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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익명
2015-10-26 21:09:39
이거 진짜
캐나다 가서 느꼈던 게 이런거에요.
버스 자기돈 내고 타고 내리는데, 학생들이 전부 내리는데 기사님한테 "Thank you!" 하고 내려요.
처음엔 이해가 안됐어요. 내가 내돈 내고 타고 정해진 목적지 가서 내리는데 왜 굳이 저러나?
왜 뒷문으로 내리면서 저 멀리 있는 기사님한테 고개 돌려서 목청껏 고맙다고 소리를 지르나?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저러는데, 익숙해지긴 해도 제 입으로 하기는 왠지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그러다 한 참 뒤에 저도 한 번 해봤어요. 오히려 내가 안 하는 게 이상하더라구요. 버릇없어 보인다기보다는 뭐가 무심해보인다? 무관심해보인다? 정 없어보인다? 그런 느낌이 드는거에요.
그렇게 몇 개월 지나고 나니, 한국에서 이젠 적어도 버스 탈 땐 인사하고 타요.
알바하는 학생들이나 택배 기사님들, 배달하시는 분들 다 새로 보이더라구요.
저는 그동안 한국에서 소비자는 왕이다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일하시는 분들에 대해 별로 생각 해본 적 없었는데
'존중'하는 문화
이게 가장 큰 차이인 거 같아요. 우리는 그런 게 없었어요.
우리가 배달이 빠르고, 택배가 금방 오고, 밤에 나가면 상점이 열려있고. 이런 편해지는 것 뒤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는 거에요.
내가 내돈 내고 이용하는 당연한 서비스일 수도 있는 거지만, 내가 시킨 밥이 식지 않게 달려와주고, 택배를 안전하게 배달해주고, 졸음 참으며 나를 응대해 주는 게 고맙지 않나요?
분명 캐나다 사람들도, 안전하게 나의 목적지까지 운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존중을 짧은 인삿말로 표현한 거겠죠.
조금만 불편하면 누군가 편해지는 거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내가 저녁에 택배 안받아도 참고, 주말에 택배 안받아도 괜찮다고 한다면,
그 택배 배달원 분들은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저는 그래서 짜장면 그릇은 물에 씼어서 내놓고, 택배 아저씨가 1층에서 벨 누르시면 엘리베이터까지 나가 받아옵니다.
그럼 그분들이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신데도 참 고마워 하셔요.
우리가 나빠서 안 했다기 보다는, 몰라서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다른 데에도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길게 써버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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