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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숲 #36913번째 외침:
2015. 10. 28 오전 12:32:41
-탕수육에 관한 간단한 고찰-
옛날에 탕수육 나라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마을은 모든 사람이 탕수육만 먹으며
게임도 탕! 수! 육! 탕! 수! 육! 하고 탕수육 게임 만 하는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는 필연적으로 두 패거리로 나뉘게 되었는데
바로 부먹파와 찍먹파였다.
때는 바야흐로 찍먹파에서 탕수육 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찍먹파 출신의 대통령이 말했다.
"탕수육 쿠킹북을 만드는 출판사가 너무 다양하니 이제 국가에서 쿠킹북을 만들도록 하겠다"
탕수육 나라의 국민들은 당연히 다양한 탕수육의 레시피를 배우고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탕수육을 조리해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 국가에서 정한 탕수육들만 먹을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다양한 탕수육을 먹을 수 없을 것에 두려움을 느낀 국민들은 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왜 그러느냐"
하고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찍먹파 수뇌부가 하는 말이
"현재 탕수육 쿠킹북에 있는 레시피가 너무 부어먹는 요리들 뿐이다"
였는데, 이 말 덕분인지 탕수육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던 쿠킹북 에 대한 논의가
졸지에 부먹파와 찍먹파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이 싸움에서 많은 유명 탕수육 셰프들이 집필을 거부하는 등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를 다 서술하려면 시간도 없을 뿐더러
필자의 정치적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나무숲의 원칙에 위배되기에
이 이야기는 거르도록 하겠다.
아무튼 그렇게 혼란한 시국에 식품영양학도인지 탕수육 나라에 유학을 왔던 한 연대생이 이 모습을 보고
혼란하다 혼란해 지금 부먹 찍먹이 문제가 아니고
보통 쿠킹북 한 권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린다
지금 국가에서 쿠킹북을 완성시키려는 목표 시점이 약 1년여가 남았는데
이 기간에는 1학기어치 만들기도 벅찰 것이 분명한데
어찌어찌 만들었다 치자
그럼 2학기는 무슨 스타크래프트에서 브루드워 팔듯이 확장팩으로 내놓거나
롤에서 신챔프 내놓듯 한 단원 한 단원씩 내놓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암튼 그래봤자 반 년 더 벌어서 두 학기 합쳐서 일년 반 있는건데
그 동안 아주 잘 다듬어지고 완벽히 검토된 쿠킹북이 나오겠다 응?
니네 부먹파 찍먹파 나뉘기보다는
국정 쿠킹북을 엎어버리던 아니면 시행하더라도 제작기간을 좀 두던 해서
탕수육 나라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레시피를 공부하여 맛있는 탕수육을 조리할 수 있게 하자꾸나 했지만
아무도 연대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연대생은 조금 더 목소리를 높이어
야 이 미련한 당파싸움 종자들아
지금 국정 쿠킹북 집필에 참여하지 않은 수많은 셰프들이
전부 부먹파여서 그런 것 같으냐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 쿠킹북이 정말 일년만에 만들어진다면
역사에 남을 개 날림 쿠킹북이 될 것이 뻔할 뻔자인데
어느 셰프가 자신의 커리어에 이런 망한 쿠킹북을 추가하려 하겠느냐
그리고 정말 너희의 생각대로 이 문제를 당파 싸움으로 붙여보면
설마 정치하는 나으리들이 나같이 하찮은 대학생보다도 모르겠느냐만은
지금 시국이 이번 정권 들어서 가뜩이나 의혹 많은(의혹은 의혹일 뿐 사실이라고 하지는 않겠다)찍먹파에서 떡밥 하나 던져놓고 이게 물리니까
부먹찍먹 프레임 씌워서 공천이다 뭐다 하여 한창 분열되어 있던 양 측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부먹파가 반대하면 찍먹파가 강행하고 부먹파가 더 반대하면 찍먹파가 더 강행하고
이런 반대를 위한 반대, 찬성을 위한 찬성이 이뤄지는 동안
찍먹 성향을 가진 몇몇 거대 언론에서는 은근슬쩍
부먹파가 민생법안 제쳐두고 쿠킹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씌워
가뜩이나 단단한 찍먹파 콘크리트 지지층을 드래곤볼 손오공 원기옥 모으듯 모아
내년 있을 총선에 대비하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바둑으로 치자면 궁지에 몰린 찍먹파가 강수를 둔 것인데
거기에 어그로가 쏠려 정작 자신의 집을 간수하지 못하는구나
판을 좀 대국적으로 보아라
이러다 총선이 가까워 찍먹파가
"국민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 쿠킹북을 백지화하겠다" 하면
그 때 이미 천정부지 치솟은 찍먹파의 지지율을
하찮은 부먹파가 어찌 감내하리오
그러니 되도 않는 부먹찍먹 논쟁 그만 하고
본질적으로 이 쿠킹북으로 공부할 탕수육 나라의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앞으로 더 맛있는 탕수육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으나
여전히 탕수육 나라의 국민들은 연대생의 외침에 귀를 닫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연대생은 울분을 이기지 못하여
자교의 대나무숲에 이렇게 제보를 하니
이는 대자보도 아니요, 정치글도 아니요,
그저 탕수육 나라에 다녀온 한 유학생의 견문일지일 뿐이어라.
탕수육 나라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하며.
+++ 그리고 그 베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7-06 20: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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