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꽃보다 할배 등 노인을 주인공으로 담아낸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등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노인의 모습을 전달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이다. 김 욱(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해 치매 걸린 노인과 같은 부정적인 노인 이미지를 생성해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인과 관계없어 보이는 대학생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대학생의 노화불안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나 노화불안은 은연중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학생의 노인에 대한 태도는 고령화 사회 전반의 노인에 대한 인식 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대학생이 무의식, 의식적으로 갖는 ‘늙음(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분석하고, ‘늙음’을 긍정하고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 보았다
      
노화불안과 대학생
최근 인기를 끈 영화 초반부에 “너희들은 안 늙을 것 같냐?”는 교수의 물음에 한 여학생이 “(늙기 싫어서)서른이 되면 자살할 거에요”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 대학생은 대체로 ‘늙음’에 대해 부정적인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는 ‘젊음’을 강조하고 ‘늙음’ 자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불문율일 정도로 ‘동안’사회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와 사회풍조는 노화불안을 일으켜 여러 부정적 현상을 일으킨다.
전문가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과도한 노화불안은 자아통제감과 자아존중감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김욱 교수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면, 미래 노인이 될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태도는 삶을 긍정적으로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도 관련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화불안은 노인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김욱 교수는 “노화불안은, 노인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르게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노인에 대한 지식이 적을수록 막연하게 노화불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르면, 노화불안은 노인 관련 교육을 받았거나, 고정관념에 의하지 않고 노인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노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어서 적응심리 측면에서 노화불안이 건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희(한국상담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노후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노인차별적”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노후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어서 노인과 자신을 분리하고 싶은 심리적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김 교수는 “노화불안이 높은 사람은 다른 것에서도 불안이 높다”며 “노화를 발달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진화론적 관점 △TMT(Terror Management Theory, 위기관리이론) △범주화이론 △문화적 제국주의 △주변화를 통해 늙음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 및 인식이 형성되는지 분석해봤다.

진화론적 심리 이면에
사회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노인에 대한 가치 상실은 산업·정보화 후 과거 노인이 가졌던 삶의 지혜나 농사짓는 방법에 대한 정보 등이 지닌 희소가치가 떨어져, 노인이 ‘쓸모없는 짐’처럼 여겨지게 되는 점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민희 교수는 “이를테면 시집 간 딸이 엄마한테 미역국을 어떻게 끓이는 지 물어보지 않는 것을 통해, 진화론적으로 노인이 생활의 지혜를 주는 정보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노인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없는데, 그들에게 드는 비용은 소모된다는 생각이 진화론의 심리 근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TMT(위기관리 이론)
성차별, 인종차별과 함께 3대 차별 중 하나인 노인차별은 이미 정해진 범주 안의 사람을 배척하는 성·인종차별과 달리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차별을 당하게 된다는 점에서 독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노인차별의 시간적 독특성에 대해 김민희 교수는 “청년은 노인이 ‘나’의 미래 모습이라 느껴 노인을 불편히 여긴다”며 “노인을 보면 나의 우울한 미래의 모습이 상기돼, 이를 회피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과 직결된다. 이러한 죽음 앞에서 취약한 노인의 모습은 죽음을 상기시킨다. 김민희 교수는 “죽음을 상기하는 노인의 존재는 이를 보는 사람에게 일종의 테러, 위기감을 준다”며 “위기관리 이론에 따라 젊은 사람이 노인을 불편해하고 그들을 회피하려는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타자화’를 통한 자존감 획득
인간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과 속하지 않은 집단을 ‘범주화’하려는 속성이 있다. 세대 간의 입장에서, 대학생은 젊은 집단이고, 노인은 외집단으로 분리된다. 범주화를 통해 집단을 구분하게 되면, 외집단 개개인의 특수성 보다 외집단 전체의 특성에 주목하기에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발전시키기 쉽다. 인간은 긍정적 자기 정체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기 집단에는 긍정적이고, 외집단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이는 더 심화된다. 김민희 교수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차이를 벌이면 벌일수록 자기의 안녕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년은 노인을 타자화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는 명제를 볼 때 언젠간 노인이 될 대학생들이 노인을 꺼려하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젊은이의 입장에서 노인이 된다는 생각은 심리적으로 불안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려 든다”며 “이러한 생각을 회피함으로써, 자신의 자존감과 존중감을 지키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핵가족화, 도시화 등 현대사회의 특징상 젊은 세대가 노인을 접할 기회가 적어 세대간 정서적 심리적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단절에 대해 김욱 교수는 "청년이 개개인의 노인을 직접 접촉하지 못해, 노인 집단 전체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생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사회에는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것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그 중 문화적 제국주의·주변화를 중심으로 이를 살펴봤다.

문화적 제국주의와 주변화
김욱 교수의 논문 ‘억압의 한 형태로서의 노인차별주의’에 따르면, 문화적 제국주의는 다수의 기득권을 가진 그룹이 소수의 그룹에게 그들의 가치나 문화양식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노인 그룹은 ‘젊음’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젊음 지향적 사회가치’로 평가절하되며, 그들의 문제는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피해자 비난’의 논리가 적용된다. 노인그룹은 사회의 구조와 기대에 근거한 사회 일반의 가치에 벗어나는 △수동적 △전통적 △수직적 △과거지향적 등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김 교수는 “강렬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는 현대사회의 특성 상 노인의 숙고하는 특성은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노인 그룹은 적절한 사회복지대책의 결핍으로 실직이나 퇴직을 경험하고 사회생활의 참여기회를 제재당하며 주변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물질적 박탈을 동반한 주변화는 노인들을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없는 무능력 그룹으로 전락시킨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과정에서 노인그룹은 여러 권리와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회 통제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늙음을 긍정하는 사회를 위해
그러나 노인이 완전히 소외되는 사회는 오지 않는다. 우선 ‘노인은 무능력하다’는 명제는 편견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뇌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적극적인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하는 노인의 경우, 양쪽 두뇌가 활성화돼 젊은 층에 비해 다른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인한 노후불만 대신 노인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욱 교수는 “젊은 세대가 경험해보지 않은 ‘늙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며 “노인을 범주화해 그룹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개개인의 강점있는 다양한 개인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디어에서 전달하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노인에 대한 태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처럼 긍정적인 노인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접촉가설 이론에 따르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는 접촉 빈도가 너무 낮아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기가 쉽다고 한다. 그러나 김민희 교수는 “최근의 연구에서 접촉의 수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미디어에서 긍정적인 노인을 많이 보여주고, 여러 세대가 노인에 대해 긍정적인 접촉을 하면 노인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이지민 기자 mint@kukey.com
일러스트│최다희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11-15 13: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