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or:Ralf Schmerberg
Production Company:@radical.media
Visual Effects:Motion Theory
Client:HP
Agency:Goodby Silverstein & Partners
Brand:HP

No. 1 vs No. 2 게임의 법칙 - IBM vs HP

No. 1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 No. 2가 게임을 이기는 방법에 대한 브랜드 전략을 살펴보고 브랜드 전략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한다.

지난 2003년 4월 '+HP' 광고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광고를 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프린터 회사로 알고 있던 회사가 무언가 커다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는 의외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넘버원 IBM에 대응하기 위한 후발주자 HP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지금 소개할 IBM, HP의 일련의 광고 캠페인들은 기업 이미지 광고의 성격도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IT산업 중 '서비스'라는 사업 영역에 관한 광고다.

IBM과 HP, 선두와 후발주자의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IT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그 중에서도 '서비스'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이 시장을 개척한 IBM은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어떻게 게임을 끌고 갔는지, 이에 대응하여 HP는 2인자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게임을 풀어 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IBM History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존재였다. 기업용 중대형 컴퓨터 시장에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를 장악한 독보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PC(Personal Computer)시대의 대응 실패로 IT의 맹주 자리를 델,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에 내주게 된다. 델이나 컴팩처럼 저렴한 컴퓨터를 만들지도 못했고, PC에서 매우 중요한 운영체제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그리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인텔에 맡기는 경영상의 실책을 범했다.

위기를 맞은 IBM은 1993년 기업 역사상 최초로 외부 인사인 루이스 거스너(Louis V. Gerstner)를 신임 CEO로 선임해, PC시대에 잃은 헤게모니를 포스트 PC시대에서 찾고자 하였다. 루 거스너에 의하면, 네트워크 혁명이 진전됨에 따라 PC는 연결기기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며, 앞으로는 다양한 IT 공급업자들이 만들어낸 기술들을 통합하는 '설루션(Solution)'이 시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단했다. 따라서 IBM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는 운영체제(윈도)와 경쟁이 치열한 응용 소프트웨어 영역 등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응용 소프트웨어들을 연결하는 '미들웨어' 부문과, 시스템 통합에 관한 '서비스' 부문(한 기업의 시스템 통합을 위한 컨설팅부터 아웃소싱, 파이낸싱, 그리고 유지 관리까지의 통합 비즈니스를 일컫는 고유명사)에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브랜드 전략 : 카테고리 브랜딩

IBM의 도박은 주효했다.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한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IBM이 특정 기업에게 최상의 설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휴렛팩커드(HP), 선(SUN)과 같은 경쟁사들의 제품들(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을 권할 수 있어야 했고, 이들 제품에 대한 유지 · 보수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까지도 할 수 있어야 했다.

IBM은 IT업계에서 통용되는 '서비스'라는 명칭으로는 그들의 새로운 사업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용어 개발에 착수한다. 그 결과 탄생한 용어가 바로 'e-비즈니스(e-business)'이며, 이 용어를 그대로 브랜드 태그라인으로 사용하게 된다(광고 1). 이처럼 IBM의 e-비즈니스 브랜드 전략은 그들의 업을 정의한 카테고리 브랜딩(Category Branding) 전략이다. 그들은 이 용어가 업계에서 통용적으로 쓰일 수 있기를 바랐다. IBM은 카테고리 브랜드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의제 설정자로, 그리고 리더로 보이고 싶어했다. 그러나 1997년 IBM 광고를 통해 등장한 e-비즈니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선함이 떨어지게 되고 또한 포괄적 개념이라 IBM의 차세대 전략 모델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2002년 10월에 IBM은 시스템 통합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한다. 이 때 들고 나온 개념이 '온디맨드 비즈니스(On-Demand Business)'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 기호학적 접근

IBM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e-비즈니스를 통해 고객 기업의 내부적 시스템 통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객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 기업의 내부적 통합뿐 아니라, 파트너, 공급업체, 고객 등과의 외부적 통합도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통합이라고 새롭게 정립한다. 그리고 그러한 내 · 외부적 통합을 이룬 기업을 '온디맨드 비즈니스'라고 정의하고, 이 개념을 e-비즈니스 후속 IBM의 브랜드 태그라인으로 가져간다. 이는 2인자인 HP의 공격적인 '+HP' 캠페인에 대한 대응 전략이기도 하며, 날이 선 어젠다(Agenda)를 다시 한번 설정함으로써 업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ROCK IS ON' 광고(광고 2)를 보면, IBM의 1차 고객은 냅스터(Napster)다. 2차 고객은 냅스터의 고객인 대학교들이고 3차 고객은 냅스터의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록을 즐기는 학생이다. IBM은 냅스터의 내부적 통합뿐 아니라(e-비즈니스 단계), 대학들의 서버까지도 구축하여 고객에까지 이르는 외부적 통합까지(온디맨드 비즈니스 단계) 이루려고 한다. 냅스터 - 대학 서버 - 학생(최종 고객)까지를 'ON' 시키려는 전략이다.

헤드폰을 끼고 자유로이 음악에 심취해 있는 고객이 등장하는 인쇄광고 비주얼은,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가 원할 때 즉각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IBM 설루션이 갖는 상호작용성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고객의 만족을 표현해 IBM의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1차 고객인 냅스터는 이름으로 등장할 뿐, 최종 고객인 소비자를 광고 비주얼로 등장시켜 냅스터의 입장에서 광고를 전개한다. IBM 기업 고객의 최종 소비자를 주로 비주얼로 등장시키는 것이 바로 IBM 광고 전략 중의 하나다.

e-비즈니스 캠페인에서는 ⓔ를 상징 기호로 사용했듯이, 온디맨드 비즈니스 캠페인에서는 ON을 상징 기호로 사용해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ON'은 리얼타임의 의미로, 소비자의 접근 용이성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기업의 변화 대응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특히 ON을 붉은색으로 시각화해 상호작용성, 신속성, 대응성을 표현하는 기호로 형상화하고 있다.

IBM은 의제 설정자이자 개념론자(Conceptualist)다. '서비스'라는 업을 남들보다 앞서 확대 재생산했고, 그들이 하는 업을 스스로 e-비즈니스라고 규정했으며, 또한 시대 변화에 맞게 온디맨드 비즈니스로 변화 · 발전시켰다. 브랜드 측면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넘버원으로 그들의 업을 개념화하는 카테고리 브랜드 전략을 전개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리더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HP History

스탠포드 대학교 동창생인 데이비드 팩커드(David Packard)와 빌 휴렛(Bill Hewlett)이 1937년 주택을 한 채 빌려 차고에서 작업장을 차려 시작한 기업이 바로 휴렛팩커드(HP)다.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위치한 이 차고는 이후 주정부로부터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를 상징하는 장소로 지정되는 역사적 장소가 된다.

하지만 창업 이후 리더십의 부재와 관료주의 그리고 인터넷 시대 컴퓨터 장비업체로의 한계 등으로 인해 프린터를 제외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HP는 1996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웃사이더인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를 새로운 CEO로 영입하여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

피오리나는 창업자 2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1년 9월 HP와 컴팩과의 합병을 이뤄내고, 그 결과로 세계 최대의 컴퓨터 생산업체를 탄생시킨다. 합병 이후 그녀는 프린터, PC, 서버, 서비스 등을 HP의 4대 성장 엔진으로 선정한다. 프린터는 이미 맹주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PC는 저가 모델인 델 컴퓨터와의 일전이 남아 있고, 서버는 기본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하지만 그녀는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가장 큰 영역인 '서비스' 부문에서 IBM과 일전을 펼치기 위해, 우리가 이미 잘 아는 '+HP = everything is possible' 캠페인을 펴 나간다.

브랜드 전략 : 브랜드 연계(Brand Linkage)

HP는 IT시장을 IBM과 HP의 두 마리 말이 달리는 구도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을 공고히 하기 위해 칼리 피오리나는 우선, HP의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인 '+HP = everything is possible'을 컴덱스(Comdex) 연설을 통해 발표하면서 극적인 효과를 낳았다. 그리고는 전세계적으로 공격적인 광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HP 캠페인은 브랜드 광고이자, 기업의 시스템 통합에 관한 '서비스' 영역에 관한 광고다. 서비스 부문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IBM이 선점한 시장이다. 계약 규모에 있어서도 IBM이 월등한 시장이다. 계속적으로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격차가 나는 HP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IBM과 버금가게 보이게끔 하는 전략이다. '스타벅스, 홍콩 정부, 뉴욕증권거래소, 디즈니, 그리고 런던 국립박물관이 HP와 만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론칭 광고는 일견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파트너들의 브랜드 가치를 연계해 HP의 브랜드 위용을 보여주고자 하는 결과를 노리고 있다. 이 광고를 보고 사람들은, HP가 프린터나 만드는 회사로만 알고 있다가 뭔가 대단한 기업이라는 인상을 갖게 됐다. 파트너들, 클라이언트들의 브랜드 힘까지도 차용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 기호학적 접근

선두주자인 IBM에 대응하는 HP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우선 '연계(Linkage)'를 통한 넘버원 수준의 규모감, 위상 전달에 있다. 그러한 전략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HP가 제공하는 IT 비즈니스 설루션과 거대 기업(고객)들과의 만남, 그들과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의미하는 슬로건 'everything is possible', 그리고 메인 비주얼을 통해 드림웍스, 아마존닷컴, 월스트리트 등 HP 고객 기업들의 기업명과 그 기업을 상징하는 비주얼을 직접 광고에 삽입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초기 캠페인인 'Customer + HP(광고 3)'에서는 주로 HP와 고객 기업간의 파트너십을 전달하는 광고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 뒤를 이어 'YOU + HP'에서는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등 소비재 제품의 광고였으며, 현재 집행되고 있는 'Change + HP' 시리즈는 그러한 고객과의 파트너십뿐만 아니라 IT환경의 급변에 따른 HP의 능동적인 비즈니스 대응 능력에 좀더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고 있다. 이는 특히 리더인 IBM의 '온디맨드 비즈니스'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 출발한 것으로 IBM과의 차별적인 포인트를 나타내기 위해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Adaptive Enterprise)'의 새로운 개념을 추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는 선두주자인 IBM이 설정한 새로운 어젠다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1차, 2차, 그리고 그러한 네트워크를 통한 3차 고객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서비스 개념이라기보다는 HP가 제공하는 설루션을 통한 1, 2차 고객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HP의 우수한 서비스 내용을 강조하는데 충실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는 'Customer + HP'에서 'Change + HP'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HP광고 캠페인의 메시지를 함축시키고 있는 대표 기호다. 'Customer + HP', 'YOU + HP' 시리즈에서는 고객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상호작용을 통한 경쟁사 대비 HP서비스의 경쟁 우위를 상징하고 있으며, 특히 고객 기업을 직접 등장시킨 메인 비주얼 속에 디자인 임팩트 요소로 활용되어 HP와 고객 기업간의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표현하고 HP의 규모를 나타내는 전략적인 요소로 활용된다.

한편, 유수의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운집해 있는 세계 금융의 상징 월스트리트가 등장하고 그 위를 수놓은 일직선의 다양한 컬러로 그래픽 처리된 화살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Change + HP(광고 4)'의 광고를 보면 첨단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을 표현하는 비주얼과 어우러진 '+' 기호가 등장한다. '+'는 또다른 시각적 기호로 사용된 다양한 색상의 '화살표'와 함께 급변하는 IT 비즈니스 환경을 상징하는 것은 물론, 그러한 IT환경하에 더욱 신속하고, 더욱 민첩하게 대응 가능한 HP의 서비스 우위 능력을 상징한다. 결국 HP 또한 서비스 영역의 차이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선두주자 IBM과 견줄 만한 IT 비즈니스 서비스의 제공자로 위상 정립을 시도하고자 고객 기업, 파트너들을 연계하는 전략을 사용했고, 이러한 의도는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고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7 09:5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