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동생활전선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임입니다.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처음 구상된 "공동생활전선"이란,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청년들이 노동권과 주거권 그리고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집을 마련하고 등록금을 버는 유럽의 대학생들의 삶은 우리에게는 꿈만 같은 일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자립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하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현실이 우리 앞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렇듯 20대들이 사회적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것을 자신의 문제로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독립(취직과 결혼)할 때까지 집에서 자식을 데리고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으로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욕망을 일정부분 포기하고서 자립의 조건을 획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생활을 통해 (마츠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 전략"을 실천하며) 주거비와 생활비를 낮추고 일정한 자립을 추구하려는 생각은 바로 여기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은 외견상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느 권리 하나 사회적으로/공적으로 인정받는 구석이 없습니다. 청년들의 사회적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이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의 권리는 가계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육권도, 노동권도, 주거권도, 심지어 성적 자기결정권 역시 부모의 계급과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가계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한국의 청년들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보편적인 권리가 국가와 자본에 의해 제약당하고 있다는 상황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가계에의 종속, 나아가 국가와 자본에의 종속. 이 모든 것들이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에 대해 당사자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탈정치화의 원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미약하게나마 돌파하기 위해, 공동생활들의 "전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동생활을 실천하는 20대의 공동체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전선"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공동생활전선"의 기본 골자입니다. 청년들의 공동생활과 대안주거 운동은 단순히 가계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일정하게 자립하며, 지금의 현실을 만들어낸 저들과 싸우기 위한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물질적 조건입니다. 

  이 기획은 처음에는 고려대-서울시립대 부근에서 실천될 것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주거형태와 개입의 방식들에 대해서는 현재 10명 정도 되는 참가자들의 회의를 거쳐 논의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면적인 가출과 독립으로 계획되었지만, 이후의 회의를 통해 공동생활의 주거를 마련하고 몇명의 상근자들이 상주하는 형태로 결정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부분들이 회의 과정을 통해 결정될 것입니다.

  우선 이번 방학 동안 공동체 세미나를 진행할 것입니다. 수유 연구소와 만행과 같은 빈집 운동들을 견학할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로는 성공회대의 <꿈꾸는 슬리퍼>도 있습니다. 공동생활과 대안주거 운동의 구체적 사례들을 학습함으로써 앞으로의 공동생활을 위한 구체적인 규율들을 정립해 나갈 것입니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기포기가 따른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방학부터 1년 동안 마르크스-레닌 및 현대 정치철학자들의 텍스트들을 읽어가면서, 정치적 개입을 위한 이론적 근거들을 학습해보고자 합니다. 당장 이번 방학에는 마르크스 선집을 읽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학습은 단순히 특정한 학파와 이론적 유행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대학가 일부에서 부는 철학적 유행들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들이 공부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사회 안에서의 마르크시즘적 개입을 재점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들은 코뮨주의자도 아니고, 유목주의자들도 아니고, 철학적 유행을 따르는 것도 아니며, 단순하고 심플하게 마르크스주의자가 되기 위해, 혹은 충실한 좌파적 주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모든 제약과 규율들 그리고 공부의 수고로움을 감수할 것입니다. 마르크스에 대해 '썰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 EM님의 <자본론> 강독에 구성원들이 참여할 것입니다. 나아가 공동생활의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각각 50만원에서 100만원 씩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각자가 노력할 것입니다. 다른 단체의 기부에 의존하거나, 요행에 의지하지 않기 위해, 이 모든 과정을 우리들의 힘으로 꾸려나갈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공동생활전선은 학생사회에의 개입을 포기하지 않는 당파적인 학생들의 연합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정파로 환원되지 않는 당파적 실천들을 모색해나가는 학생 모임이 될 것입니다. 고려대-서울 시립대 뿐만 아니라 공동생활전선과 유사한 다른 기획들이 실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도 회의가 진행 중입니다. 여름방학을 지나서 9월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개입이 시작될 것입니다. 학생사회와 청년들의 현실에 개입하려는 정치적/이론적 욕망을 공유하는 분들과 이 기획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이 기획에 참여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개입하고 싶은 분들의 지혜와 안목을 나누고 싶습니다.

연락처 : cafe.naver.com/lifefront / 011-9873-8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