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 93권, 선조 30년 10월 20일 정축 1번째기사 / 경리 양호를 접견하다
-
상이 양 경리(楊經理)를 접견하였다. 경리와 함께 서로 읍한 뒤에 상이 말하기를,

"근일에 날씨가 추워지는데 관소(館所)가 써늘하니 대인의 기체가 어떠하십니까?"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국왕의 은혜에 힙입어 평안합니다."

하고,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 전에 손가락이 아프셨는데 지금은 어떠하십니까?"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조금 나은 듯하나 아직 다 낫지는 않았습니다."

하고, 이어 자리에 앉았다. 상이 말하기를,

"지난번에 왜적이 경기도까지 접근하여 서울도 거의 지키지 못할 정도였고 백성도 흩어져 계책을 세울 수 없었으므로 부득이 종묘 사직을 밖으로 옮겨 모셔서 우선 화란을 피하였는데, 지금은 중국군이 크게 이르러 흉적이 조금 물러갔기 때문에 종묘 사직을 도로 모시고와 다시 서울에 봉안하였습니다. 이것은 황제의 위령이 멀리 미쳤기 때문이며 또한 대인의 위덕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참으로 황은에 감격하고 대인의 은덕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것은 모두가 국왕의 큰 복이지 무슨 공이 저에게 있겠습니까. 황은에 감격한다 하심은 참으로 옳습니다. 황상(皇上)이 아니었으면 어찌 오늘이 있겠습니까. 국왕의 말씀이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흉적이 조금 물러가고 종묘 사직이 다시 돌아왔으니 이는 참으로 대인의 공덕이라 감사함을 무엇으로 말하겠습니까. 절을 하여 사례하겠습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게 무슨 말씀이오. 제가 무슨 공이 있습니까. 이러한 예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고, 상이 굳이 청해도 따르지 않았다. 상이 말하기를,

"통제사(統制使) 이순신(李舜臣)이 사소한 왜적을 잡은 것은 바로 그의 직분에 마땅한 일이며 큰 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인이 은단(銀段)으로 상주고 표창하여 가상히 여기시니 과인은 마음이 불안합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순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다 흩어진 뒤에 전선(戰船)을 수습하여 패배한 후에 큰 공을 세웠으니 매우 가상합니다. 그 때문에 약간의 은단을 베풀어서 나의 기뻐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대인에 있어서는 그렇지만 과인에 있어서는 참으로 미안합니다."

하였다. 상이 또 말하기를,

"마 제독 대인(麻提督大人)이 남쪽으로 내려간 후에 우리 나라의 소식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대인에게는 소식이 왔습니까? 지금 어느 곳에 머물고 있습니까? 중국의 대인이 이같이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거처하니 과인은 늘 민망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어제 들으니 ‘남원으로 가서 곡성(谷城)에 있는 적을 한창 도모한다.’고 하였는데, 확실한 소식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세자 광해군이 마땅히 즉시 와서 대인을 뵈어야 하는데 병이 낫지 않아서 아직 그러지 못하니, 황공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회복된 뒤에 만나도 무방하니 염려할 것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어 물러가기를 고하고, 서로 읍하고 나왔다.
-
http://sillok.history.go.kr/id/kna_13010020_001


남의 나라 장수한테는 천조의 대인께서 날씨가 추워져서 손가락 관절이 안 아프신지가 염려가 된다는 어느 인구 100 만명이 사는 아프리카 후진국 대통령한테도 직접 가서 막상 받으면 몸둘바를 모르겠을 법한 말로 시작을 해주네요. 그리고 이후의 발언은 당연히 개획때로 경리(양호)대인과 황상께 말로는 다 못할 감사를 드린다고 하고 있구요. 양호가 화들짝 놀라서 제가 아니라 국왕전하의 복이고 황상의 은덕이라고 화답을 하는군요. 웃긴 것은 양호의 겸양에 분위기가 좋다 좋다 하니까 아예 삘을 받아서 그 삘에 몸을 맡기고 싶은지 아니면 진심으로 미쳐버렸는지 천조 황상도 아니고 한 장관급 관료쯤 되는 동격의 사람에게도 절 까지도 두 번 사양을 할 때까지 하려고 하네요.

그 다음에는 이순신한테 뭐 내리면서 치하를 하셨다던데 번국의 한낱 장수가 하는 한미하고 응당 하는 것을 그렇게 봐주시니까 부끄럽다고 하면서 여윽시 찌질이 놈이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본색을 드러내네요. 되려 양호가 보기에도 심하다 싶었는지 이순신이야말로 매우 가상한 인물이고 좋은 사람인데 너무 그라지 마요 하니까 무안을 당했다고 여겼을 법한 선조는 난데없이 다른 질문을 하고 있구요. 이 정도의 빠심이라면 아마 알고도 질문을 한 것 같은데 지금 자리에 안 보이니까 마제독대인이라고 운운을 하면서 양호처럼 손가락이 시릴까봐 걱정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마귀의 안부가 어떠한지를 묻고 있네요. 그런데 양호가 또 우직하게 곧이 곧대로 마귀의 소식을 전하자 그 뒤로는 마귀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을 보니까 선조놈이 마귀를 들먹인 것은 말을 돌리려고 한 것이 확실한 것 같네요.

이쯤 되면 명나라를 겉으로는 온 정성을 다해 빨기는 하는 것 자체는 사실이기는 한데 문제는 그 동기가 누구를 지우기 위한 합리화 과정에서 되려 결례를 범하면서 절 까지 하려고 하는 식으로 변태적으로까지 나타난다는 것이죠. 선조가 열등감에 미친 찌질이라는 대중적인 역사인식이 또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경우라고 하겠네요. 헤어질 때는 광해 이 아들놈이 아파서 같이 경리대인을 못 뵈러 와서 송구한 마음 뿐이라고 한 공손을 떨고 있는데 누가 중국이 순이(順夷)라고 칭한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랄까봐 참 순하디 순하네요. 지금 뭐 상당수의 국민들이 자조적으로 우리가 미국의 속국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 미국 관계에서는 상상이 불가능한 정도로 한술 더 떠서 과거의 조선은 전심전력을 다해 이렇게 명나라를 대접을 하기는 했거든요. 아마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 정도였냐고 정도가 심하다고 느끼실 듯요. 이 대목은 영화나 드라마로 재현을 해도 연기력이 좋은 능글맞고 교활하고 성격적 결함을 가진 배우를 찾는다면 전달하려고 하는 메세지도 확실하게 할 좋은 장면인 것 같은데 다만 어째 저는 한 번도 보지는 못 한 것 같네요.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죄다 선조를 까는 드라마던데요.

문교게는 음악게시판이고 간단한 지식글 비스무리한 글을 쓸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 읽어주시기만 해도 감사할 것 같네요.


+앗차 반전 한가지! 선조는 불과 몇 달 전에는 절 까지 올리려고 한 양호를 두고 이렇게 뒷담을 깠더군요.

선조실록 89권, 선조 30년 6월 2일 신유 1번째기사 / 중국 장수들의 동태와 국내외 정세를 대신들과 의논하다
-
"양호(楊鎬)란 위인은 필시 성급하고 음험한 사람일 것이니, 우리 나라의 불행이다. 중국 사람들의 심성이 착하지 못해 전부터 나오는 자들이 하나도 탐욕스럽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리고 사람의 도리가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허튼 말을 해서는 안되는 법인데, 군상(君上)을 기만하기를 떡 먹듯이 하고 있으니, 이밖의 다른 일이야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이로써 중국 사람들의 기습(氣習)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일을 황제(皇帝)가 문책하는 것은 괜찮지만 양 순무가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http://sillok.history.go.kr/id/kna_13006002_001

선좆 이렇게 뒤에서 모독을 한지가 언제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안면몰수를 하는 당신의 인격은 대체...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7-12 03:2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