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과 히드라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마린과 히드라,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죽음을 넘어선 용기’! 우리 UED 함대의 기갑군 모토이다. 우리 함대가 지구를 떠나 코플룰루 우주구역으로 원정을 온 지 여러 달이 지났다. 우리의 무적함대는 단기간에 악투러스 황제를 폐위시키고 자치령을 전복시키는가 하면, 지금은 초월체(Overmind)의 노예화를 위해 모든 함정이 챠르 행성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불타는 표면의 대지, 오직 이승에서 맛 볼 수 있는 지옥... 챠 행성으로.

                                                                                 - 단편 -

함대는 수많은 별들을 가로지르며 빠른 속도로 항해하고 있었다. 별들과 별들이 서로 부딪혀 산산이 부숴지며 흩어지는 광경이 참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많은 병졸들은 벌레떼들의 소굴인 챠- 행성으로 간다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잠시나마 은하수 구경을 하며 심신을 달래고 있었다.

“ 함장님, 챠- 행성의 고궤도로 진입합니다. 예정시각 1분. ”

함대 내의 방송이 적막한 고요함을 꿰뚫고 알차게 울려퍼진다. 병졸들을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기를 점검하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그들을 바라보는 3함대 사령관 밀로셰크 또한 수많은 전장터를 누비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익장이였지만, 저그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긴장감과 막연한 두려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 이럴 때 술이라도 한잔 했으면 좋으련만! ”

사령관 밀로셰크는 맨 정신으론 버티기가 힘든 모양이였나보다. 그럴만도 할테지, 여태까지 싸워온 적들은 테란 자치령, 이들이 비록 태양계가 아닌 코플룰루 계에 존속하고 있다고는 해도 같은 인류였다. 하지만 이제는 듣도보도 못한 저그라는 괴생명체들과 싸워야 했다. 함대는 지금 그들의 본거지로 가고 있는 것이였다. 22억 개체의 벌레떼들이 불타는 표면 위에서 울부짖으며 광기어린 눈빛을 내뿜을테지..

“ 진입합니다. ”

챠- 행성의 중력 내로 진입함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함선 내부가 심하게 흔들린다. 병졸들은 갑작스런 중력과 흔들림에 적응하지 못하여 중심을 잃고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UED 최고사령선인 기함 DSS 알렉산더에서 송신이 급히 들어온다. 제라드 듀걸 제독님이 전 함대에 연설하시려는 것이리라. 저그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전 함대에 고하는 것이리라.

“ 제군들, UED 함대의 앞길에 패배란 없다! 우리는 살든 죽든 함께 할 것이다! 인류의 이름으로 한 마리의 저그도 살아남지 못하게 하라! 이상.. ”

드디어 전쟁이 시작된다.

“ 경고! 알수없는 경로에서부터 수많은 저그의 뮤탈리스크과 스커지들이 함대를 습격해옵니다. 챠- 행성 내부의 착륙에 차질이 생길 것 같습니다. 함대, 방어시스템 작동... ”

                                                                     챠르 행성 : 불타는 표면의 지옥

..
...

얼마나 잠에 빠졌던 것일까?

여기는 어딜까? 눈을 떠봐도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온통 새까맣다. 귀를 기울여보면, 탁- 탁 하면서 행성 표면이 불타는 소리와, 쩍- 쩍 하면서 땅이 갈라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였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렇게 되니, 나는 온 몸이 공포에 휩싸였다.

“ 이봐, 괜찮아? 엘런! ”

누군가 나를 심하게 흔들어 깨운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본다. 같은 소대의 동료 휴스턴 중위님이셨다.

“ 중.. 중위님, 뭐가 어찌 된 것입니까? ”
“ 함대는 불시착하였다. 비상시스템이 작동되어 다행히 강습양륙함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저그의 공격에 격추되어 지금 우린 고립된 상태야. 주함대가 정상 착륙하여 작전본부를 세워두었을테니, 우린 제독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
“ ... 그렇군요. 우리 3함대는 그럼 모두 산산조각난 것입니까? ”
“ 아직은 몰라. 하지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절망적인 사실은, 밀로셰크 사령관님의 부대와 송신이 끝겼다는 것 뿐이야. ”

... 대충 정리하면 3함대의 산티아고 호가 부숴졌단 말이군. 나름 테란 자치령을 공격하는 데에 앞장서며 어거스트 그라드에 제일 먼저 입성한 강철 전투순양함이였는데.. 막상 챠- 내부에 상륙하기도 전에 산산조각났다니, 저그의 공격이 이다지도 무섭고 무자비한 것이였던가?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역경이 우릴 기다릴지 모르는 일 아닌가..

“ 엘런, 그래도 확실한 것은.. 우리의 총은 아직 탄약이 충분하다는거야. 이 빌어먹은 벌레새끼들의 대가리에 한 방 꽂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주삼아 스스로를 위안해야겠지! ”
“ 그렇다곤 해도 중위님, 우리 둘로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
“ 죽음을 넘어선 용기! 우리들의 모토이다. 너가 기절했는동안 내가 잠시 주변을 수색해봤는데, 이 근처에 저그의 벌집송이 요새가 있다. 그곳에 적들의 일벌레가 한창 광물을 캐고 있으니, 그것들을 모두 죽여버리면 적의 자원줄 보급에 차질이 생길거야. ”

휴스턴 중위님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팔을 잡아 이끌어가고 계셨다. 뭐 상관의 명령에 거역할 수 없는것이 군의 지침이기도 하고 하지만서도, 단 둘이서 저그 벌레떼들을 상대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일까? 나는 막연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벌집송이 : 해처리

“ 보인다, 저그의 해처리다. 내가 먼저 가서 안전구역을 확보해놓을테니 대기하고 있어. ”

중위님은 나에게 지시하기가 무섭게 근처의 암벽으로 뛰어들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던 것이 있었다. 하늘 위에 군림하는 저그의 대군주(Overload)는 우리를 포착한 지 오래였다.

“ 쿠아아아아아! ”

대군주가 목청껏 힘차게 울부짖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하늘 위의 대군주를 포착하고 사태가 위기에 놓이게 됬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땅에 숨어있던 히드라리스크들이 솟아올라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중위님은 이미 해처리 근처의 암벽에서 고립된 상태이였다.

“ 휴..휴스턴 중위님! ”
“ 엘런! 내가 잠시 시간을 벌고 있을테니, 얼른 도망쳐! ”

휴스턴 중위님은 나에게 도망치라 지시하면서 스팀팩을 주입하고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둘려싸여있던 주변의 공허함은 기총소사 소리에 걷힌 지 오래였고, 주변의 저그들은 테란의 공격소리를 감지한 모양인지 만내가 소란스러워졌다.

“ 크아아아아아아아! ”
“ 으악!!! ”

그것이 내가 본 마지막 휴스턴 중위님의 모습이였다.
히드라 리스크가 등뼈를 드러내기가 무섭게 휴스턴 중위님을 찍어내려 난도질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될까 무서워 눈을 질근 감고 한창 앞을 내달려보지만... 유난히 몸집이 크고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던 히드라리스크 하나가 나의 뒤를 바짝 쫓아온지 오래였다.

“ 으아아아아...으아!!! ”

급한 마음에 나는 품 속에 있던 수류탄을 꺼내 터뜨렸다. 그 충격으로, 히드라리스크의 왼쪽 등뼈가 부숴져나갔다.

“ 크아아아아아아아!! ”

히드라리스크가 고통스러웠는지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울부짖는다. 정말 무서웠다. 나는 어려서 뱀도 무서워해서 동물원에 죽도록 가기 싫어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브라보다 더욱 공포스러운 2m 몸집의 히드라리스크가 울부짖고 있으니...

“ 으..으아아아! ”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히드라리스크가 나를 덮쳤고, 나는 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렇게 나는 죽임을 당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

“ 뭐..뭐야? ”

히드라리스크가 몸집도 크고 충분히 무거웠지만, 사람이 죽음에 내몰리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나는 나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하여 히드라리스크를 걷어내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이 히드라리스크... 기절하고 있는게 아닌가!

왠지 연민이 생겼다. 이 히드라리스크가 비록 적이고 저그이긴 해도 하나의 생물체이며, 결국 너나 나나 지휘관의 조종을 받아 서로 싸우게 된 것이지.. 서로 무슨 악감정이 있었겠는가?

나는 근처의 동굴에 히드라리스크를 운반하였고, 품에 있던 긴급조치 응급약으로 히드라리스크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히드라리스크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 크르르르... ”

그가 자신의 몸에 감겨있는 붕대를 보고, 나를 한번 또 지긋이 보았다.
나도 히드라리스크를 빤히 바라보았다. 2m가 넘는 거구의 히드라였지만,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해서는 안되는 미친 생각을 해버렸다.

지구를 떠나 우주로 원정온지 오래이다. 나는 비록 지구에 가족들이 있긴 하지만, 아내가 임신중이라 관계를 한 적도 꽤 오랜 세월이라 말할 수 있다. 나는 갑자기 밀려오는 적적함을 이길 수 없었다.

“ 히..히드라.. ”

나는 그의 등뼈와 갑각을 어루만졌다.
이 히드라도 싫지만은 않은 듯이 부르르 떨며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 너도 외로웠구나? 그럴테지.. 너가 비록 저그 사령진의 명으로 우리와 싸우고 있긴 하지만, 너 해처리에서 태어난 후로 사랑을 못 받은 모양이구나.... 걱정마.... ”

나의 손은 점점 히드라의 아래로 갔다.
그리고...

“ 크르르르르! ”

씨발 히드라는 날 죽였다
이런 씨발 히드라새끼

출처;일베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7 13:4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