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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7-09-07 01:49:47
제가 만난 좋은 선생님
초등학교 4학년 때 저희 담임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수업 방식이 좀 달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조별 활동을 많이 시키셨습니다. 미술활동이나 발표수업, 연극, 심지어 소풍도 조별로 행동하도록 하시고 여러 활동 마다 조별 별점도 주셔서 아이들이 서로 약간의 경쟁심을 갖고 있었죠.
그리고 다른 반과 다르게 저희 반만 견학 수업 같은 것을 자주 갔었습니다. 선생님 인솔해서 어디 야외로 가는 것을 학교장은 굉장히 꺼려한다고 하는데(사고의 위험 때문에...) 저희 담임 선생님께서는 강화도, 박물관, 미술관 등 수시로 저희를 이끌고 다니셨습니다. 또 방학 때는 학교에서 캠핑도 하는 등 다른 반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죠.
그래서 그런지 수업시간에 자유로운 발표와 토론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선생님께서는 간섭보다는 "자율"을 중시 하셨습니다.
이런 교육이 만들어낸 결과랄까...어느 날 저와 저희 학교 전학년이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월요애국조회(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월요일 아침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가서 하던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께서 저희 반 몇몇 학생을 호명하더군요. "4학년 2반 ㅇㅇㅇ외 6명은 단상으로 나오세요." 다들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만 아이들이 단상에 오르자 교장선생님께서는 그 이유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때는 9월 어느 날 저희 반의 그 아이들(같은 조원들)은 비밀스런 회의를 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고마운 분들에게 봉사를 하자는 것이였죠. 그리고 그중 한명이 10월에 경찰의 날이 있으니 경찰서에 가서 봉사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리고 그후로 거의 한달 동안 그 친구들은 비밀스럽게 모여서 공연준비도 하고 용돈도 모아서 위문품까지 준비 했더군요. 그리고 학교와 선생님에게도 알리지 않고 인근 경찰서로 가서 준비한 공연과 위문품을 드리고 왔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해당 경찰서서장님은 전화로 저희 학교 교장선생님께 자초지경을 설명하셨고 이렇게 해서 학교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월요일에 경찰서장 명의의 감사패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그저 우리 담임 선생님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수업이 너무 좋기만 했는데 그게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후로도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였고 학년이 지나면서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그토록 아쉬운 적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벌써 예전에 은퇴하시고 지금은 사모님과 서울 인근에서 작은 '박물관'을 운영하시면서 그곳의 영원한 선생님으로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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