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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이유로 약 한 달 간의 금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금주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득 공군 훈련소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그날도 고된 훈련을 마치고 동기들과 잠을 청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 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치킨, 피자 등등이 나왔지만
저의 대답은 카스테라와 우유였습니다.
사람은 극한의 상황이 되면 너무 자극적이거나 몸에 나쁜 것도 피하게 된다는 걸.
최후의 한끼는 생각보단 단촐하고 건강한 느낌이란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선의 조합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식도락의 즐거움은 아닐까.
물론 첫 휴가 나와서 치킨이고 뭐고 다 쳐먹다가 배탈이 났지만요.
한달 동안의 금주라니.. 그렇다면 대체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 것인가... 31일 중 27일 동안 고민했습니다.
그 와중에 고파스에서는 학우님의 아버지께서 만드시는 훈제삼겹이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과하지도 않게 화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래. 안주는 너로 정했다. 그렇다면 술은? 물론. 취하기만 하기 위해서라면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되는 일입니다만.
하지만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선 더 최선을 찾으려 합니다. 평소 감사하게 챙겨보는 '06학번'님의 글에서 도문대작을 본 후..
항상 마음 한켠에 그 이름이 함께 했었습니다. 그 막걸리를 택배 주문하려다 문득 가까운 곳에 술 도매상이 없을까 찾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다녀본 적 있는 골목에 도매상이 있더군요.
어머니 대성집, 개성집, 와가리 피순대를 다니면서도 옹심이 손칼국수 간판을 보며 저긴 망한 곳인가 생각했었습니다.
바로 그곳이 술 도매상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안 상호명은 도원결의라는 이름이더군요.
원래 도문대작 3병만 사겠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갔었는데, 저도 모르게 다른 막걸리를 추천해달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사장님이 이런 저런 이야기 해주시며 추천을 해주셔서 그 모든 걸 한병씩 다 사왔습니다.
아마 제가 더 해달라고 말하기라도 했다면, 거기 있는 모든 막걸리를 사게 되진 않았을까요.
아무튼 거기다가 예전에 맛있게 먹은 적 있는 솔송주.. 강쇠주.. 등등도 샀네요.
후라이팬에 기름만 둘러 데우면 되는 안주도 판다는 이야길 하셨지만 저에겐 이미 정해진 안주가 있다고 단호히 거절해드렸습니다.
혹시 고대생이냐는 이야기랑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으시고 자신의 아버지가 고대 나오셨고 아버지의 사업이라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제가 위에 말한 사장님이란 호칭을 바꿔야할 거 같지만. 그래도 사장 아들도 사장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술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추천 받을 때 이야기 들을 때, 술 좋아하시는 게 느껴져서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훈제 삼겹과 막걸리를 먹고 있는데, 훈제 삼겹은 앞으로 뭔가 기준이 될 거 같네요.
예를 들어 치킨 먹을까? 그 치킨 18000원인데 그럼 대략 3훈제삼겹인데.. 그냥 담에 훈제삼겹 주문해야지. 이런 의식의 흐름 생기겠어요.
안주로 맛있고 좋아요. 옆에 곁들인 건 보문시장의 한 반찬 가게에서 산 영양부추무침입니다.
사진의 가평막걸리는 추천보단 신제품이란 이야기에 하나 사본 것인데.. 무난합니다.
다들 즐거운 음주와 식사하시길 바랍니다.
찍은 사진들과 받아온 브로셔 첨부해봅니다.
덧.
제가 훈제삼겹 주문한 시점엔 6개부터 무료배송이었습니다.
원래 3개 주문하려다 배송비 아까워서 6개 주문했는데.. 오히려 이벤트 빨리 끝내주셔서 감사할 지경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7 07: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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