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늘의 BGM은 조지아의 국가입니다.

1. 아침을 먹고 호텔에서 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교통카드를 만든 것입니다.
버스, 지하철 공용입니다.
조지아 문자는 동글동글하니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2. 과거 공산국가였던 나라들이 다 그렇지만, 트빌리시 지하철도 매우 깊게 파져 있습니다.
이는 핵전쟁 시 방공호로 쓰기 위해서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소련 최초의 지하철인 모스크바 지하철은 핵무기가 없던 시절에 처음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모스크바의 지반 자체가 연약하여 땅을 깊게 파야만 지하철 공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깊게 짓고 나니 내려가고 올라가는 데 불편하기는 했지만 유사시 방공호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그래서 다른 도시들도 이렇게 지하 깊숙하게 지하철을 뚫게 되었다고 합니다.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매우 빨라서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처음 탈 때는 적응이 안 되어 힘들었습니다.
평양 지하철도 이렇게 깊숙하게 뚫려 있을 텐데, 언젠가는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여튼 지하철을 타고 호텔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합니다.

3. 말이 시외버스지 사실은 봉고차에 가깝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마슈르카라고 부릅니다.
이 차를 타고 조지아의 첫 수도였던 므츠헤타로 갑니다.
편도 운임이 우리나라 돈으로 400원입니다.

4. 트빌리시에서 35분 정도 달려 므츠헤타에 도착합니다.
산과 강을 끼고 있어 수도로서는 좋은 곳이었지만 시가지가 좁아 트빌리시로 옮겼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스베티츠코벨리 성당입니다.
안에 들어가 보려 했으나 마침 일요일이었고 미사를 집전 중이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참고로 조지아는 정교회 국가로, 정교회 독립 총대주교좌를 가진 5개의 나라 중 하나지요.
(나머지 4곳은 러시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입니다)

5. 주변에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있는데, 삼타브로 수도원이라고 합니다.
수도원에서 직접 와인도 담근다네요.
참고로 조지아는 세계에서 최초로 와인을 담가 먹은 증거가 발견된 나라로, 최소 8천 년 전부터 와인을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제1세계에서는 프랑스 와인을 제일로 치지만, 제2세계에서는 조지아 와인을 제일로 쳤다고 합니다.

6. 즈바리 수도원입니다.
산 중턱에 홀로 떨어져 있고, 므츠헤타 읍내에서 가는 아무런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 자가용, 아니면 도보(...)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저희는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물론 정식 택시는 아닌 것 같고, 2일차에서 언급했던 그런 비공식 택시가 되겠습니다.
여담인데, 이 수도원 앞에도 노점상들이 몇 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했는데... 네 조지아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조지아 대통령이 누구였지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7. 즈바리 수도원에서 내려다 본 므츠헤타 읍내 전경입니다.

8. 저희를 즈바리 수도원까지 태워다 준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갑자기 트렁크에서 이런 걸 꺼내십니다...
차차라는 조지아 전통주인데, 포도를 수확하고 남은 덩굴과 잎과 껍질을 끓여 만든 증류주라고 합니다.
꽤 도수가 세더라고요... 그나저나 저 기사양반은 저런 걸 항상 차에 넣고 다니는 걸까요?
물론 저는 사지 멀쩡하게 잘 살아 있습니다.

9. 므츠헤타 읍내에서 즈바리 수도원까지는 원래 왕복 8000원인데 아저씨와 흥정해서 6000원에 올라갔습니다.
아저씨께서 4000원만 더 내면 트빌리시 시내까지 태워 준다고 하셔서 그렇게 합니다.
어차피 즈바리 수도원이 므츠헤타에서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방향이었거든요.
무튼 그렇게 트빌리시 시내로 무사히 돌아와서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점심으로는 조지아식 퐁듀

10.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닭고기 경단을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조지아 요리는 하나하나가 시와 같다'고 했는데, 정말 맛이 오묘하더군요.

11.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걸어가는 길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스탈린의 풀네임은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지아 출신인 그의 본명은 '이오세브 베사리오니스 제 주가슈빌리'였다고 합니다.
스탈린은 강철 같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레닌이 붙여준 별명이었고요.
어떻게 보면 스탈린이 가장 유명한, 그리고 가장 성공한 조지아인이었지만, 철저히 소련의 입장에서 국가를 통치했고 그 과정에서 조지아 민족주의를 탄압했기 때문에 조지아인들은 스탈린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12. 조지아 국회의사당입니다.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던데 조지아 국기와 성조기가 같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뭔가 자주 보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13. 자유광장입니다.
저 탑 위에 있는 황금 동상은 조지아의 수호성인 성 게오르기우스로, 용을 무찌른 용감한 전사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 게오르기우스는 거의 항상 말을 타고 창을 든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저 자리에는 스탈린 동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14. 조지아의 명물, 보르조미 탄산수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15. 트빌리시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의 이름은 쿠라 강인데, 이렇게 강가에 교회와 동상이 있습니다.
동상의 주인은 므츠헤타에서 트빌리시로 천도한 왕, 바흐탕 고르가살리라고 합니다.
뒤에 있는 교회는 메테키 교회라고 하는데, 공사중이었습니다.
동상 바로 앞에는 다리가 있고, 그 다리를 건너서 조금만 가니까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16. 호텔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다, 야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유난히 밝게 빛나는 저 건물은 삼위일체 대성당인데, 저녁식사를 하고 가 보기로 합니다.
바쿠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아름답고 인상적인 야경이었습니다.

17. 저녁에도 조지아 요리를 먹습니다.
야채를 다져 만든 샐러드인데 맛이 참 기묘하더라고요.

18. 이거는 카슈슐리라는 고기 스튜인데, 헝가리의 굴라쉬와 맛이 비슷했습니다.
앞에서 푸시킨의 말을 인용했었는데, 조지아 요리는 예로부터 미식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스탈린이 조지아 민족주의는 탄압했지만 소싯적 식성은 못 버려서 모스크바에서도 조지아 요리를 자주 찾았고, 그 덕분에 조지아 요리는 소련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러시아에서 조지아 식당은 우리나라 중국집과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지아 식당이 (제가 알기로는) 단 한 군데 있는데, 부산역전 차이나타운에 있다고 합니다.
이거 하나 때문에라도 부산에 갈 이유가 생겼네요.
(차이나타운에 웬 조지아 식당인고 하니, 부산역 차이나타운은 90년대 이후로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지금은 차이나타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문화 타운이 되었다고 합니다)

19. 이 날의 마지막 목적지는 위에서 언급했던 삼위일체 대성당이었습니다.
여기는 정말 핸드폰 카메라가 다 못 담습니다.

6일차 여행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9 23:5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