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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7
익명
2018-07-09 13:36:15
36/
십자군 전쟁의 이면에 숨은 배경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배경에 과하게 천착하면서, 종교전쟁이 아니라고까지 비약하고, 그 이유로 "그 이후로는 그런 전쟁이 없었으니까 종교가 주 원인이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논박이 아닙니다. 십자군전쟁이 발발한 가장 큰 원인도, 사람들이 참전한 동기도, 사람들이 그토록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배경도 모두 자명하게 종교였습니다.
일부러 논지이탈을 위해 고의로 혼동을 유도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말을 이어가다가 앞의 대화와 단절하여 생각하시다보니 헷갈리신 것 같아 정리해드립니다. '모든 전쟁은 동기를 나눌 수 없으면 종교때문에 발발한 것이다' 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종교전쟁은, 아주 명확하게 종교가 아닌 다른 이유로 발발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한, 종교때문에 발발한 것이 맞다' 라는 것입니다.
왜 김일성을 거론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집계 가능할 것이나, "반종교", 즉 종교의 부재 때문에 죽은 사람의 수는 집계할 수 없을 것이라고 32플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김일성을 "종교의 부재" 때문에 출현한 학살자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종교에 호의적인 시각이지요. 김일성이나 스탈린이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물론 김일성은 종교를 (실질적으로는) 부정합니다. 스탈린도 그랬죠. 히틀러도 카톨릭이라고는 하지만 반종교주의자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일으킨 전쟁은 그저 종교전쟁이 아닌 "비종교"전쟁입니다. 굳이 그들이 안티크라이스트라서, 그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일으킨 것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마치 진화론이 틀렸다면서 창조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흡사한 면이 있어 흥미롭군요.
사실 :
종교가 모든 전쟁의 원인은 아닙니다.
종교는 상당히 많은 전쟁들의 원인이며, 전체 전쟁 중 종교에 기인한 것이 얼마나 될지는 관점에 따라 다릅니다.
종교전쟁으로 수억명의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지금도 종교 때문에 수억의 사람들이 죽거나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종교에 의한 선행과 종교로 인한 범죄는 서로 상쇄되거나 감경되지 않습니다.
이상의 사실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이유로 종교를 비판하는 것이 헛다리 짚는 거라고 주장하신다면, 그리고 "종교의 부재" 또한 전쟁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신다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인류 역사의 반 이상의 비중을 꾸준히 차지해왔던 동양에서는 한 번도 인격을 띈 유일신이 출현하여 나름의 문화를 구축한 적이 없습니다. 인본주의, 인도주의, 박애주의가 모두 야훼, 알라 또는 부처 (사실 저는 불교는 이제까지 얘기한 종교의 정의에서 좀 멀다고 생각하는데) 또는 조상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은 참으로 자신만만하지만, 동의하기는 어렵군요. 유학을 국기로 한 조선 500년이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시대의 크리스트교 국가들 보다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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