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민해(대학원·의학과) 씨는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사의 ‘절대 문제없다’는 말을 믿고 월세 계약을 했다. 하지만 여름이 되자 천장에서 물이 샜고, 벽엔 곰팡이가 폈다. 집주인에게 보수를 요구했지만 원래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았단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홍 씨는 집주인과 실랑이 끝에 ‘임대인은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근거 법령을 담은 내용 증명서를 집주인에게 보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문제가 해결됐다. 홍 씨는 “부동산 중개사도 문제가 없다고 말해 집을 자세히 살펴볼 생각을 못 했다”며 “관련 지식이 하나도 없어 더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2. 이동준(경영대 경영13) 씨는 올해 이사를 하려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집에서 잠을 자던 중 모르는 사람이 덜컥 방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이 씨는 “집에서 자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동산 중개사와 집을 보러온 사람이 갑자기 들어왔다”며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나갔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사가 그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주인에게 들은 비밀번호로 허락 없이 들어온 것이다.

  #3. 이번 달 전세 계약이 끝나는 김모(문과대 사회13) 씨는 두 달 전 관리인에게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그는 계약 만료일에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오히려 집주인은 관리인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김 씨는 “집주인이 ‘내가 안 주면 어쩔 건데?’라고 말했다”며 “당장 이사 갈 집의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개강을 앞둔 시점에 자취방을 구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힘들게 방을 구해도 학생들의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취방의 보수를 거절당하거나 사생활 침해를 받는 등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사로부터 세입자의 권리를 침범당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 해결하기보다 관련 단체의 자문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꼼꼼히 집 살펴보고 계약서 작성해야
  자취방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학생들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계약을 서두르기 쉽다. 하지만 홍민해 씨의 사례처럼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사의 말만 믿고 섣불리 하는 계약은 위험하다.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최지희 주거상담국장은 “계약하기 전에 그 집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부동산 중개사로부터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와 ‘표준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의 내용과 계약 이후 집의 상태가 다르면 부동산 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청 지적과 김태수 팀장은 “부동산 중개사가 집 문제를 알면서도 세입자에게 미리 설명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위법”이라며 “부동산 중개사가 공인중개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면 해당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허락 없이 집에 들어오면 신고 가능해
  자취생들은 원치 않는 사생활 침해를 받아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동준 씨의 사례처럼 부동산 중개사가 고객에게 집을 보여준다거나, 집주인이 청소나 가스 검침 등의 이유로 허락 없이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사나 집주인이 세입자의 허락 없이 집에 들어오는 행위는 주거침입죄로 위법이다. 세입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형사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안암 인근의 ‘아줌마공인중개사사무소’ 김은경 대표는 “세입자와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세입자 동의 없이 집에 들어가는 것은 주의해야 하는 일”이라며 “부동산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세입자도 쉽게 비밀번호를 알려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 발생 시 관련 기관에 도움 구해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선 관련 단체나 지자체, 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 김모 씨의 사례처럼 집주인과 분쟁을 겪으면 서울시 전월세보증금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 지원센터는 임대차 계약 상담과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을 조정한다. 김경천 주택임대차분쟁조정관은 “수선·보수나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상담이 가장 많다”며 “집주인의 잘못이 명백하다면 쉽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본교 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48대 안암총학생회(회장=박세훈, 안암총학) 주거생활국은 방학 기간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거 문제를 상담해주는 ‘주거상담서비스’와 집을 구할 때 동행하는 ‘동행서비스’ 등이 이루어졌다. 동행서비스를 이용한 이상호(문과대 사회15) 씨는 “동행서비스 덕분에 싼 가격에 넓고 좋은 방을 구했다”고 말했다. 안암총학 이윤지 주거생활국장은 “대학생은 주거 문제와 관련해 약자의 입장”이라며 “앞으로 자취생들이 주의해야 할 내용을 담은 ‘자취백서’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교 학생복지부도 학생들이 집을 구하는 것을 돕기 위해 19일부터 ‘주거정보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학생이 희망지역과 임차조건을 작성하여 이메일로 전달하면 학생지원부가 대신 집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학생복지부는 본교 주변의 부동산 40여 개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생은 해당 부동산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30% 할인받을 수 있다. 학생복지부 이강섭 차장은 “혼자 집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중개수수료 30%를 할인해주지만 추후 할인율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중개물의 상태와 입지, 면적 같은 집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이 기재된 문서다. 세입자가 계약 전 이를 확인하면 자세한 집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 표준임대차계약서
서울시와 국토부, 법무부에서 만든 계약서다. 관리비나 용도제한 등 계약과 관련해 세입자가 확인해야 할 중요사항이 명시돼있다.

글|박윤상 기자  prize@kunews.ac.kr
사진|심동일 기자 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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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8 02:01:12: