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국지 게임들에서 흔히 저평가받는 유비의 모사 간옹. 간옹은 성격상 큰 결함이 있다고 합니다.

<간옹은 여유로운 태도로 풍자하며 논의했는데, 성격은 오만하고 구애됨이 없었으므로, 유비의 면전에서도 책상다리를 하고 좌석에 기대고 있어 위엄이라던가 엄숙한 모습은 하나 없이 제멋대로였다. 제갈량 이하의 관리들 앞에서는 혼자 긴 의자를 하나 차지하고 팔베개를 하고 누워 말했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 변론하는 경우가 없었다.> - 촉서 간옹전

* 당시 중국은 입석 문화가 아직 도입되기 전입니다. 의자가 일반화되고 입석 문화가 도입되는 건 송대 이후입니다. 이 때(후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방석을 놓고 거기에 무릎꿇고 앉는 게 예의였던 시기입니다. 즉 자기 주인은 방석깔고 바닥에 무릎꿇고 있는데 편히 책상다리하고 벽에
등기대고 앉아 있고, 그 아래 신하들, 심지어 제2인자인 제갈량 앞에서도 자기는 긴 의자(소파) 깔아놓고 거기에 팔베개하고 턱괴고 누워서 얘기했다는 겁니다. 비록 주공 유비의 고향친구지만 웬만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런 인물평을 보면 간옹은 요즘 말로 '개차반'같은 성격을 가진 인물로 보입니다. 허나 이런 간옹을, 그렇게 예를 중시하던 유비가 외교 책사로 중용합니다. 심지어 손건이 멀쩡히 있는데도 간옹을서촉 정벌전에서 유장을 설득하는 세객으로까지 보내죠. 그런데 유장은 자기를 달래러 온 이 개차반같은 간옹을 후에 좋아하게 된다고 합니다. 유장이 마조히스트가 아닌 이상 이걸 보면 뛰어난 능력이 성격적 결함을 커버할 정도로 굉장한 언변술을 가지고 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2. 간옹이 저런 성격을 갖고도 괜찮게 살았던 이유는 말할때마다 빵 터지는 기지, 지금말로 개그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의 일화가 <세설신어>에 전해집니다.

<때마침 날이 가물어 금주령을 내렸는데, (마침) 술 빚는 자에게 형벌이 있었다. 관리가 그 집에서 술 빚는 도구를 수색해 찾아내니, 논자들이 술 만든 것과 같은 형벌을 내리고자 하였다. 간옹과 선주(유비)가 돌아다니며 살펴보는데, 한 남녀가 길을 가는 것을 선주에게 말하길

“저들은 음란한 일을 하였는데, 어찌 결박하지 않습니까?”

라 했다. 선주가

“경이 어찌 그것을 아오?”

라 물으니, 간옹이 대답하여 말하길

“저들에게도 음란한 도구(具)가 있으니, 술 빚고자(釀) 한 것과 같습니다.”

라 했다. 선주가 크게 웃으며, 술 빚으려 한 자를 용서했다.>

- 세설신어(世說新語), 규잠(規箴)

(蜀先主嘗因旱儉禁酒, 刑吏於人家檢得釀具, 欲令與釀酒者同罰, 時簡雍從先主遊, 見一男子行道, 雍謂先主曰「彼人欲行淫, 何以不縛？」先主曰：「卿何以知之？」雍曰：「彼有淫具, 與欲釀同.」先主大笑, 命原欲釀者.)

* 해설: 술 빚는 도구만 찾았다고 술 만든 사람이랑 똑같이 처벌하면, 그럼 저 사람들은 음란한 짓(?)을 할 도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간음한거랑 똑같네? 처벌해야되는거 아니냐!?

* '술을 빚다' 라는 뜻으로 쓰인 양(釀)은 '서로 뒤섞다, 만들어내다' 라는 뜻도 있었습니다.(...)

농경사회였던 당시, 금주령이라는 것은 군주가 그만큼 빡쳤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그만큼 중요한 명령이었는데 그런 군주 앞에서 당차게 저런 개그를 터뜨린다는 것이 참 배포가 큰 사람인 듯합니다. 실제로 군주도 빵터지기도 했고요. 이걸 보아 간옹은 참 눈치도 빠르고 센스도 기똥차게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밉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7-02 07:3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