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 한국 Vs. 중공 5:4 한국 승

이 게시판에 올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얼마 전 웃음 게시판에 탁구 선수 헤지리 이야기가 올라왔길래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남자 탁구 명승부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이 게시판엔 이 경기를 라이브로 본 사람이 얼마 안되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라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탁구 최강국은 중국(당시는 중공으로 표기)이지요. 남녀 모두 최강이었는데 그나마 여자부는 (아주) 가끔 중국을 이기기도 했지만 남자부는 그 때까지 단체전에서 단 한 번도 중국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커녕 일본한테도 밀렸죠. 그래서 대회 전에 여자부는 메달을 기대했지만(특히 양영자, 현정화 복식조에게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남자부는 홈 그라운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은 세계 랭킹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었는데(지금도 마찬가지죠) 세계 1위 강가량을 비롯해서 천신화, 후이준 셋이 단체전에 나왔고 우리는 유남규, 김완, 안재형이 출전했죠. 당시 중국팀은 그냥 언터처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당연히 우승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했지요. 지금은 단체전이 5판3승에 복식도 섞여있지만 당시는 단식만 아홉판을 붙는 9판5승제였습니다. 그러니 경기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렸죠. 4강인가 8강에서 우리가 일본한테 이기고 결승에 갔는데 동영상을 보시면 임주완 캐스터가 이야가하지만 일본을 이긴 것도 36년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중3이었고 인문계고 진학반이라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였습니다. 경기가 저녁 먹을 때쯤(6시쯤으로 기억) 시작했는데 당연히 질 줄 알고 안봤고 10시에 자율학습 끝나고 집에 갔는데 온가족이 이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가 거의 10시 반쯤 됐는데 스코어를 보니 4:4. 마지막 9단식이 시작됐더군요. 우리 선수는 안재형, 중국은 후이준. 아버지께서 이전 상황을 알려주더군요. 지금 거의 다섯 시간째 경기하고 있고 우리가 4:1로 이기고 있다가 내리 세판을 내줘서 4:4가 됐다고요.

그 때부터 완전 몰입해서 보는데 세트 스코어가 1:1이 되고 진짜 마지막 세트가 되더군요. 시간은얼추 11시가 넘어가고 온가족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면서 봤습니다. 마지막 21점째 후이준의 공이 아웃되고 안재형이 두 손을 번쩍 올리면서 드러눕는 순간 온동네에 환호성이 터졌지요. 마치 월드컵 때 한국이 골 넣으면 온 아파트단지가 환호성에 뒤덮이듯 말이죠. 이 대회 이후 전국적으로 엄청난 탁구 열풍이 일어납니다. 저도 동생과 함께 조기 탁구회에 나갔었죠.

경기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유튜브를 수년간 뒤졌는데 찾을 수가 없더군요. 거의 포기하고 살았는데 올 봄에 마지막 세트 몇 분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링크를 걸어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7 17:4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