하는 이유이다.
13. 부산오뎅은 실제로 다른 지역 오뎅보다 맛있다. 오뎅은 동남아의 맛없는 싸구려 잡 생선을 갈아서 밀가루와 솔비톨, 조미료를 섞어 반죽한 뒤 튀긴 음식인데 부산 지역 오뎅 공장들은 조기와 갈치잡이 어선에서 크기가 너무 작아 상업 가치가 없는 조기와 갈치 등을 받아다가 10~20% 정도 섞는데 이 생선들이 맛있기 때문에 부산오뎅이 더 맛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때문에 다른 지역 오뎅보다 밀가루나 전분 함량도 더 낮아서 국물에 오래 두어도 불어터지는 일이 적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7-06 18:5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